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헌금, 먼저 ‘기후위기 대응’에 할당할 수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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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헌금, 먼저 ‘기후위기 대응’에 할당할 수 있어야”
  • 한현구 기자
  • 승인 2023.05.25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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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기독교 신학포럼, 지난 19일 2차 월례포럼 개최

“오늘 태어난 아이는 본인이 서른 살이 됐을 때 몇 도씨의 지구에서 살아갈지 결정하지 못합니다. 오늘 하루, 지금의 세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그들의 미래가 달려 있습니다. 지금 당장 행동하지 않으면 우리는 지금 태어난 생명들의 미래에 책임을 면할 수 없습니다.”

기후위기 기독교 신학포럼이 지난 19일 ‘한국교회 2050 탄소중립 로드맵 어떻게 이행할 것인가’를 주제로 2차 월례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에는 녹색전환연구소 이유진 박사가 대표 발표를 맡고 이명숙 목사(예장 통합 도농사회처 실장), 유홍근 목사(감리교 사회농어촌환경부장), 이택규 목사(기장 생태공동체운동본부 집행위원장)가 각각 교단별 사례를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은 이제 더이상 환경운동가들만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가 닥친 현실이 됐다. 여기서 탄소중립이란 2050년까지 화석에너지로부터 완전히 벗어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 어떤 한 개인의 노력으로 쉽게 이뤄질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이유진 박사는 “인간이 쓰는 에너지의 77%가 여전히 화석에너지다.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은 문명사적 대전환일 수밖에 없다”면서 “IPCC는 지금 우리의 선택이 향후 수백, 수천 년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지금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따라 지구 기온의 상승 정도가 달라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탄소를 어마어마하게 많이 배출하는 국가, 소위 ‘탄소 악당 국가’로 손꼽히던 곳이 바로 미국고 독일이다. 그런데 미국과 독일도 탄소 배출을 줄여나가는 과정에 있고 감소세에 가속이 붙었다. 하지만 한국은 여전히 탄소 배출이 증가세를 멈추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결국 탄소중립은 뼈를 깎는 노력이 수반돼야 가능하다. 이 박사는 “우리나라가 탄소중립을 이룬다는 것은 한국의 숲이 흡수할 수 있을 만큼의 탄소만을 배출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현재 우리의 소비 수준과 물질적 풍요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이룰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만들어야 하는 2050년의 사회는 어떤 모습이 돼야 할지, 그 속에 한국교회는 어떤 모습을 구현해야 할지 고민하며 탄소중립 교회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박사는 잉글랜드 교회가 발표한 탄소중립 원칙을 한국교회도 참고해볼 것을 제안했다. 잉글랜드 교회는 탄소중립 원칙으로 △창조세계의 보전 △대응의 긴급성 △데이터에 기반한 실천 △에너지뿐 아닌 모든 영역에서의 실천 △에너지 총량을 줄이는 접근 등을 내세웠다.

이 중 데이터에 기반한 실천에 주목한 이 박사는 “수치를 기반으로 하면 더 쉽게 교인들이 이해할 수 있고 우리가 무엇을 줄이고 어디서 실천해야 하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교회마다 어떤 영역에서 에너지가 과도하게 소비되고 있는지 파악해보는 것도 탄소중립 교회를 향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천 부분에 있어서는 교구 환경 담당자 지도가 참고할 만하다. 잉글랜드 교회는 교구마다 환경 담당자를 임명하고 지도를 만들어 지역교회가 언제든 연락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 박사는 “정부도 어떤 정책을 집행하기 위해선 그것을 실행할 수 있는 사람과 기관, 예산을 확보하는 일이 중요하다. 교회가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요소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면서 “교회 안에 헌금이 모였을 때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기금 조성을 우선순위로 올릴 수 있어야 탄소중립 교회를 현실화하는데 한발 가까이 다가갈 수 있으리라 본다”고 전했다.

교회가 탄소중립을 이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국사회의 일원으로 우리 사회의 변화를 위해 목소리를 내는 것 또한 중요한 역할이다. 이 박사는 “각 종교계의 탄소중립도 중요하지만 정부의 정책을 촉구한다든지, 기업이 탄소중립에 더 책임을 지도록 압박한다든지 하는 일도 꼭 필요하다. 교회가 사회와 힘을 모을 때 그 목소리는 더 강력해 질 것”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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