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건물 내 교회의 모습을 한번 상상해보라. 오르내리는 계단과 벽에 성경 말씀과 교회 이름을 드러내는 장식물이 과도하게 붙여져 있다. 본당에는 빼곡한 장의자가 들어서 있고, 옥상에는 예외 없이 뾰족한 종탑이 설치돼 있다. 전반적으로 따뜻한 환대의 분위기보다는 교회의 위치와 존재를 알리는데 지나치게 집중돼 있다는 느낌을 준다.
제한된 교회의 공간을 어떻게 꾸며야 할지 고민하는 목회자들을 위한 세미나가 마련됐다. 교회공간연구소 사단법인 센트(대표:박종현 목사)와 횃불트리니티 영성형성과 실천신학연구센터(대표:안덕원 교수)는 지난 29일 종교교회에서 ‘작은 교회를 위한 예배공간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안덕원 교수(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학교)는 작은 교회일수록 교회에 불필요한 물건을 비워냄으로 남은 공간을 유연하고 융통성 있게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상가교회라는 제한된 공간 속에서도 모더니즘과 심미성, 기독교적 영성 구현을 위한 공간 활용 방법을 제시했다.
안 교수는 “규모가 크면, 압도당하는 경향이 있고 집중이 어렵다. 작은 공간은 아늑하고 편안함을 주며, 공동체성의 구현에도 더욱 효과적”이라며 작은 건물이 큰 건물에 비해 기독교적 영성을 드러내기에 적합하다고 밝혔다.
이러한 이점에도 불구하고 작은 교회가 가진 이점을 살려 소박과 겸손, 환대의 영성을 표현하려는 시도는 부족했다는 진단이다. 대다수 교회에서는 직사각형의 종축형 평면, 예배실을 가득 채운 장의자, 공간에 비해 크게 느껴지는 강대상과 십자가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
안 교수는 “제한된 공간에 많은 요소가 들어가 있다 보니 동선이 부자연스럽거나 심지어 불편하고, 시선은 분산되며 정돈된 모습을 갖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 경우 사용하기 불편할 뿐 아니라 작은 공간이 주는 특유의 따뜻한 온도감과 아늑한 느낌도 잃게 된다.
그는 보편적인 상가교회의 공간 활용을 위한 조언을 전했다. 먼저는 정확한 예산 측정이다. 신축과 리모델링의 지출에 대한 다양한 교회의 사례를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안 교수는 “유럽에서 교회 건축 순례를 하면서 석고보드나 합판과 같은 저렴한 재료로도 얼마든지 아름답고 거룩한 공간을 구현한 사례를 보았다. 정말 중요한 것은 값비싼 재료나 풍부한 예산 보다는 예배 공간에 대한 예전적 이해와 미적 감성”이라고 강조했다.
건물 외벽의 간판이나 표지판, 교회 이름이 들어간 장식의 숫자도 줄일 것을 제안했다. 첨탑의 경우도 되도록 철거하거나 크기를 줄일 것을 권장했다. 아무리 튼튼하게 만들어 설치했다고 해도 선제적으로 안전을 점검해 교회의 덕을 세우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
안 교수는 “이제는 종탑을 보고 교회를 찾아오는 시대가 아니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면서 “대안이 있음에도 불안하고 심미적 가치도 부족하고 불안감을 주는 상징은 고집할 필요는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특히 작은 공간일수록 ‘채움’이 아닌 ‘비움’에서부터 시작해야 하며, 절제가 필요하다. 가능하다면 교회 안에 있는 모든 것을 정리하고 공간을 완전히 비운다고 생각하는 것이 좋다. 기독교적 상징이나 예술품을 걸고 싶다면 복음적이며 품위있는 상징을 찾아야 한다. 작은 공간일수록 너무 많은 작품을 설치하지 않고 글씨도 작고 은근한 것이 바람직하다.
재료와 색깔의 통일성도 고려해야 한다. 좁은 공간에 지나치게 많은 색을 사용하지 않고 바닥, 천장, 벽 등은 색깔과 재료에 있어 일관적이어야 한다. 안 교수는 “예배 집중을 고려해 지나치게 화려한 색의 창이나 벽은 지향해야 한다. 작은 공간일수록 파티션을 활용하면 자투리 공간 활용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효율적 공간 활용을 위해 강대상과 십자가 배치에 대한 고정관념도 깰 필요가 있다. 이날 작은 교회로 인테리어 사례로 예제교회(담임:우동윤 목사)와 낮은자리교회(담임:김은득‧신재훈 목사)의 사례가 제시됐다. 예제교회는 예배 공간을 종축형(세로방향)에서 마름모로 바꾸어 예배의 집중도를 높였다.
교회 의자를 반드시 종축형으로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면 더욱 효율적인 공간 창출이 가능해진다. 낮은자리교회는 강대상 뒤편 공간의 우측 상단에 홈을 파서 음각 십자가를 만들고 조명으로 비추도록 했다. 일종의 스폿 조명 효과를 통해 단순한 십자가에서 절제미를 느낄 수 있다.
전창희 목사(종교교회 담임, 전 협성대 교수)는 독일의 교회 건축가 루돌프 슈바르츠(Rudolf Schwarz)의 교회 건축 방식을 바람직한 모델로 제시했다.
전 목사는 “슈바르츠는 예배 공간을 가장 단순해야 하는 공간으로 보았다. 비유적으로는 ‘빈 항아리’라고 보고 수수한 예배 공간이 오히려 하나님의 부함과 장엄함을 드러낸다고 보았다”고 밝혔다. 회중의 예배 참여에 대한 확신이 있다면, 예배 공간을 단순한 멋이 아니라 ‘거룩한’ 공간으로 조성해야 한다는 것.
그는 “슈바르츠는 예배학자도 아니었고, 교회의 중요한 지도자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건축이론과 실제는 20세기 예전운동과 결합하면서 중요한 건축물과 예배 공간을 만들어냈다”며 예배공간이 가진 예전적 의미를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