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환란과 핍박을 견디고도 이방인들에게 ‘복음’을 전한 사도 바울의 발자취를 좇으면서, 잠시 잃었던 목회 열정을 회복했습니다. 육체의 가시를 지니고도 죽음까지 두려워하지 않았던 바울을 따라 기쁨으로 남은 사명 감당하겠습니다.”
지난 10~18일 그리스와 튀르키예에서 진행된 ‘백석교단 농어촌·미자립 교회 성지순례’에 참가한 70여명의 목회자들의 입술에선 은혜의 고백이 쏟아졌다. 동행 취재를 위해 함께 순례길에 오른 기자도 덩달아 복된 시간을 함께 누렸다.
8박 9일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우상숭배가 만연했던 아덴에서 출발해 영적으로 타락한 도시 고린도, 그리고 지금은 무너지고 폐허가 돼 버린 소아시아 일곱 교회 등을 돌면서 2천년 전 바울이 남긴 흔적을 가슴에 깊이 새겼다.
이곳에서 바울은 이방인들에게 ‘오직 믿음으로 구원을 얻는다’는 진정한 복음을 전하기 위해 고통 당했고 결국 순교했다. 때로는 두렵고 떨렸지만 성령님께 의지해 담대히 복음을 선포한 바울의 모습에 목회자들은 숙연한 마음으로 눈물을 흘리고 용기를 얻었다.
이 가운데, 어느 목회자는 “사실 전국 각처의 작은교회 현실도 다르지 않다. 바울 시대 가정교회에서 예배가 시작된 풍경은 지금의 개척교회 모습과 다름없고, 당시 신전을 모시고 산 것처럼 지금도 이단의 공격은 거세다”고 귀띔했다.
바울에게서 큰 위로와 도전을 받은 목회자도 있었다. 누군가 “코로나 시기에 개척해서 힘들다고 불평했는데 바울을 보니 나의 고난은 진짜 고난이 아니었다”고 말했고, 또 누군가는 “사역에서 기대한 만큼 열매를 거두지 못해 낙심했는데 반성했다”고도 했다.
하지만 성지순례 내내 목회자들을 지켜본 기자의 눈에는 성지순례에 참가한 목회자 한 명 한 명이 이 시대 사도 바울처럼 보였다. 전국 각지에서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사역하는 목회자들은 로마 시민권을 내려놓고 스스로 ‘낮은 자’가 되길 택한 바울의 모습을 그대로 닮아있었다.
단언컨대 선교에 실패란 없다. 성령님의 음성에 순종한 바울 덕분에 유럽에 복음화가 이뤄진 것처럼, 주님의 부르심에 응답해 사명을 다하는 작은교회 목회자들이 뿌린 씨앗은 언젠가 하나님께서 아름다운 열매로 거두실 줄로 믿는다. 이번 성지순례를 계기로 사도 바울 같은 농어촌 미자립 교회 목회자들이 ‘소망’을 갖고, 주의 길을 걷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