11년째 가정예배 통해 자녀들 신앙 지키는 믿음의 집안
자녀 초등학교 입학 앞두고 성경 일기 쓰기 시작한 가정
“가정예배는 신앙 성장과 가정 화목을 만드는 지름길”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위만 같아라”
민족의 대명절 추석이 다가온다. 추석은 농사의 주요 고비를 넘기고 추수를 앞둔 상태에서 감사의 의미로 가족들이 모이는 명절이다. 풍성한 음식과 즐거운 놀이가 있는 추석에 가장 중요한 시간은 아이들에게 덕담을 전하며 삶의 지혜를 전수하는 시간이었다.
농경사회에서 삶의 지혜를 전달하는 것은 가장 중요한 어른의 의무였던 것처럼 다음세대에게 신앙을 전달하는 것은 기독교인에게 가장 큰 의무다. 그러나 한국교회는 신앙의 전수에 실패했다. 점점 교회에서 다음세대가 사라져간다. 위기감으로 인해 한국교회는 ‘다음세대’의 마음을 잡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신앙 전수에 방안으로 제시되는 것이 ‘가정예배’다. 자녀 신앙교육에 뛰어나다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는 유대인들도 가정 안에서 예배와 교육을 통해 신앙을 전수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한국기독교가정생활협회 총무 이영미 목사는 “가정예배를 경험한 자녀들은 내 자녀가 아닌 하나님의 자녀로 자라날 것이다. 아빠가 자녀를 위해 해준 짧은 몇마디의 기도가, 엄마가 들려준 짧은 성경 이야기가 세상의 가치를 따라 살아가지 않고 신앙의 가치를 따라 살아가는 생활신앙인으로 성장하게 하는 자양분이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번 추석에는 소중한 가정의 다음세대에게 믿음의 유산을 물려줄 수 있도록 예쁜 추석빔을 입고 함께 가정예배를 드려보는 것을 제안해 본다.
11년 동안 이어온 가정예배
버드내삼일교회 담임 조태수 목사는 11년째 가정예배를 드리고 있다. 세 딸의 아버지인 조태수 목사는 신앙 전수에 있어 가장 확실한 방법이 가정예배라고 강조했다.
“세상이 빠르게 진리의 말씀에서 벗어나고 있습니다. 저희 아이들은 믿음을 지키고 있지만 아이들이 상급학교로 진학할수록 기독교인 친구들이 줄어드는 것이 현실입니다. 친구들의 영향을 쉽게 받는 아이들이기 때문에, 가정에서 믿음으로 잘 잡아주어야 합니다.”
아이들의 신앙을 가정예배를 통해 세워가고 있는 조태수 목사 가정이 처음부터 ‘가정예배’라는 형식을 가지고 신앙을 전수했던 것은 아니다. 평소 시편 암송을 즐겨하던 조 목사가 아이들과 함께 암송을 시작했던 것이 발전해 가정예배가 됐다.
“처음에는 시편 암송으로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이 말씀과 친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가족 전체가 시편 암송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같이 찬양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찬양을 부르게 됐습니다. 말씀과 찬양이 있으니 또 자연스럽게 감사를 나누는 시간이 추가되었고 결국 지금의 가정예배 형태를 갖추게 되었습니다.”
자연스럽게 가정예배를 드리게 된 조 목사의 가정은 매일 가정예배를 드린다. 매일 15분 내외의 시간 동안 짧게 말씀과 감사를 나누고 일상을 공유한다. 시편을 암송한 후 찬양으로 마무리한다. 매일 순서대로 가족 중 한 명이 예배의 인도자를 맡는다.
“말씀을 나누며 아이들의 큐티 습관을 들일 수 있었습니다. 또 매일 꼭 두 가지의 감사를 나눠야 합니다. 그런데 아무리 아이들이 어려도 항상 감사한 일만 있겠어요? 힘든 일이나 어려운 일을 만나더라도 그 안에서 하나님의 뜻을 발견하고 감사를 찾는 훈련이 됩니다.”
가정예배는 아이들의 신앙 성장에 유익을 줄 뿐만 아니라, 가족의 ‘하나됨’에서도 그 위력을 발휘한다. 편안하게 신앙을 상담하기도 하고 일상의 고민을 털어놓기도 한다.
“아이들이 본격적으로 사춘기에 들어서면서부터 많은 고민을 품게 되고 많은 의문을 가지게 됐습니다. 신앙적인 고민은 당연합니다. 하나님의 실존에 대한 의문, 기독교인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등 많은 고민을 합니다. 이뿐 아니라 실질적인 친구와의 관계 문제, 학업 문제 등을 마주합니다. 가정예배를 드리며 이런 고민들을 나누고, 함께 해결책을 모색합니다. 때로는 막내가 상담사가 되어 돌파구를 제시합니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교제의 시간을 진행한다. 이런 분위기를 가질 수 있는 비결을 조 목사는 ‘자연스러움’과 ‘편안함’ 때문이라 밝혔다. 조 목사가 가정예배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바로 ‘자연스러움’과 ‘편안함’이다. 누워서 예배를 드리든, 일이 있어 빠지든 신경 쓰지 않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가정예배를 드린다.
