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약 중간사] 회당에서는 말씀을 귀로 듣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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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구약 중간사] 회당에서는 말씀을 귀로 듣는 것
  • 김병국 교수
  • 승인 2023.04.19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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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국 교수의 신구약 중간사 이야기 (4)
김병국 교수(백석대·신약신학)
김병국 교수(백석대·신약신학)

‘하나님을 경외하는 자들’의 고충
랍비들은 회당에서 예배를 드릴 때 툭하면 이 ‘하나님을 경외하는 자들’을 위협하곤 했습니다. “아직 할례를 받지 않으신 분들에게 엄숙히 경고합니다. 어서 빨리 할례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하나님께서는 창세기에서 ‘할례를 받지 아니한 남자 곧 그 포피를 베지 아니한 자는 백성 중에서 끊어지리니 그가 내 언약을 배반하였음이니라’(창 17:14)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지금 상태 그대로 있다가는 큰일 납니다. 어서 할례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가장자리에 앉아 회당 예배를 참관하던 ‘하나님을 경외하는 사람들’은 어쩔 줄을 몰라서 몹시 당황스러워 했을 것입니다. 할례는 너무나 위험하고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랍비의 말은 틀린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성경에는 정말 그렇게 적혀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랍비들이 그런 말을 할 때마다 그들은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크게 마음의 번민을 느꼈을 것입니다.

회당 예배의 순서
당시 유대인들의 회당 예배 형식을 잠시 살펴보겠습니다. 회당장이 예배 진행을 맡았는데 회당장이라는 사람은 오늘날의 담임목사와 관리집사님을 겸한 일을 했습니다.
일단 예배가 시작되면 성경을 낭독합니다. 성경을 낭독하고 나면 설교가 이어집니다. 그런데 유대인들에게는 한 가지 관습이 있었습니다. 즉 여행 중인 랍비가 회당예배에 참석하면 그에게 설교를 권하는 관습이었습니다.

이런 관습을 가장 잘 활용하신 분이 바로 예수님이십니다. 예수님은 어느 회당의 전속 랍비이셨던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성경은 예수님께서 여러 회당에서 말씀을 가르치셨다고 말씀합니다. “…예수께서 곧 안식일에 회당에 들어가 가르치시매”(막 1:21).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회당 예배에 참석하셨다가 관습에 따라 회당장이 설교를 권했을 때 그 기회를 활용하셨기 때문입니다.

또 이 관습을 복음 전파를 위해 잘 사용한 사람이 바로 사도 바울입니다. 그런데 바울이 설교를 시작할 때 처음 사용하는 용어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스라엘 사람들과 및 하나님을 경외하는 사람들아’라는 것입니다. 얼핏 보면 동어반복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전혀 다른 두 종류의 사람들을 지칭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이란 태생적 유대인들과 개종자들 즉 할례를 받은 이방인들을 말합니다. 그리고 ‘하나님을 경외하는 사람들’은 아직 할례를 받지 못한 이방인들을 말합니다. 그들을 이렇게 분류하여 부르는 것이 사도행전 13:26에도 한 번 더 나타납니다. 바울은 설교 도중에 “형제들아 아브라함의 후손과 너희 중 하나님을 경외하는 사람들아”라고 외치는데 여기서 아브라함의 후손이란 태생적 유대인들과 개종자들을 뜻하고 하나님을 경외하는 사람들은 아직 할례를 받지 않은 이방인들을 말합니다.

백석대·신약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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