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앞에 닥친 기후위기, 건강한 환경 없이 건강한 선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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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앞에 닥친 기후위기, 건강한 환경 없이 건강한 선교도 없다
  • 한현구 기자
  • 승인 2024.07.22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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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위임령 현황 보고서 해설 (7) 지속가능함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10년이면 강산이 달라진다. 100년이면 그야말로 천지개벽이다. 기술의 발전과 인식의 변화, 문화의 확장은 정치·경제 전반은 물론 우리의 일상까지도 뒤바꿔놨다. 교회와 선교도 예외는 아니다. 약 2천년 전 로마가 닦아놓은 길을 따라 전해졌던 복음은 마차와 범선, 기차와 비행기에 몸을 싣더니 이제는 전 세계에 연결된 인터넷망을 타고 단 몇초만에 전달된다.

달라진 세상에서 교회의 모습과 복음을 전하는 방법이 2천년 전과 같을 수는 없다. 국제 로잔운동은 오는 9월 한국에서 열리는 제4차 로잔대회를 앞두고 오늘날 세계 기독교의 현실과 그에 맞는 선교 전략을 고민한 ‘대위임령 현황 보고서(The State of the Great Commission Report)’를 발표했다. 전 세계 최고의 선교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 작성한 보고서는 10가지 질문을 통해 교회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그에 맞춘 대안을 제시한다. 본지는 이번 호부터 10회에 걸쳐 로잔운동이 고민한 10가지 질문의 포장을 풀어 소개한다. <편집자 주>

지구에 과부하가 걸렸다. 어느 한 지역만을 꼽기 힘들 정도로 지구촌 곳곳이 이상 기후로 신음한다. 또렷한 사계절의 개성이 특징으로 꼽혔던 우리나라지만 점차 봄과 가을의 존재감이 희미해지고 있다. 최근에도 폭염과 폭우가 반복되며 ‘장마’가 아닌 ‘건기’와 ‘우기’로 분류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50년간 세계 인구는 두 배 넘게 폭증했다. 1970년 37억명이었던 세계 인구가 2022년엔 80억명을 넘는 기염을 토했으니 지구가 화들짝 놀랄 만도 하다. 에너지 사용량은 인구 증가와 정확히 비례해 상승한다. 1990년 당시 약 8,500Mtoe(석유환산톤)이었던 세계 에너지 사용량은 2023년 15,000Mtoe로 증가했다. 같은 시기 인구 증가율과 비교해보면 얼추 들어맞는 수치다.

더 많은 사람은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다. 더 많은 음식을 소모하고 더 많은 상품을 필요로 한다. 응당 더 많은 쓰레기가 생산되며 더 많은 자연이 파괴될 수밖에 없다. 늘어난 부담으로 인해 세상과 교회는 ‘지속가능함이란 무엇을 의미하는가’(What is Sustainable?)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실제적 질문이 된 ‘지속가능성’

기후위기는 이미 도래한 재난이다. 급속하게 진행된 지구온난화로 인해 ‘최종방어선’으로 내세웠던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상승도 조만간이라는 비관적인 관측이 나온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져 있는데 그에 대한 인식은 따라오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 2020년 옥스포드대학의 조사 결과에 의하면 ‘기후 변화가 비상사태’라고 인식하고 있는 비율은 대부분 지역에서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인 60% 선에 머물렀다.

‘지속가능함’을 논해야 할 분야는 기후환경에서 그치지 않는다. 경제 상황 역시 심상치 않다. 세계 GDP 대비 부채 비율은 1970년 약 100%에서 2020년 약 350% 이상으로 증가했다. 부채의 누적에는 세계 금융 위기와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두 가지 악재를 동시에 직면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건강은 지속가능할까. 평균수명이 계속해서 올라가고 있는 것에 반해, 평균수명에서 질병이나 장애 기간을 뺀 ‘건강수명’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평균수명이 83세로 일본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평균수명과 건강수명의 차이가 무려 15년이나 된다. 통계대로라면 68세부터 83세까지 질병과 장애에 시달리다 생을 마감하는, 이른바 ‘유병장수’의 삶을 살게 된다는 얘기다.

