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약 중간사] 고통과 위험, 따돌림 감수해야 할 ‘할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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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구약 중간사] 고통과 위험, 따돌림 감수해야 할 ‘할례’
  • 김병국 교수
  • 승인 2023.04.19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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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국 교수의 신구약 중간사 이야기 (3)
김병국 교수(백석대·신약신학)
김병국 교수(백석대·신약신학)

할례의 어려움
그러면 우리는 “아, 그까짓 할례 그냥 받아버리면 되지, 왜 그걸 안 받고 ‘하나님을 경외하는 자’의 수준에 머물러 있나?”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그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할례라는 것이 잘 아시다시피 오늘날의 포경수술을 말합니다. 지금이야 비교적 간단한 수술이지만 그 옛날에는 성인이 되어 포경수술을 받는다는 것은 엄청난 결단을 요구하는 심각한 일이었습니다. 그 이유는 크게 다음 세 가지입니다.

첫째, 할례를 받을 때의 엄청난 고통입니다. 유대인들은 태어난지 팔 일 만에 할례를 받기 때문에 할례의 고통을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변변한 마취제나 진통제가 없던 그 시절에 성인 남자가 할례를 받는다는 것은 엄청난 고통을 각오해야 하는 일이었습니다. 창세기에 보면 야곱의 딸 디나가 세겜에 의해 추행을 당합니다. 이에 대한 보복으로 그녀의 오빠들은 거짓말로 세겜을 속여 그 성의 모든 남자들이 할례를 받도록 합니다. 그리고 제 삼일에 그들이 고통스러워할 때 시므온과 레위가 그 성을 습격하여 그 성의 모든 남자들을 죽여 버립니다(창 34:25).

둘째, 할례는 고통스러울 뿐만 아니라 무척 위험한 일이기도 했습니다. 수술을 받다가 과다출혈로 사망할 수도 있었고, 소독제나 항생제가 발달하지 못한 시대였기 때문에 나중에 염증이 생겨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었습니다.

셋째, 할례는 자기 동족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할 수 있는 위험을 가져다주었습니다. 당시 지중해 연안의 도시에서는 공중목욕탕 문화가 발달했습니다. 그런데 그곳은 몸을 씻는 것보다는 남자들끼리의 사교의 장소로 흔히 사용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당시 다른 민족들 사이에서 할례를 받는다는 것은 야만적인 행위로 간주되었습니다. 텔레비전을 보다가 아랫입술에 커다란 원반을 끼운 여인들이나 목에 링을 끼워서 길게 늘인 사람들을 보면 불편함을 느끼는 것과 같습니다. 당시에는 할례가 그런 행위들 중 하나였습니다.
멀쩡하던 친구가 어느 날부터 유대인들의 회당에 출입하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 할례라는 것을 받더니 신체의 일부를 훼손하고 공중목욕탕에 나타납니다. 그러면 그 사람은 동족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게 되고, 그것은 경제생활을 비롯한 모든 사회생활에 심각한 장애를 초래했습니다.

당시 유대인들의 역사책에 보면 드루실라라는 여인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 여인은 이방지역에서 살아가는 유대인 여자였는데 젊은 나이에 과부가 되었습니다. 돈이 많고 무척 아름다웠기 때문에 남자들로부터 많은 청혼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경건한 유대인이었던 이 여인은 자신과 결혼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할례를 받아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그러자 모든 남자들이 고개를 내저으며 돌아갔다고 합니다. 할례는 그만큼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백석대·신약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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