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불통 ‘기하성’, 무엇이 두려웠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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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불통 ‘기하성’, 무엇이 두려웠던가?
  • 이인창 기자
  • 승인 2023.05.24 16: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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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9월 18일 비 내리는 오후, 예장 합동총회 제97회 정기총회 현장은 개회 전부터 용역 인력이 대거 동원돼 원천봉쇄 됐다. 총회 총무의 ‘가스총’이 총회 석상에 등장했던 초유의 사건, 그 때다.

용역들은 출입 기자들을 막아섰다. 용역에 맞서 진입을 시도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당시 기자들은 비를 맞으며 언론 탄압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던 기억이 난다.

다행히 개회예배 후 회무가 시작되자 상황은 바뀌었다. 전국 총대들은 “언론을 막는 것은 결코 용인될 수 없다”고 성토하면서, 굳게 닫혀있는 회의장 문이 활짝 열렸다. 총회원들의 언론 인식에 크게 감명 받았다.

흔히 기독교계 언론을 ‘한국교회의 눈’이라고 부른다. 교계 기자는 교단 회원들이, 산하 성도들이 갈 수 없는 총회 현장을 보도해야 한다는 사명이 있다. 그른 것은 없는지 잘한 것은 무엇인지 판단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의무감이다. 언론 용어로는 감시견(watch dog) 역할이 그것이다.

지난 22일 전남 여수엑스포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기하성 제72회 정기총회에서 개회예배 직후 모든 언론사 기자들은 쫓겨나야 했다.

여타 총회에서도 가끔 민감한 안건에 대해 일시적 퇴장을 요청받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재판이나 연금 등 개인정보와 재산권 행사와 관련된 경우다. 현장을 지키지 못해 아쉽지만 기자들은 대개 이해하고 출입처의 요청을 수용한다.

그런데 회무 전체를 원천봉쇄 당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날 기하성 회무는 약 한 시간 만에 일사천리로 끝났다. 총대들도 하나같이 분위기가 좋았다고 했다.

회의를 마치고 나오는 이영훈 대표총회장에게 기자 출입을 막은 이유를 물었다.
그는 “커뮤니케이션에 오해가 있었다.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교단 총무가 갑자기 기자들을 일으켜 세워 회의장에서 나가달라 요구했을 때 여수까지 간 기자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축제처럼 일사천리로 치러진 기하성 총회. 심지어 대표총회장 이영훈 목사가 14년째 만장일치 박수로 추대되는 경사스러운 총회였음에도 불구하고 도대체 왜 ‘한국교회의 눈’을 가리려고 했는지 아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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