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청소년 피해 커지면서 교회서도 경각심
최근 딥페이크를 이용해 학생·교사 등 지인들을 대상으로 한 음란물을 제작하고 텔레그램을 통해 유포한 디지털 성범죄가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이른바 ‘텔레그램 딥페이크 성범죄’라 불리는 해당 범죄는 지난달 19일 MBC 뉴스데스크가 최초로 단독 보도하면서 정황이 밝혀졌다.
가해자들은 SNS 등에서 불법적으로 피해자들의 얼굴 사진을 수집한 후 ‘딥페이크’ 기술을 이용해 음란물에 합성했다. 합성한 음란물은 메신저 어플리케이션 ‘텔레그램’을 통해 유포했다. 지인을 대상으로 범행을 저지르기도 해 더욱 큰 질타를 받고 있다.
특히 일명 ‘겹지인방’이라는 채널의 존재는 더욱 충격을 준다. 겹지인방에선 지역이나 학교 등으로 범위를 제한하고 일반인의 신상을 특정해 딥페이크 음란물을 제작하고 유포하는 행태가 이루어졌다. 가해자들의 지인이 피해를 입었으며, 가해자들은 유포하겠다는 협박과 함께 금전을 갈취하기도 했다.
이번 범죄에 활용된 딥페이크(Deepfake)는 딥러닝(Deep Learning)과 페이크(Fake)의 합성어로 딥러닝 기술을 이용해 이미지를 합성하는 기술이다. 주로 한 사람의 얼굴을 영상에 입히는 데 사용된다. 딥페이크는 2017년부터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딥페이크 초창기 합성이라는 것을 인지하기 쉬웠다. 그러나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딥페이크 기술도 발전해 점점 합성이라는 것을 알아채기 어려운 수준에까지 도달했다.
범죄에 사용된 또 다른 도구인 텔레그램의 경우, 강력한 보안으로 인해 각종 범죄에 심심찮게 이용된다. 텔레그램은 해킹이 어렵고 본사 측에서 경찰의 자료 요청에 응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마약 유통은 물론 각종 성범죄나 불법 자료 유통에 사용된다.
10대가 범죄 중심에
현재 경찰 조사로 밝혀진 바에 따르면 전국 100여개 이상의 학교와 군부대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 교육부 집계에 따르면 현재 196명의 피해자가 발생했다. 그러나 무고한 사람들의 피해 사실이 계속해서 드러나면서 정확히 몇 명이 피해자인지 가늠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피해자의 대부분은 중·고등학생이며 일부 대학생과 교사 및 군인도 피해를 당했다. 피해자들은 얼마나 유포가 됐는지 알 수 없어 두려움을 호소하고 있으며, 피해를 입지 않은 학생들도 혹여나 자신을 대상으로 하는 딥페이크 범죄가 발생하지 않았을까 두려움에 떨고 있다.
또한 충격적인 사실은 이번 텔레그램 딥페이크 사건의 입건된 가해자의 70%가 10대라는 사실이다. 이들은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음란물을 유포했으며 심지어 판매하기도 했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안명자 위촉전문강사는 “딥페이크를 이용한 음란물 제작과 유포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과 교육이 부족하다. 기술의 발전을 우리 사회문화가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 일종의 문화지체현상”이라며 “청소년들이 장난이라 재미 정도로 생각하며 시작했을 것이다. 제대로 된 성 윤리와 양성 존중 문화의 확산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처벌 수위와 대책은?
문제는 딥페이크 성범죄의 경우 처벌 조항이 2019년에 만들어졌지만 가해자들이 빠져나갈 구멍이 있다는 점이다. 딥페이크 음란물의 소지가 적발돼도 ‘유포 의도’가 입증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어 법 개정이 요청된다. 실제로 처벌 조항 신설 이후 관련 사건 71건이 기소됐는데 그중 절반 가량인 35건은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에 정부와 각종 부처는 피해자 구제를 우선하는 한편 가해자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고 방지 대책을 내놓고 있다. 교육청에서는 피해 학생과 교직원을 보호하기 위해 2차 피해방지를 위한 안전대책을 강화하고 있으며,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등 관계기관과 함께 음란물 삭제 및 신변보호, 심리상담, 법적 상담을 제공한다. 또한, 국회에서는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딥페이크 제작물을 소지하거나 구입만 해도 처벌하고 형량도 기존 최대 5년에서 7년으로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서울시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공동으로 딥페이크 영상물 24시간 삭제 핫라인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교회는 어떻게
이런 상황 속에서 한국교회 역시 이번 사건에 대해 적극 대응 및 예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학생들에게 기독교적 윤리교육과 성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넥스트클럽의 대표 남승제 목사는 한국교회에서 성경적 윤리관을 적극적으로 교육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남 목사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성교육 과정 전반을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사회에서 높은 가운데 교회도 교육이 요청된다. 우리는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창조됐다. 하나님의 형상을 닮는다는 것은 우리의 내면에 하나님의 성품을 갖는 것”이라며 “하나님의 성품을 가질 수 있는 성경적 윤리관을 교육할 필요가 있다. 성이란 생명을 탄생시키는 고귀한 것이다. 성경적 성교육도 이루어져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딥페이크를 악용해 교회가 비방 및 공격당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이번 사건과 관련한 성명을 발표한 한국교회언론회는 “우리 기독교계에서도 경계를 소홀히 하면 안 된다. 만약 기술을 악용해 유명 목사님의 목소리로 이단의 교리나, 잘못된 말씀 전달하게 될 경우, 기독교는 엄청난 피해를 볼 수 있다”며 우려를 드러내기도 했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안명자 위촉전문강사는 “교회가 조금 더 관심을 갖고 피해자 구제에 나서길 바란다. 피해자들은 누군가 자신을 알아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움에 떨고 있다. 지역사회를 섬긴다는 마음으로 심리적·법적 지원이 필요하다. 지역사회 안전망 구축에 힘을 보태달라”고 요청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