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6주 태아를 낙태하는 과정을 담은 브이로그 영상이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준 가운데, 태아생명 보호를 위한 입법 추진을 위해서는 ‘태아도 인간’이라는 일관된 주장이 필요하다는 요청이 나왔다.
행동하는프로라이프(공동대표:전혜성) 3차 세미나가 지난 28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렸다. ‘우리 사회의 태아생명보호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세미나는 국회의원 조배숙‧조정훈 의원실과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총회가 주최했다.
이날 첫 번째 발제자로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상임대표 이상원 교수(총신대 전 교수)가 나섰다. 이 교수는 미국과 한국의 낙태 관련 법안과 판결을 기초로 향후 한국의 낙태 관련 입법이 나아갈 방향을 모색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는 2019년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 불합치’ 판결 이후 낙태죄의 장기적인 입법 공백 사태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태아가 대량 파괴될 위험에 처해있다”며 “낙태 관련 법률은 ‘태아가 인간’이라는 터전 위에 세워지면, 일관성 있고 강력하게 태아를 살리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현 정부의 ‘모자보건법’은 가임기의 여성과 임산부, 영유아의 보호규정만을 담고 있으며 가장 큰 보호가 필요한 태아에 대한 보호규정은 전무하다는 평가다. 그는 “이는 모자보건법은 모 뿐만 아니라 자의 생명을 보호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태아에 관한 언명이 전혀 없는 절름발이 법률”이라며 “태아를 영혼을 가진 살아있는 인간으로 보지 않는다는 단적인 증거”라고 밝혔다.
헌법재판소의 ‘형법 제269조 제1항 등 위헌소원’에 대한 불합치의견은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가진 태아의 지위를 희생시켜 임산부의 행복권을 일방적으로 보호하는 주장이라는 것. 22주 이후에는 낙태를 금지하고 있으나 여전히 “태아는 인간이 아닌 인간에 근접한 상태”라고 전제해 낙태 불허에 대한 근거가 빈약하다는 분석이다.
이 교수는 “태아가 자궁 속에 있는 동안 인간으로서의 잠재성을 지닌 존재로 보는 한 100% 확실한 인간인 임산부와 비교해 태아가 우선적으로나 동등하게 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길은 차단된다”고 말했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낙태를 허용한 기존의 판례를 49년 만에 뒤집은 ‘돕스(Dobbs) 판결’은 우리나라 프로라이프 운동이 나아갈 길을 보여준다. 2022년 6월 24일 미국 연방대법원은 헌법에서 보장한 여성의 낙태 권리를 폐지했으며, 법원의 판결 이후 미국 14개 주에서 전면적인 낙태금지 조치가 발효됐다.
미국의 ‘로 대 웨이드’ 판결은 태아는 인간이 아닌, 인간으로 발전할 수 있는 잠재성을 가진 존재로 생명이 아니라는 것을 전제했다. 반면 ‘돕스 대 잭슨’ 판결은 태아가 인간임을 명확히 주장했다는 것. 이 교수는 “돕스 판결은 일관성 있고 강력하게 로 판결과 캐시 판결의 허점을 짚어냈다. 그 원동력은 태아를 인간으로 보는 확고한 인간관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기초로 낙태에 관한 바른 입법의 방향은 태아는 수정 순간 혹은 임신 순간부터 영혼을 가진 살아있는 인간임을 명확히 전제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이 관점은 생물학적, 유전학적, 성경적, 교회사적으로 강고하게 뒷받침되는 전제”라면서 “생명의 시작점이 수정 순간부터라는 전제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여성이 아이를 가지는 것은 여성 혼자서 한 일이 아니라 남성과의 관계 안에서 이뤄진 일”이라며 “출산 후 아이의 양육 결정에 있어 남성에게도 공동의 책임을 묻고 권리를 행사하는 방향으로 법제화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진 발제자로 나선 성산생명윤리연구소 사무총장 장지영 교수(이화여대 건진의학과)는 국내 태아생명 보호운동의 역사를 짚고 향후 정부에 바라는 방향을제시했다. 특히 우리 사회 태아생명 보호운동의 원칙과 전략을 제안한 그는 어린이 및 청소년 대상 ‘생명윤리 및 성윤리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장 교수는 “성관계 방법에 집중된 현 공교육 내 성교육으로는 부족하며, 성관계의 결과인 생명에 대한 책임의식이 필요하다”며, “생명의 시작과 성장, 낙태의 실체에 대해 교육하고 배울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태아생명을 보호하는 입법이 제정되기 위한 정치와 정책적 접근도 제안했다. 생명존중 의식을 지닌 정치인과 유기적 협력을 이루고, 선거 시 후보자 대상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생명존중의식을 지닌 후보자에게 투표하도록 독려하는 것이다.
엄마 뱃속에서부터 잉태된 생명을 지키는 일도 중요하다. 장 교수는 “공공기관에서 지원되는 것은 행적적 지원으로 한계가 있다”며 “전인적인 지원을 하는 민간단체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고, 개별 단체의 독립적 활동을 위해 개인 후원 모집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태아 생명존중운동의 가장 큰 장애물은 바로 ‘무관심’이다. 이를 위해 낙태 예방 홍보 캠페인을 벌이고 관련한 미디어와 문화 콘텐츠의 사례를 발굴하는 것을 요청했다.
정부에 바라는 점으로 그는 “입법부의 조속한 낙태죄 개정안이 마련되어야 한다”며 “처벌이 핵심이 아닌 생명을 살리는 운동이 되어야 하며, 공교육이 성적 권리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책임 있는 관계를 맺도록 성교육의 방향이 전환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