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는 ‘다름’이 아닌 ‘다채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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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는 ‘다름’이 아닌 ‘다채로움’!
  • 이의용 교수
  • 승인 2023.05.24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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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용의 감사행전 (43)
이의용 / 아름다운 동행 감사학교 교장, 전 국민대 교수
이의용 / 아름다운 동행 감사학교 교장, 전 국민대 교수

직장생활을 할 때 같은 부서에 간질(뇌전증) 환자가 있었다. 평소에는 멀쩡한데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져 손발을 극심하게 떨면서 혀를 깨물기도 하고 입에 거품을 머금곤 했다. 그때마다 부서 전체가 ‘비상’ 상황을 겪어야 했다. 뇌전증은 뇌 세포가 일시적으로 이상을 일으켜 과도한 흥분 상태를 유발함으로써 나타나는 뇌 기능의 마비 현상이라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그가 흥분하지 않도록 늘 주의를 해야 했지만, 일을 하다가 흥분을 하면 다시 증상을 일으키곤 했다. 

대학생 시절, 교회에서 중등부 교사를 할 때 소아마비를 앓은 여학생이 있었다. 음악을 좋아해 주일 오후에는 기타를 들고 광나루의 정립회관에 가서 장애 청소년들에게 싱얼롱(Singalong)을 인도하곤 했다. 어느 날 그 학생과 얘기하며 “장애인들과 ‘놀아준다’…”고 했는데, 그 아이는 울면서 내게 항의를 했다. ‘사랑’이 아니라 ‘동정’이었느냐며. 사실 우리 형님 중에도 한 분도 어려서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해 평생 한쪽 다리를 펴고 사셨다. 그 형님의 슬픈 인생을 어려서부터 지켜보면서 나는 장애인을 잘 이해한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그렇지 못했던 것 같다.

정부 통계(2020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등록 장애인은 267만명에 이른다. 전 국민의 5.1%다.  지체장애가 45.9%이고, 청각장애가 15.0%, 시각장애가 9.6%, 뇌병변장애가 9.5%다. 놀라운 건, 이들 중 88.1%가 후천적 장애라는 사실. 선천적 장애는 5.1%에 불과하다. 후천적 장애 원인 중 56.2%가 질환 후유증이고, 사고로 인한 경우는 32.1%. 현재는 비장애인이지만 누구나 언제라도 사고나 질환으로 인해 장애인이 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는 15%라고 한다.

장애인 대부분은 누군가의 보살핌이나 경제적 도움을 필요로 한다. 그 가족들의 고통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다. 그래서 장애인 부모들은 장애 자녀가 자신과 함께 세상을 떠나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누구나 늙으면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장애인이 된다. 우리 모두는 예비 장애인이다. 때문에 장애인도 불편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이뤄나가야 한다. 휠체어를 타는 지체 장애인들은 외출을 하기 전에 물을 마시지 않는다고 한다. 

화장실 이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장애인들도 지하철, 버스, 택시를 타고 가고 싶은 곳으로 가야 하고, 즐겁게 삶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지난번 장애인들의 지하철 시위 때, 나 역시 중요한 약속에 늦게 되었지만 불평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에게 미안해 했다.     

국민 중 장애인 5%, 교인 중 장애인은 몇 %나 될까?

전 국민의 5% 이상이 장애인인데 교인 중 장애인이 몇 %나 되는지 살펴보자. 교회마저 장애인이 출입하고 예배에 참여하기가 불편한 곳은 아닌지 되돌아보았으면 한다. 수년 전 어느 대학은 새로 입학한 단 한 명의 장애 학생을 위해 많은 시설을 뜯어고쳤다. “어느 누구나 주께 나오라”고 외치려면 교회 출입구 계단부터 휠체어가 오르내릴 수 있게 고쳐야 한다. 설교도 수어로 통역해줘야 한다. 인천의 어느 교회는 장애인들이 교회생활을 할 수 있게 많은 배려를 해주고 있다. 그래서 아주 먼 곳에서도 장애인들이 이 교회를 다닌다. 거기서 휠체어 탄 장애 학생의 휠체어를 빼앗아서 타면서 즐겁게 노는 청소년들의 모습을 보고 크게 놀란 적이 있다. 그만큼 장애학생과 비장애 학생들 간에 격의가 없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지금 어느 지체 장애인이 반갑다며 달려와 포옹을 해올 때, 나도 그를 와락 끌어안을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장애인과 어떻게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지를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산다. 그냥 동정하거나 피하려고만 한다. 장애인학교가 들어설 때 오히려 교인들도 나서서 반대운동을 한다. 남녀를 구분하던 중고등학교가 남녀 공학을 하면서 서로를 더 이해하게 되었듯이, 학교와 교회부터 장애인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걸 배우는 ‘통합’ 교육을 해야 한다. 장애인은 비장애인을 배워야 하고, 비장애인은 장애인을 배워야 한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우영우는 말한다. “제 삶은 이상하고 별나지만 가치있고 아름답습니다” 그 역할을 했던 배우 박은빈은 말한다. ”각자 가지고 있는 고유한 특성을 ‘다름’이 아닌 ‘다채로움’으로 인식하길 바랍니다.“ 우리 머릿속에 가득한 차별과 편견부터 없애자. 주님은 오늘도 약자를 내 몸과 같이 여기라고 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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