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의 샘물] 중보기도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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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의 샘물] 중보기도의 힘
  • 김기창 장로
  • 승인 2023.04.13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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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창 장로/천안 백석대학교회 원로장로, 전 백석대학교 교수
김기창 장로/천안 백석대학교회 원로장로, 전 백석대학교 교수

몇 년 전 여름, 교회 사무실에 들러서 차 한 잔을 마시고 있을 때, 연세가 지긋하신 여 전도사님이 대여섯 살쯤 된 남자 아이를 데리고 오셨다, 갑자기 몸을 틀고 땀을 비 오듯 흘리며 아파하니 기도를 해 달라고 하셨다. 마침 목회실에 근무하는 모든 분은 여름성경학교 준비물을 사러 외출 중이셨다. 나는 당황했지만 거절할 수가 없었다. 순간, “하나님! 사람들은 추기경이 기도하면 하나님께서 다 들어주는 줄 알아요. 제 체면을 봐서라도 저들을 살려 주세요”라고 하신 김수환 추기경님의 기도가 떠올랐다.

임신 중인 한 유치원 교사가 지병 때문에 자신의 생명과 태아의 생명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할 처지가 되어 김수환 추기경님에게 기도를 부탁했단다. 추기경님은 임산부와 태아 둘 다 살려달라고 오랫동안 간절히 기도하신 후 마지막에 그렇게 마무리 지으셨다고 한다.

어찌 감히 추기경님 기도에 견줄 수 있을까만은 ‘장로’의 기도 응답을 믿고 부탁하신 노 전도사님의 간절한 마음을 읽고 나는 아주 절실한 심정으로 기도했다. 가뜩이나 더운 여름 오후, 비 오듯 땀을 흘리며.

20여 년 전, 이런 일도 있었다. 큰아들이 라식 수술을 하게 되었는데, 그때만 해도 지금처럼 그 수술이 일반화되지 않았을 때라 무척 걱정이 되었다. 아이를 수술실에 들여보내고 간절한 마음으로 두 손을 모았다. 그래도 마음이 진정되지 않아 전화로 급하게 담임목사님께 기도를 부탁드렸다. 목사님께서 전화기를 통해 기도를 해 주셨다. ‘아멘’ 소리가 저절로 크게 나왔다. 그 비대면(?)의 중보기도 응답으로 수술이 무사히 끝났다.

중보기도(仲保祈禱)는 ‘이웃을 제 몸처럼 사랑하라’하신 주님의 계명을 실천하는 첫 걸음이고, 크리스천이 남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사랑과 선물이다. 성경에 나오는 대표적인 중보기도 인물은 아브라함이다. 창세기 18장에 잘 나와 있다. 중보기도는 남을 위한 배려이며 자신의 복을 다른 이들과 나누는 것이라는 점에서 아브라함이 나그네의 모습으로 보내주신 세 천사를 극진히 대접한 것이나 멸망당할 소돔과 고모라를 위하여 기도한 것은 모두가 중보기도이다. 전자가 사람의 필요를 공급해주는 수평적 형태라면, 후자는 이웃을 대신하여 하나님께 아뢰는 수직적 형태이다. 그런 점에서 중보기도는 또 다른 모습의 큰 이웃사랑이다.

교회의 금요 심야기도회 때 나는 중보기도를 열심히 한다. 다른 사람의 문제를 나 자신의 가장 간절한 문제로 여기고, 반드시 응답되리란 믿음으로 끈기 있게 간구한다. 이런 기도 시간을 통해 하나님께서는 내 사랑의 용량을 넓혀 주신다. 덕분에 내 기도의 영력이 깊어간다. 우리 구역과 교회, 학교, 지역, 사회, 나라로 기도의 범위를 넓히며, 기도의 대상을 가족으로는 90세를 훌쩍 넘기신 장인어른부터 5세의 어린 손녀까지, 특별히 나에게 기도를 부탁한 분들까지 일일이 거명하며 기도한다. 특히, 어려운 가운데 하나님의 지경을 넓히는 큰 수고를 하는 T 국의 C 선교사와 M 국의 K 선교사를 위해 시간을 가장 많이 들인다. 현지에서 좋은 소식이 올 때마다 기도의 보람을 만끽한다. 하나님 뜻대로 구하면 응답받는 것이 기도의 원리다. 더구나 자신에게 주어진 복을 함께 나누려는 자세로 이웃을 위해 기도할 때, 그 응답은 보장될 수밖에 없다.

중보기도를 생각할 때마다 L 목사님의 말씀이 머리에 맴돈다.

‘그대 기도 속엔 몇 사람이나 등장하고 있는가? 만약 그대의 기도가 그대 자신과 가족 이외에 그 누구도 품고 있지 못하다면, 그대는 현재 누구와도 더불어 살지 못하는 외톨이에 지나지 않는다.’​

이제 그리스도인들은 이 시대를 향해서, 나의 주변 사람들을 위해서, 하나님 나라를 위하여 하나님께서 시키시는 중보기도에 더욱 눈을 떠야 할 때이다. 중보 기도를 더욱 열심히 하여 ‘축복의 통로’로, ‘복의 분배자’로 더 쓰임을 받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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