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주를 열며] 플라스틱 바다와 기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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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주를 열며] 플라스틱 바다와 기후위기
  • 유미호 센터장
  • 승인 2023.04.19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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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미호 센터장 /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유미호 센터장
유미호 센터장

올해 세계는 다시 플라스틱 문제를 주목하고 있다. 만들어진 지 100년도 채 안 되는 플라스틱은 생명을 구하는 의료기기부터 식품 보관에 이르기까지 지구상 곳곳 안 쓰이는 곳이 없다. 그런데 이를 사용한 대가가 너무도 크다. 바다 쓰레기의 약 85%가 플라스틱일 만큼 해안선, 강어귀를 따라 소용돌이치는 거대한 해류와 외딴 섬, 해빙은 물론 바닷속 깊은 곳에서까지 보이지 않는 곳이 없다. 특히 꼭 필요한 것도 아니고 피할 수도 있는 일회용 포장재와 일회용품의 사용량이 엄청난데, 매년 바다로 유입되는 플라스틱이 약 1,100만 톤이나 된다. 앞으로 20년 안에 3배나 더 늘어난다고 하는데, 그때는 해안선마다 1m당 50kg의 플라스틱을 떠안고 있게 될 것이다.

모두 알다시피 플라스틱은 분해되지 않는다. 바다 쓰레기의 대부분은 시간이 지나면서 잘게 쪼개질 뿐인데, 그래서 현재 모든 바닷새 및 해양 포유류 종의 거의 절반, 그리고 많은 수생 생물에게서 플라스틱이 발견되고 있다. 그렇지 않은 경우라도 바다 위에 떠다니던 플라스틱은 결국 해저로 가라앉아 산호초와 해저 해양 생물을 질식시키고 있다.
최근 전문가들은 미세 혹은 나노 플라스틱 문제 또한 주목하고 있다. 그 독성이 건강을 심각히 위협하기 때문인데, 사람들이 공기를 통해, 음식과 물을 통해, 피부를 통해 흡수한 미세 플라스틱이 폐와 간과 비장, 그리고 신장에서 검출되고 있다. 심지어는 신생아의 태반에서까지 발견되고 있다.

눈여겨볼 것은, 기후위기와 마찬가지로 플라스틱에 의한 피해는 똑같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부유한 국가는 점점 더 많은 플라스틱 폐기물을 생산하는데, 폐기물은 그 처리가 덜 복잡한 가난한 나라들로 유입되고 있다. 문제를 풀어본다고 재활용에 관심을 두고 있지만, 여전히 전 세계 재활용률은 낮다. 미국과 같은 경제적 선진국도 9%에 불과하다.
또 한 가지 살필 것은, 플라스틱도 기후 문제라는 것이다. 플라스틱도 화석 연료인 석유에서 생산되니, 많이 만들면 만들수록 화석 연료를 더 써서 기후 위기를 심화시키게 된다. 최근 몇 년 동안 기후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서라도 바다를 시급히 보호해야 한다는 전 세계인들의 목소리가 높다. 바다는 지구상에서 가장 큰 탄소 흡수원으로, 탄소 배출이 대기에 가둔 열의 90%를 저장하고 있다. 산업혁명 이후 생성된 추가 이산화탄소의 3분의 1도 저장하고 있다. 그래서 고맙기는 하지만, 그로 인해 바닷속은 온난화되고 산성화되어 바다 생태계의 중요한 요소인 맹그로브, 해초, 산호 및 염습지가 망가지고 있다. 더 망가지면 제 역할을 할 수 없을 것이고, 회복력을 완전히 잃을 수도 있다.

이제 플라스틱 문제는, 생물 종의 멸종, 기후위기와 같이 가장 시급한 지구적 과제다. 바다 플라스틱의 양이 너무 많고 계속 늘어날 것이라 걱정은 크지만, 그래도 전문가들은 해결책이 없지 않다고 말한다. 일회용 플라스틱을 비롯해 꼭 필요한 것이 아니거나 피할 수 있는 것이라면 플라스틱의 사용을 금지해, 시장에 영향을 주고 그로써 다른 이들의 행동에도 변화를 일으켜낸다면 가능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려면 좀 더 많은 이들이 플라스틱 오염을 위기로 함께 인정해야 한다. 곳곳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금지 실험을 하고, 플라스틱 제품 생산을 재설계하고 재사용을 위한 기업의 약속을 받아낸다면, 우리는 바다로 유입되는 플라스틱의 흐름을 막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바닷새도 물고기들도 태초에 받은 ‘생육하고 번성하는’ 복을 다시 누리게 하는 이웃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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