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사회법으로 얼룩진 교단 총회, 본질로 돌아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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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사회법으로 얼룩진 교단 총회, 본질로 돌아가야
  • 이현주 기자
  • 승인 2024.09.12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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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 총회의 계절이다. 추석을 전후로 장로교, 침례교, 감리교, 루터교의 총회가 잇달아 열린다. 하지만 총회 전부터 잡음이 심한 교단들이 있다. 4년제 감독회장 선거를 진행하는 기독교대한감리회는 총회 재판부에 7건, 사회법에 3건의 소송이 걸려있다.

지난 회기 총회장과 부총회장이 모두 선거법 위반으로 직무정지가 된 바 있는 침례교는 혼란 속에 지난 9일 총회를 개회했다. 총회 전 회장단 입후보 등록을 받은 선거관리위원회는 총회장 후보 2인 모두를 후보 자격이 없다고 판단했고, 두 후보 중 하나는 사회법에서 자격을 획득했으나 다른 후보는 자격을 얻지 못했다. 총회 시작 전부터 총회법이 아닌 사회법에 모든 것을 의지하고 판단을 의뢰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선거가 과열되면서 한국교회의 정책선거는 실종된 모양새다. 교회를 섬기고 총회를 위해 일하는 총회장 직분은 섬김의 자리일 뿐 군림과 권위의 자리가 아니다.

이런 기본적인 사실을 모를리 없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총회에서, 또 총대들 사이에 각종 소송이 난무하면서 총회의 권위를 실추시키고 세상 앞에 교회를 부끄럽게 만들고 있다. 죽어야 사는 기독교 신앙은 간 곳 없고 나만 살면 된다는 이기적인 모습이 교단 지도부 선거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교단 총회에서 고성과 막말쯤은 당연하게 여기고 금권선거와 흑색선전으로도 모자라 사회법 소송으로 얼룩진 한국교회 앞에 지난 9일 열린 예장 백석 제47회 정기총회는 말 그대로 ‘성총회’의 모범 그 자체였다. 총대들의 높은 참석율과 성숙한 의사진행, 박수로 화답하는 문화는 시종 은혜로웠다. 여기에 금권선거의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한 제비뽑기에 의한 선거인단 투표는 총회 전에 이미 시행되어 총대들의 추인을 받아 추대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총회는 지난 사업을 점검하고 산하 교회들의 목회와 전도, 선교를 지원할 새로운 정책을 수립하는 자리다. ‘선한 것’ 이외의 것이 오가는 자체가 이상한 거룩한 시간이 정기총회다. 한국교회가 과열 선거와 사회법 소송을 부끄러이 여기고 총회의 본질을 회복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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