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7건 헌의안 다뤄… 75세 정년연장안 부결
‘교회여 일어나라’를 주제로 개최됐던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총회(총회장:오정호 목사) 제108회 정기총회가 3박 4일 회무를 마치고 예정보다 하루 앞선 지난 21일 폐회했다.
올해 정기총회에는 237건의 헌의안이 올라와 총회 석상에서 논의됐다. 특별히 올해 정기총회에서는 교단 내 여성 사역자들에 대한 지위 향상 결의가 있을지 관심이 집중됐다. 여성안수 제도가 없는 합동총회는 최근 수년간 여성의 신학대학원 지원 감소와 여성 사역자의 외부 유출 문제로 골머리를 앓아왔다.
그런데 지난 19일 회무에서 ‘여성강도사’ 시행 결의가 전격 이뤄졌다. ‘여성사역자지위향상 및 사역개발위원회’가 ‘목사후보생고시 및 강도사고시’ 응사자격을 부여해 달라고 청원했고, 총대들이 이견 없이 청원을 모두 허락했다.
하지만 역사적 결의는 단 이틀 만에 물거품이 됐다. 총회 폐회를 앞둔 마지막 날, 총대들은 기존 결의를 전면 번복하는 새 결의를 한 것이다. 이미 의결된 안건을 같은 회의에서 다시 결의할 수 없다는 ‘일사부재의 원칙’까지 위반했다.
‘여성강도사’ 제도 시행 결의가 나오자 교단 내 반발 여론이 강하게 일었고, 이를 의식한 총회 임원회와 관련 상비부서 관계자들이 이전 결의를 취소하는 청원을 총회 폐회를 앞두고 상정한 것이 배경이었다.
이 같은 취소 결의에 총신대 신대원 여동문회는 지난 25일 “여성 사역자를 우롱한 108회 총회의 불법을 규탄한다”는 비판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서에서는 “번복 결정은 여성안수 운동을 30년 가까이 해온 총신대 신대원 여동문회와 합동에서 사역하는 수많은 여성 사역자를 무시하고 우롱한 처사”라며 “언론을 통해 여성 사역자의 현실을 알리고, 여학생들의 총신 입학을 최대한 막아 우리와 같은 고통을 방지하겠다”고 성토했다.
이번 정기총회에서는 추진 약 10년 만에 일종의 윤리지침서가 결의되는 성과도 있었다. ‘교회 성윤리 예방 및 대응지침서’가 가결된 것. 교회 내 성폭력 문제에 대해 미온적으로 대처했다는 비판을 받아온 합동총회 차원에서는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의미있는 결과로 볼 수 있다.
단골 헌의안 목회자 정년 연장 건은 올해도 격론 끝에 부결됐다. 총대들은 “선배들이 후배 목회자들을 생각해야 한다”는 총대 발언에 열렬한 박수로 환영해 눈길을 끌었다.
이 밖에도 총회에서는 교단의 중장기 비전 수립을 위한 총회정책연구소, 교육부서와 기관을 총괄할 수 있는 총회교육위원회 신설을 결의했으며, 통일준비위원회를 기관으로 격상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