개발도상국과 후진국의 경우 상황이 더 열악하다. 세계에서 의료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이 가장 낮은 10개국 중 6개국이 아프리카에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중앙아시아는 의료 서비스 접근성이 가장 낮은 나라로 조사됐으며 아프가니스탄, 소말리아, 레소토, 기니비사우, 차드, 에리트레아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다만, 정신 장애 유병률은 선진국일수록 높아서 미국(15.6%)과 유럽(14.2%)이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옥스포드대학이 ‘기후위기를 비상사태로 인식하는 대중의 비율’을 조사한 결과 대부분 지역에서 기후위기를 비상사태로 인식하는 비율이 60~65% 선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옥스포드대학이 ‘기후위기를 비상사태로 인식하는 대중의 비율’을 조사한 결과 대부분 지역에서 기후위기를 비상사태로 인식하는 비율이 60~65% 선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과 선교는 어떻게 연결될까

폭발적으로 증가한 인류의 소비 문화는 지구 생태계에 심각한 실존적 위기를 초래했다. IPCC의 제6차 보고서는 “온실가스 배출을 통한 인간 활동이 지구 온난화를 유발했음이 명백하다”고 단언한다. 로잔운동을 비롯한 세계 기독교인들은 하나님의 아름다운 창조 세계가 파괴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선포하는 좋은 소식은 과연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게 됐다. 창조세계의 위기와 선교가 결코 무관하지 않음을 인식하게 된 것이다.

간혹 우리에게 주어진 ‘대위임령’은 창조세계와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오해되곤 한다. ‘영혼구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당장 지구의 상태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로잔운동은 이런 오해에 ‘그렇지 않다’고 분명하게 선을 긋는다. 선교의 목적은 단순히 ‘개종자’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삶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제자’를 기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제3차 로잔대회 이후 발표된 케이프타운 서약은 ‘우리와 그리스도의 관계는 이 세상에서의 삶의 방식과 분리할 수 없다’고 선언한다. 나아가 ‘하나님의 창조세계에 대한 우리의 사랑은, 우리가 지구상의 자원들을 파괴하고 허비하며 오염시키는 데 일조하고 무분별한 소비주의에 대한 해악적인 숭배를 회개하는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선진국의 무분별한 개발이 초래한 기후재난을 대부분 개발도상국에서 뒤집어쓰고 있다는 점은 선교적으로 고민해야 할 문제다. KWMA는 지난해 ‘선교지 기후위기 대응 세미나’를 열고 국제사회에서 일일이 발견하기 힘든 선교지 환경 오염 문제에 현지 상황을 잘 아는 선교사들이 목소리를 내줄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가나의 기독교 단체 ‘A Rocha Ghana’의 사례는 좋은 모델이다. A Rocha Ghana는 가나 북부에 위치한 아테와숲이 보크사이트 채굴로 인해 파괴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기독교인으로서 행동에 나섰다. 이들은 지역 주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과학적 조사를 시행했으며 대중 캠페인과 정치적 움직임, 국제적 압력과 가나 정부에 대한 법적 조치를 통해 개발 지연을 이끌어냈다.

 

‘샬롬’ 추구하는 ‘전인적 관리’

예로부터 의료 서비스와 선교는 밀접한 관계에 있었다. 조선 땅을 밟은 초기 선교사들 중 상당수가 의사인 동시에 선교사인 의료선교사였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하지만 ‘건강’과 ‘교회’라는 두 단어는 그다지 친밀해보이지 않는다. ‘건강한 교회’라는 수식어로는 자주 연결될지 몰라도 ‘육체적 건강’이라는 주제 자체는 교회에서 그다지 논의되지 않는 주제다.

로잔운동은 큰 상관관계가 없어 보였던 ‘교회’와 ‘건강’을 ‘샬롬’이라는 키워드로 연결한다. 사실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셔서 하셨던 활동 중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 하는 것이 바로 아프거나 장애가 있는 사람을 건강하게 회복시키는 일이었다. 예수님은 단순히 건강을 회복시키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평안히 가라’고 위로하시며 복된 소식을 전해주셨다. 로잔운동은 예수님의 사역에서 본딴 교회의 건강관리 모델을 ‘Whole Person Care’(WPC, 전인적 관리)라 명명한다.

21세기의 한 분기가 지나고 있음에도 여전히 세계의 소외된 사람들은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한다. 선진국에서는 손쉽게 예방할 수 있고 치료가능한 질병으로 인해 목숨을 잃는 사람도 부지기수다. 이들을 돌보는 동시에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며 영의 건강도 살피는 것이 바로 전인적 관리(WPC)라는 것이 로잔운동의 설명이다.

이를 위해 로잔은 전 세계 기독교 병원이 네트워크를 구축해 긴밀한 협력에 나설 것을 제안한다. 지금도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 단기 의료 지원 활동은 단기적 구제를 넘어 지역 사회의 회복을 위한 중장기 프로젝트로 발전을 꿈꿀 수 있다. 교회 역시 육체적 건강과 영적 건강 모두를 고려한 전인적 회복에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의료 서비스 접근성이 가장 낙후된 국가들. 아프리카 국가들이 하위 10개국 중 여섯 자리를 차지했다.
의료 서비스 접근성이 가장 낙후된 국가들. 아프리카 국가들이 하위 10개국 중 여섯 자리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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