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 은퇴는 한국교회의 '뇌관'…각자도생으론 못 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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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자 은퇴는 한국교회의 '뇌관'…각자도생으론 못 풀어
  • 손동준
  • 승인 2023.04.19 16:2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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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은퇴목회자의 삶과 딜레마(끝) 목회자의 은퇴 준비, 누구의 몫인가

은퇴 과정에서 예우 문제로 갈등하는 사례 적지 않아
베이비부머 세대 목회자 은퇴 본격화, 대다수 생활고
이벤트 아닌 근본적 문제 해결할 새로운 상상 요구된다
목회자 은퇴 문제는 한국교회의 ‘뇌관’으로 불릴 만큼 심각한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 문제를 개교회와 목회자 개인에게 맡겨둬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사도신경 속의 공교회에 대한 고백처럼 한국교회 전체의 문제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목회자 은퇴 문제는 한국교회의 ‘뇌관’으로 불릴 만큼 심각한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 문제를 개교회와 목회자 개인에게 맡겨둬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사도신경 속의 공교회에 대한 고백처럼 한국교회 전체의 문제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서로 ‘종’이네 ‘양’이네 하고 살았던 사람들끼리 등을 돌리고 뭐 이렇게 얼굴 붉히고, 저주하고 이게 뭡니까.”

은퇴 목사 A의 말이다. 목회자 은퇴 과정에서 예우 문제를 놓고 벌어지는 논란에 대한 적나라한 표현이다.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조성돈 교수는 “곳곳에서 교회가 깨지고, 서로를 향한 저주와 원망이 난무하지만, 아직도 은퇴에 대한 대책이 없다”며 “각 교회가 알아서 해야 하는 형편인데, 그 모양을 보면 평안한 곳이 없다”고 했다. 

기윤실 포럼 ‘한국교회 목회자 은퇴 시스템을 생각하다’에서 조 교수는 ‘한국교회 뇌관:은퇴’를 주제로 발제하면서 “이제 교회가 부흥할 때 세워졌던 많은 목회자가 은퇴를 앞두고 있다. 사회적으로 이야기하는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가 시작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미 많이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터지고 있는 연쇄 폭발의 위험에 바리케이트를 쳐야 한다”고 경고했다. 조 교수의 지적처럼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함과 동시에 수많은 목회자의 은퇴가 예상된다. 문제는 한국교회 절반가량이 미자립교회이고 다수의 교회가 교인 수 100명 미만의 소형교회라는 점이다. 작고 평범한 대다수의 교회는 적정한 목회자의 은퇴 보수를 지급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이로 인한 목회자의 생계 문제야말로 목회자 은퇴의 ‘뇌관’이라 부를 만하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다.

 

공교회적 접근 필요

이럴수록 어느 한 교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교회의 문제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성결대 김상덕 교수(신학과)는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우리의 신앙고백 안에서 찾는다. 그는 한국교회가 주일마다 함께 고백하는 사도신경의 한 대목 “성령을 믿사오며 거룩한 공회와 성도가 서로 교통하는 것과”를 언급했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 된 지체로서 한 성령 안에서 하나 되었으며, 각기 서로 다른 지체로서 감당한 역할이 다르고 처한 상황이 다를 수는 있어도 모두 하나라는 것. 

김 교수는 “공교회성은 교회의 본질”이라며 “한국교회가 진심으로 사도신경을 우리의 신앙고백으로 고백한다면, 목회자 은퇴로 말미암아 작은 교회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서로 돌보아 살펴야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 나아가 “미자립교회와 준미자립교회의 경우, 이들이 처한 경제적 어려움, 불평등, 구조적인 문제들이 산적한데 이를 개인과 개교회가 스스로 해결하라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벼랑 끝에 몰려 당장이라도 떨어질 것 같은 사람에게 ‘그건 네 스스로 해야 할 일이니, 알아서 해결해!’라고 말한다면, 그 사람을 내 손으로 직접 미는 것만 다를 뿐 떨어지도록 방치한 행위와도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속 교회와 교단의 지원으로 개척 시 5억원을 지급하고 매달 모든 목회자에게 선교 지원비 명목으로 191만1440원을 지원하는 루터회, 교회와 교구의 출연금으로 1년에 3억원 가량의 목회자 생활보장제도를 운용하는 성공회, 생활보장기금 마련을 위해 모든 목회자가 자신의 십일조의 50%를 부담하는 한국기독교장로회의 사례를 언급했다. 

김 교수는 “대부분의 교단들이 헌법 안에 이런 공교회적 연대책임의 정신을 담고 있지만, 그조차 지켜지지 않기 때문에 오늘날의 문제가 벌어지는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의 공교회적 차원의 고민이라는 건 큰 교회가 작은 교회를 돕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근본적인 변화를 도모할 수 있는 새로운 접근이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교단 차원의 은퇴에 대한 일종의 규칙이나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조성돈 교수는 “교회마다 은퇴하는 목사와 교회가 절충을 하는데, 서로 목사와 교인으로 살다가 돈 문제로 ‘거래’를 해야 하니 쉽지 않다”며 “교회마다 여건이 다르고, 목사마다 사역 연수와 기여도 등 변수가 많지만, 기본적인 규칙이 정해져 있다면 그것을 기본으로 논의를 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은퇴와 관련한 중재위원회를 노회 차원에서 구성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당사자들이 직접 나설 것이 아니라 중재하는 사람이 있어서 합리적으로 이끌어 준다면 좀 더 합법적인 선에서 은퇴 과정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 조 교수는 끝으로 “은퇴를 처음 맞는 교회들이 많고 경험이 있다고 해도 시대의 변화 때문에 현재에 적용이 쉽지 않다”면서 “은퇴를 목전에 두고 은퇴 준비를 시작한다면 너무 현실적으로 되어서 서로 불편하기만 하다. 은퇴 준비는 일찍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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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마 2023-04-20 15:33:10
단순 은퇴걱정뿐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