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언서 해설] 하나님은 진노 중에도 다 멸하지 않으시고 ‘남은 자’를 두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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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서 해설] 하나님은 진노 중에도 다 멸하지 않으시고 ‘남은 자’를 두신다
  • 유선명 교수
  • 승인 2023.05.23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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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72호 / 유선명 교수의 예언서 해설 (85) - “칼을 피하여 이방인들 중에 살아남은 자가 있게 할지라” (겔 6:8)

몸이 묶이고 굶주리는 고통의 기간을 채운 에스겔에게 또 다른 미션이 주어집니다. 이번에는 전쟁용 검을 면도로 삼아 자기 머리털과 수염을 밀라는 명령이었습니다(5:1~2). 전장에 오래 머문 군인들이나 할 일을 굳이 시키신 이유는 명확합니다. 비정상의 시간 속에서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이스라엘에게 충격요법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에스겔이 민 머리털은 저울에 달아 삼등분을 한 뒤, 한 뭉치는 예루살렘 성중에서 불태우고, 또 한 뭉치는 칼로 내려치고, 나머지는 바람에 흩어버려야 했습니다. 하나님께서 곧바로 설명해 주신 대로 백성의 삼분의 일은 포위당해 굶주림과 전염병으로 죽고, 삼분의 일은 성으로 진입한 군대의 창칼에 죽고, 삼분의 일은 흩어지고 포로로 잡혀가리라는 예고입니다. 전쟁은 언제나 참혹한 일이지만, 대량살상무기가 없었던 고대의 전쟁은 종종 현대전보다 천천히, 사람을 ‘말려 죽이는’ 방식으로 진행되곤 했습니다. 포위가 길어져 보급이 끊기면 굶주림과의 고통스러운 싸움이 이어졌습니다. 주민들이 쇠약해지고 희생자가 늘어나면 장례도 감당하기 어려워집니다. 결국 시신이 부패하고 전염병이 도는 것을 막기 위해 망자들에게 예를 갖추지 못하고 화장하게 됩니다. 우리가 코로나19의 초기 확산 때 경험한 것과 다르지 않은 비상 상황의 모습입니다. 에스겔이 머리털을 가지고 행한 퍼포먼스는 유다 땅 특히 예루살렘에 남겨진 이들이 겪을 어두운 미래를 보여주는 시사회였던 것입니다.

가장 섬뜩한 것은 침략자의 칼에 흩어지는 백성을 하나님이 몸소 추격하시겠다는 말씀입니다(2절). 심판의 엄혹함을 넘어 하나님의 진노가 생생히 느껴지는 장면입니다. 이것은 이스라엘의 죄가 ‘범법행위’만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배신행위’라는 점을 잘 보여줍니다. 하나님의 사랑과 신뢰를 저버리고 그들에게 맡겨 주신 사명을 저버린 것이 이스라엘의 죄였습니다. 이스라엘의 죄가 이방 나라들보다 더하다고 꾸짖으십니다. “주 여호와께서 이와 같이 이르시되 이것이 곧 예루살렘이라 내가 그를 이방인 가운데에 두어 나라들이 둘러 있게 하였거늘 그가 내 규례를 거슬러서 이방인보다 악을 더 행하며 내 율례도 그리함이 그를 둘러 있는 나라들보다 더하니 이는 그들이 내 규례를 버리고 내 율례를 행하지 아니하였음이니라(5:5~6).” 객관적으로 이스라엘 사회가 다른 나라들보다 더 사악해서라기보다, 열방의 빛이 되어 하나님의 거룩함으로 이끌어야 할 책임을 유기한 데 대한 하나님의 진노가 묻어나는 말씀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진노는 최종적이지 않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사랑을 버리시거나 언약을 파기하실 수 없으시기에 이스라엘의 멸망을 허락지 않으십니다. 이스라엘이 좇던 우상을 부수고 그들의 죄를 응징하시긴 해도, 그들을 진멸하지는 않으시고 ‘남은 자’를 두어 언약 백성의 명맥을 잇게 하신다는 뜻입니다. “내가 너희가 거주하는 모든 성읍이 사막이 되게 하며 산당을 황폐하게 하리니 이는 너희 제단이 깨어지고 황폐하며 너희 우상들이 깨어져 없어지며 너희 분향제단들이 찍히며 너희가 만든 것이 폐하여지며 또 너희가 죽임을 당하여 엎드러지게 하여 내가 여호와인 줄을 너희가 알게 하려 함이라 그러나 너희가 여러 나라에 흩어질 때에 내가 너희 중에서 칼을 피하여 이방인들 중에 살아 남은 자가 있게 할지라(6:6~8).” 심판 중에도 긍휼을 멈추시지 않는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우리가 날마다 새겨야 할 이유입니다. “여호와의 인자와 긍휼이 무궁하시므로 우리가 진멸되지 아니함이니이다 이것들이 아침마다 새로우니 주의 성실하심이 크시도소이다(애 3:22~23).”

백석대·구약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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