“모두가 편안함을 느끼게 하는 것에 주안점을 뒀습니다. 예배가 딱딱하고 불편하다는 인식을 없애주고 싶었고, 이 시간이 기쁨의 시간이 되길 바랬습니다. 나눔과 교제의 시간에 시간을 가장 많이 할애합니다. 가정예배를 통해 가족 사이의 불화가 해결되기도 하고 사랑이 깊어지는 것을 느낍니다. 가정예배는 자녀들에게 신앙을 전달해 주고 가족끼리 친밀감을 느낄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조태수 목사의 차녀 조은서 양(15세)은 가정예배에서 암송하는 시편으로 한글을 배웠다.
“사춘기가 되며 ‘굳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배는 매 주일날 드리니까요. 가족끼리 드리는 예배라 편안해서 좋아요. 하나님이 어려운 분이 아니라 가족같이 친밀하다고 느껴져요. 또 성경을 읽다가 모르는 부분을 편하게 아빠한테 물어볼 수 있는 자리가 있다는 점에도 감사합니다.”
가정예배 도전하는 새내기
11년 차 베테랑 가정예배 가정도 있는가 하면 이제 막 가정예배를 통한 신앙의 대물림을 준비하는 가정도 있다. 높은뜻씨앗이되어교회 김선민 집사의 가정은 최근 가정예배를 시작했다. 김선미 집사는 올해 7살 된 딸 오주아 양이 있다. 내년에 있을 딸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가정예배를 통해 딸의 신앙을 다잡기로 다짐했다.
“세상의 교육은 아무래도 하나님이 배제되어 있습니다. 새로운 환경을 접하는 아이가 어떤 상황에서도 하나님을 기억하는 습관이 생기길 바라는 마음에서 가정예배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아이의 신앙교육에 대해 고민하던 차에 교회에서 묵상 교재를 받았습니다. 그때부터 하나님의 인도하심이라 생각하고 꾸준히 가정예배를 드리고 있습니다.”
김 집사 가정의 예배의 가장 큰 특징은 성경을 중심으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20분 정도 드리는 예배에서 성경을 한 절씩 돌아가며 읽고 묵상한다. 묵상 내용을 나누고 기도한다. 김 집사 가정의 예배의 백미는 이 이후에 있다. 성경 일기 쓰기를 통해 말씀에 더욱 깊이 빠져 들어간다.
“하나님을 믿는 신앙생활을 하며 성경을 온전히 1독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걸 느껴왔습니다. 지금부터 성경 한 구절 한 구절에 집중해 읽어나가면 온 가족이 여러 번 하나님의 이야기를 온전하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아 이런 형식의 가정예배를 생각하게 됐습니다.”
가정예배의 위력을 맛본 김 집사는 아이의 성장에 맞춰 가정예배도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꿈을 꾸고 있다.
“7살 어린아이지만, 믿음의 눈을 가지게 되는 것을 보며 많이 감동했습니다. 앞으로 아이는 커가면서 저와 또 다른 세상을 살게 될 것입니다. 그렇지만 마음 중심에 하나님 말씀이 있다면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믿음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아이의 성장에 따라, 신앙에 대해 더 나눌 수 있는 시간으로 변화시켜갈 생각입니다.”
올 추석, 가정예배를 시작한다면?
추석을 맞아 가정에 새로운 예배 문화 정착을 고민하는 성도라면, 기존에 이미 출판된 가정예배서를 참고할 수 있다. 특히 가정사역에 특화된 단체의 가정예배서를 주목할만하다.
1955년 창립한 한국기독교가정생활협회는 ‘그리스도인에게는 예배가 삶이고, 삶이 곧 예배입니다’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생활신앙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생활신앙운동의 출발점을 가정예배로 보고 1988년부터 꾸준히 ‘가정예배서’를 발간하고 있다.
가정협의 가정예배서의 장점은 가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대소사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가정예식에 대한 예시도 담겨있다는 점이다. 민족의 대명절 설이나 추석뿐만 아니라, 생일이나 결혼기념일을 예배를 통해 특별하게 기념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가정협 총무 이영미 목사는 “올 추석 가정예배를 시작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조금 어색할 수도 있고 민망할 수도 있다. 가족의 반발이 걱정될 수도 있고 바쁘다는 이유로 가족이 회피할 수도 있다”면서 “그러나 두려움을 이겨내고 명절이라는 핑계로 가정예배를 추진해보길 바란다. 하나님께서 가정을 푸른 초장과 쉴만한 물가로 인도하시는 은혜를 맛보게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