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레미야의 예언, 징계 고통 넘어선 희망찬 하나님의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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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레미야의 예언, 징계 고통 넘어선 희망찬 하나님의 약속
  • 유선명 교수
  • 승인 2023.04.19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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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선명 교수의 예언서 해설 (80) - “그들을 자기 앞에서 쫓아내시기까지 이르렀더라” (렘 52:3)

종종 예레미야서의 ‘부록’이라 불리는 예레미야 52장은 열왕기하 24:18-25:7과 거의 동일한 역사기록입니다. 학자들은 예레미야서의 편집자들이 열왕기서의 해당 부분을 가져와 첨부했다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이 ‘부록’이 잡지의 만화부록 같은 ‘덤’은 아닙니다. 이 장은 예언의 내용이 역사 속에서 성취되는 과정을 정확히 보여줌으로써 예언이 예레미야의 사견이 아니라 하나님의 선언이라는 것을 확증해줍니다. 예레미야의 말이 마친 후(렘 51:64) 이어진 이 장 역시 예언의 말씀인 이유입니다.

바벨론의 압박 앞에서 유다의 행보는 갈팡질팡의 연속이었습니다. 자긍심을 지키기 위해 혼신의 투쟁을 하지도 않았고, 하나님의 섭리이니 받아들이라는 예언을 순순히 따르지도 않았습니다. 유다는 바벨론과 주종관계를 약속하고도 애굽의 도움을 기대하며 약속을 깨는 어리석은 행동을 했습니다(3절하). 유다의 마지막 왕들은 하나님의 경륜과 국가의 미래보다는 자신들의 안위만을 생각하는 사람들이었고, 하나님이 미워하시는 악행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성경은 오래도록 하나님의 진노를 격발한 유다의 최후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시드기야가) 여호야김의 모든 행위를 본받아 여호와 보시기에 악을 행한지라. 여호와께서 예루살렘과 유다에게 진노하심이 그들을 자기 앞에서 쫓아내시기까지 이르렀더라(52:2~3).” “쫓아내시기까지 이르렀더라.” 참으로 무서운 말씀입니다. 인자함이 크시고 오래 참으시는 하나님이시지만 진노의 분량이 차는 임계점이 있습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말씀이 과연 이루어질지 의심하던 하박국에게 주신 말씀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이 묵시는 정한 때가 있나니 그 종말이 속히 이르겠고 결코 거짓되지 아니하리라 비록 더딜지라도 기다리라 지체되지 않고 반드시 응하리라(합 2:3)”

세상 이치를 살핀 동양의 현인도 “하늘의 그물은 성글어 보여도 놓치는 법이 없다”고 했는데, 우리 가운데 하나님을 믿는다면서도 하나님을 두려워하지 않는 듯 행동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은 참으로 슬픈 일입니다. 심판은 신속하게 진행되었습니다. 성전이 파괴와 약탈을 당합니다. 성전과 왕궁, 고관들의 집들이 불타고 사람들이 붙들리고 잡혀가며 처형되는 과정이, 바벨론 군대의 행정병이 기록하기라도 한 양 너무도 담담하게 기록되어 도리어 가슴을 저리게 합니다. 성전 구조물과 집기들 역시 빠짐없이 징발되었습니다. 놋기둥, 받침, 놋대야, 가마, 부삽, 집게, 주발, 숟가락, 잔, 화로, 솥, 촛대… 품목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수많은 물품들이 망라되고 있습니다. 금은 집기는 물론이고, 성전의 석재 구조물에 입혀진 ‘무게를 헤아릴 수 없는(20절)’ 분량의 놋도 벗기고 녹여 알뜰하게 가져갑니다. 이 광경을 바라보는 이스라엘 사람들의 마음이란… 자기 몸뚱이가 해체되고 살갗이 벗겨지는 고통이 아니었을까요.

하지만 예레미야가 힘주어 예언했듯 고난의 시간도 그 끝이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여호야긴 왕이 잡혀 온 지 37년 만에 죄수의 신분을 벗고 풀려나 왕궁의 손님 대접을 받게 된 것은 바벨론 제국 내에서 유대인들의 처지가 개선되고 있었음을 짐작하게 해줍니다(31~34절). 70년이 지나면 고국으로 귀환하게 되리라는 예레미야의 예언을 기억하는 이들은, 해방의 날을 향한 소망을 품고 유배지에서 후손과 가업을 키워 디아스포라(Diaspora) 공동체를 일구어 나갔습니다. 생존을 위한 그들의 투쟁이 먼 훗날 바로 그 네트워크를 통해 그리스도의 복음이 온 세계로 퍼져가게 하실 하나님의 경륜이었음을 우리는 압니다. 진정 예레미야의 예언은 징계의 고통 너머에 있는 희망찬 미래를 약속하는 하나님의 음성이었습니다(렘 29:11).

백석대·구약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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