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 중에도 긍휼을 쉬지 않는 신실하신 하나님을 믿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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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계 중에도 긍휼을 쉬지 않는 신실하신 하나님을 믿으라
  • 유선명 교수
  • 승인 2023.04.19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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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명 교수의 예언서 해설 (71) - “여호와께서 그가 말씀하신 대로 행하셨으니” (렘 40:3)

바벨론과 애굽(이집트)이라는 슈퍼파워들의 기싸움에 이골이 난 유다였지만, 신바벨론 왕국의 맹주 느부갓네살의 약진은 이미 쇠약해진 유다 왕국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일이었습니다. 바벨론은 유다의 파괴와 살육을 면하게 해주겠다며 무저항 항복을 요구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항복 후에는 조공과 병력, 여성들을 포함한 민간인 인력 차출 등 고통스런 대가가 따를 것이었습니다. 바벨론이 이스라엘을 집어삼키고 자신들의 코앞으로 진출하는 것을 원치 않았던 애굽은 유다왕국 내의 친애굽파를 움직여 자신들과 연대하면 바벨론을 막아주겠다며 군대를 보내 유다 영토에 자신들의 방어선을 구축하려는 속내를 드러냅니다.

유다 귀족들 중에는 애굽과의 연대만이 나라를 존속시킬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라 믿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저항불가론자들은 그런 군사행동이 당장은 바벨론의 진격을 완화시킬 수 있겠지만 무저항 항복을 요구하던 바벨론의 비위를 거슬러 더 큰 화를 부를 수도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거대 제국들의 각축장에서 군소국가들은 각자의 생존을 위해 이합집산을 반복했고 유다 정치가들은 어느 편에 줄을 서야할지 저울질하며 갑론을박하고 있었습니다. 이제 유다는 목숨을 건 줄타기에 오른 셈이 되었습니다.

예레미야는 현실 전략으로서가 아니라 하나님의 선포에 근거해 바벨론에게 저항하지 말고 나라의 몰락과 70년 유배생활을 받아들이라고 외쳤습니다. 좋은 선택지라고는 없어 보이는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의지할 분은 오직 하나님이시고, 하나님의 계획을 다 이해할 수 없어도 말씀하신 대로 행동하는 것만이 살 길이라고 강조한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정치의 셈법을 떠나서는 살 수 없는 권력자들은 결국 바벨론과 애굽을 오가며 충성을 맹세하고 나라를 허수아비로 추락시키고 맙니다. 요시야 사후 왕위계승에서 동생에게 밀렸다가 그를 애굽에 넘긴 대가로 왕위에 올랐던 여호야김은 신바벨론이 애굽을 굴복시키자 곧바로 항복해 변절합니다(단 1:1~2). 유다를 접수하기 위해 바벨론이 밀어 왕위에 올린 시드기야는 애굽이 부추긴 반-바벨론 동맹에 가담하여 바벨론을 배신합니다. 이것이 발각되자 야반도주 끝에 잡혀와 눈앞에서 아들들이 죽임을 당하고 눈알을 뽑힌 채 바벨론으로 개처럼 끌려가는 운명을 맞습니다. 슬프게도 이 누추한 엔딩은 시드기야 혼자만이 아닌 이스라엘-유다 역사의 종결장면이 되고 말았습니다.

“바벨론의 왕이 립나에서 시드기야의 눈앞에서 그의 아들들을 죽였고 왕이 또 유다의 모든 귀족을 죽였으며 왕이 또 시드기야의 눈을 빼게 하고 바벨론으로 옮기려고 사슬로 결박하였더라 갈대아인들이 왕궁과 백성의 집을 불사르며 예루살렘 성벽을 헐었고 사령관 느부사라단이 성중에 남아 있는 백성과 자기에게 항복한 자와 그 외의 남은 백성을 잡아 바벨론으로 옮겼으며 사령관 느부사라단이 아무 소유가 없는 빈민을 유다 땅에 남겨 두고 그 날에 포도원과 밭을 그들에게 주었더라”(렘 39:6~10)

아무리 바벨론 유배라는 역사의 향방이 정해졌다 하더라도, 왕이 중심을 잃지 않고 하나님의 뜻을 구하며 말씀에 순종했더라면 그들의 삶은 달라졌을 것입니다. 그들의 하나님은 징계하시는 가운데에서도 긍휼을 그치지 않고 그들을 돌보시는 신실하신 하나님이시기 때문입니다. 훗날 유다의 파국을 보고도 믿음의 사람은 이렇게 고백할 수 있었던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이것을 내가 내 마음에 담아 두었더니 그것이 오히려 나의 소망이 되었사옴은 여호와의 인자와 긍휼이 무궁하시므로 우리가 진멸되지 아니함이니이다 이것들이 아침마다 새로우니 주의 성실하심이 크시도소이다”(애 3:21~23) 말씀하신대로 행하시는 하나님. 신실하신 그분이 우리 하나님이십니다.

백석대 교수·구약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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