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칼럼]혼자 남은 유가족의 홀로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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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칼럼]혼자 남은 유가족의 홀로서기
  • 최혁 웰다잉강사(각당복지재단)
  • 승인 2023.04.18 22: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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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을 생각하다 8

자살이란 현 사회로부터 내몰린 끝에 자신이 더 이상 살아가 수가 없다는 막다른 길에서 선택하는 것이기에 사회적 죽음이라고도 불린다. 다음은 동생의 자살과 연이은 어머니의 죽음으로 인해 홀로 남겨진 30대 남성의 사례이다.

어느 날 평소 알고 지내는 목사로부터 전화가 왔다. 교회에 근근이 나오시는 분이 소천하셨는데, 가정 형편이 너무 어려워 장례를 치르지 못할 정도라는 것이다. 교회 또한 새로이 개척해서 큰 도움을 줄 수는 없고 백만 원 정도 지원하겠으니 장례를 치러 달라고 했다.

고인과 함께 장례식장에 도착한 아들의 모습은 슬리퍼에 평상복 차림이었다. 담임목사로부터 연락을 받았다고 인사를 하고 일단 집에 가서 옷을 갈아입고 오라고 말해주었다. 그랬더니 그 아들은 집에 갈 수 없다고 했다. 주머니에 100원짜리 동전 몇 개가 전부여서 버스비조차도 안 된다는 것이다. 옷을 갈아입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선 어떤 상황인지 이야기를 들어볼 필요가 있었다.

그는 수년 전까지만 해도 어머니, 남동생과 함께 행복한 생활을 했다고 한다. 가족 세 명이 함께 일을 하였기에 사는 것이 넉넉하고 웃음이 넘치는 가정이었다고 한다. 이렇게 온 가족이 열심히 일해 번 돈으로 상가 부동산에 투자를 했는데 수익이 났다. 가족은 은행 융자를 더해 추가로 상가에 투자를 했는데 그것이 분양도 임대가 되지 않으면서 고통이 시작되었다고 했다.

늘어가는 이자를 감당하기 위해 온 가족이 열심히 일을 했지만, 아무리 일을 해도 빚은 줄어들지 않아 가정에는 웃음이 사라지고 힘겨움만 더해 갔다고 한다. 실제로는 너무나 형편이 어려워 생계유지조차도 힘든 상황인데 부동산이 있기에 지원도 받을 수 없었다. 이러한 과정 중에 남동생이 가족의 추억이 있는 장소에서 차 안에 번개탄을 피우고 자살했다는 것이다. 유서에는 가족들과 행복한 기억이 가장 많이 남아있는 그 장소를 택하였다고 쓰여 있었다.

이런 안타까운 이야기를 듣고 나서 더욱 최선을 다해 장례를 치러드렸고, 장례 후에는 혼자 남은 아들을 위해 직장을 알아봐주었다. 출퇴근 거리가 멀어 결국 그 직장에는 가지 못하고 출퇴근 가능한 곳에 아르바이트 일자리를 구했다고 한다. 자살 유가족이기에 더욱 마음이 쓰여, 그 후로도 종종 문자를 남겼다. 장례 후 2년이 지난 어느 날 문자메시지를 보내 안부를 물었는데 답신이 없어 불안했다. 다행히 며칠 후에 연락이 왔다. 잘살고 있으니 염려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내용이었다.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동생의 자살로 인한 충격과 미안함, 죄책감 등으로 힘겨웠을 시기에 어머니의 죽음은 그 무엇으로도 치유되지 않을 크나큰 사건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홀로서기를 위해 노력하는 그에게 그저 감사하고, 세상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종종 안부를 계속 물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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