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근원은 ‘성경으로’ 돌아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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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근원은 ‘성경으로’ 돌아가는 것”
  • 박찬호 교수 / 백석대
  • 승인 2023.05.17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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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 교수의 목회현장에 꼭 필요한 조직신학 9) 종교인가 계시인가?

도스토예프스키의 대작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그 분량이 성경에 가깝기 때문에 마음 잡고 읽는데 거의 일주일이 꼬박 걸린다. 모든 것이 영상화되는 시대에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이런 소설책을 진득하게 읽어내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는 3명의 형제가 등장한다. 큰 아들인 드미트리 카라마조프는 인간의 육욕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그런가하면 둘째 아들인 이반 카라마조프는 인간의 지적인 교만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마지막으로 막내인 알료사 카라마조프는 인간의 종교적 추구를 상징하는 거룩한 인물로 나온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신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은 꼭 읽어야 할 필독서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성경 읽기에도 시간이 부족한 것이 대부분의 목회자와 신학생들의 현실이라고 한다면 유튜브에 무료로 서비스되고 있는 1, 2부로 되어 있는 “까라마조브의 형제들”(The Brothers Karamazov)이라는 영화를 통해서라도 그 내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영화에는 율 브린너가 큰 아들 드미트리 카라마조프로 나온다. 이 영화는 잘 만든 영화로 호평을 받고 있지는 않지만 전체적으로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의 내용을 파악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고 할 수 있다.

요즘 우리나라 기독교, 특별히 개신교는 동네북과도 같은 신세로 전락한 것은 아닌가 하는 푸념을 여러 곳에서 듣게 된다. 이런저런 영화나 드라마에 거의 단골메뉴처럼 우리 기독교 신자들을 등장시켜 비아냥거리고 민망한 장면을 연출하기에 바쁘다. 목사가 뜬금없이 마약 왕으로 등장하기도 하고 목사 딸이 버젓이 예배가 진행 중인 때에 교회에서 마약을 하는 장면이 교차 편집되어 드라마에 등장하기도 한다. 이런 기독교를 향한 비아냥이 근거가 없는 모함이라면 사실 아무런 문제가 될 것이 없다. 하지만 우리를 향한 이런 조소와 비난이 혹여 우리가 뿌린 것을 거두고 있는 것이라면 통렬한 자기 성찰의 기회를 가짐이 마땅하리라 보인다.

1969년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교회를 다녀 지금까지 54년을 충실한 개신교 신자로서 살아온 개신교 목사요 신학교 교수인 나는 지금 한국교회 특별히 개신교회의 위기 상황이 안타깝기만 하다. 54년 전 내가 승선한 배가 침몰 위기를 겪고 있는 것이다. 분명 개신교 신앙은 지금 우리나라에서 위기를 만나고 있다.

500여 년 전 루터와 칼빈을 비롯한 종교개혁자들은 ‘근원으로’(ad fontes)라고 하는 인문주의자들의 구호에 동의하였다. 이런 근원으로 돌아가려는 관심은 그리스 고전 시대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고 기독교 신앙에 있어서는 성경 원전에 대한 관심이 일어나게 되었다. 성경은 기독교 신앙의 근원적인 권위라고 할 수 있다. 심지어는 교회 전통을 중시하는 가톨릭에서마저도 ‘규범화된 규범’인 전통에 비해 성경은 ‘규범을 만드는 규범’이다.

그러면 중세 가톨릭 교회에는 성경이 없었는가? 중세에 통용되었던 성경은 원어 성경이 아니라 라틴어 역본이었던 벌게이트(Vulgate)였다. 성경의 원어인 히브리어와 헬라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중세 기간 동안 권위있는 역본으로 통용되던 벌게이트 성경의 권위에 대한 도전이 제기되었고 성경으로 돌아가자는 구호는 각자가 어떤 성경의 역본을 소유하고 있느냐의 싸움이 되었다.

17세기 잉글랜드의 신학자 윌리엄 칠링워스(William Chillingworth, 160~1644)는 “성경, 오직 성경만이 개신교도들의 종교다”(The Bible, the Bible alone, is the Religion of Protestants)라는 유명한 말을 했다.

우리 인간이 가지고 있는 종교성은 일면 매우 숭고한 것이다. 하지만 이 종교성은 방향 잃은 폭주를 일으키기도 한다. 성경은 기본적으로 이 종교성에 대해 부정적이다. 온갖 우상숭배의 온상이 되기도 하고 많은 폐단을 낳는 것이 바로 인간의 종교성이다. 기독교가 종교가 아니라는 주장은 20세기 최고의 신학자 칼 바르트(Karl Barth)의 주장이기도 하고 베이직교회 조정민 목사의 주장이기도 하다. 바르트는 기독교를 포함한 종교와 하나님의 계시로서의 예수 그리스도를 강하게 대비시켰다. 기독교는 종교가 아니라 계시이며 인간에게서 하나님께로 가는 길은 없다. 조정민 목사는 기독교가 종교였다면 자신은 예수를 믿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자신이 예수님을 찾은 것이 아니라 예수님이 자신을 찾아오셨음을 간증하고 있다. 인간의 종교심은 성경의 인도를 받을 때 바른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래서 온갖 거짓이 판치는 세상에서 참 진리가 온전하게 드러나기 위해서는 성경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고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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