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는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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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는 권리
  • 정하라 기자
  • 승인 2023.05.09 22: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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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아이들이 마음껏 뛰며 소리를 질렀다. 이날만큼은 어느 누구도 아이들을 향해 조용히 해라, 뛰면 안 된다고 다그치지 않았다. 에어바운스와 각종 놀이기구로 교회 앞 주차장이 한순간에 아이들의 천국으로 변했다. 전날 내린 비로 행사가 중지될까 우려했던 것도 기우에 그쳤다. 오히려 전날 내린 비로 인해 한결 맑은 하늘과 공기가 아이들을 반겼다.

지난 7일 기자가 출석하는 교회에서 열린 어린이주일 행사의 주인공은 단연 아이들이었다. 한시도 쉬지 않고 교회 공간을 방방 뛰어다니며 축제를 한껏 즐기는 아이들의 모습에 어른들도 덩달아 신이 났다. 동시에 이렇게 뛰놀기 좋아하는 아이들이 도심 속 주거공간에 갇혀 그동안 얼마나 답답했을지 안쓰러운 마음도 들었다.

“어린이의 생활을 항상 즐겁게 해주십시오.”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소파 방정환 선생 주도로 창립된 소년운동협회에서 1923년 발표한 ‘어린이선언’의 일부분이다. 하지만 이러한 선언이 얼마나 우리 사회에서 지켜지고 있을까.

요즘 아이들이 조금만 뛰거나 소리를 질러도 층간소음 걱정에 아이들을 단속하기 바쁘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방과 후 수업과 학원에 어두컴컴해진 저녁이 다되어서야 집에 들어간다. 하지만 즐겁게 웃고 뛰노는 것이 아이들 본연의 모습이 아닌가.

어린이날 101주년을 맞아 최근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은 ‘2023 아동행복지수’를 발표했다. 보고서에서는 전국의 아동·청소년 2천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무려 87%의 아이들이 행복지수가 낮다고 응답했다. 10명의 아동 중에 9명에 가까운 아이들이 행복하지 않다고 응답한 것이다. 수면시간이 짧고, 과다한 공부시간에,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 아이들이 상대적으로 행복감이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비단 어린이주일만이 아니라, 아이들이 웃고 떠들며 자유로운 쉼을 만끽할 수 있는 내일을 바라는 것은 사치일까. 한국교회가 사회가 힘을 합해 아이들의 놀 권리, 행복한 권리를 위해 노력한다면, 다음세대가 줄어드는 교회학교의 불안한 현실을 타개할 방안이 될지 모른다.

“어린 아이들이 내게 오는 것을 용납하고 금하지 말라(눅18:16)”고 하신 말씀을 아로새겨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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