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교회 목회자들은 은퇴 후에도 가난해야만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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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교회 목회자들은 은퇴 후에도 가난해야만 하나요?
  • 손동준
  • 승인 2023.04.12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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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은퇴목회자의 삶과 딜레마③소형교회 목회자의 노후 준비

고신대 이현철 교수, “상식적 수준의 목회자 노후 관련 논의 필요”
자신의 노후 보다 당장의 교회 존폐에 최 우선 순위 두는 목회자들
“대다수 중소형교회 목회자들 은퇴 후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 직면”
중소형교회 목회자들은 은퇴 후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을 직면하게 된다. 은퇴 자금은커녕 거주해야 할 자택마저 소유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중소형교회 목회자들은 은퇴 후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을 직면하게 된다. 은퇴 자금은커녕 거주해야 할 자택마저 소유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2023년 3월 기준, 정부 최저임금위원회가 공시하는 최저임금은 시급 9,620원, 일급(8시간 기준) 7만6,960원, 월급(주40시간·유휴주휴 8시간 포함) 201만580원이다. 이는 한국사회에서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하며 사회 구성원으로서 활동을 위해 요구되는 최소한의 임금과 경제적 수준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 기준으로 볼 때 소형교회 은퇴목회자와 그의 아내는 경제적인 최소한의 소득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는 주장이 나왔다. 

고신대 이현철 교수(기독교교육학)는 지난 2019년 대한민국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진행한 ‘소형교회 은퇴목회자의 삶과 딜레마에 대한 질적연구’에서 이같은 상황을 집중적으로 진단했다. 이 교수는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한국사회는 다양한 분야에서 은퇴자들에 대한 정책과 노후생활에 대한 논의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으며, 은퇴 후 노후를 안정적으로 준비하려는 이들도 증가추세에 있다”며 이를 반증하기 위한 자료로 전국 107개 지역노후준비지원센터의 상담 건수 통계를 제시했다. 자료에 따르면 2021년 5만여 건이던 상담 건수는 2016년 6만여 건으로 증가했고, 2016~2019년에는 4년 동안 무려 48만 여 명으로 한해에 10만 건이 넘는 상담이 발생하고 있다.

이 교수는 “이 통계는 일반 국민들에게 있어 노후 준비와 관련된 상황들이 상식적인 수준에서 논의될 수 있는 사안임을 시사한다”며 “그러나 이것이 목회자들에게는 적용하기 어렵다. 대다수 목회자는 은퇴 후 노후에 있어 안정적인 사항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이 교수는 특히 중대형교회 목회자와 소형교회 목회자들 간에 발생하는 ‘양극화’ 문제를 지목하면서 “소형교회 목회자들은 은퇴 자금은커녕 자신이 거주해야 할 자택마저 소유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이는 누구에게도 말 못 할 다양한 아픔들을 상상케 하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이어 “연구 과정에 참여한 은퇴목회자와 목회자의 아내들의 경우 대부분 소득원이 존재하지 않으며, 정부로부터 보조를 받거나 자녀들로부터 지원을 받아 생활하는 형국이었다”고 덧붙였다. 해당 연구는 은퇴목회자와 현장목회자 15명, 소형교회 구성원(장로, 권사, 집사) 5명 등 총 20명을 대상으로 한 심층 면담 방식으로 진행됐다.

 

은퇴준비의 우선순위 높여야

이 교수는 “연구참여자들 대부분이 소형교회에서 은퇴한 이들인지라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거액의 전별금이나 은퇴 이후의 보장된 삶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고 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한국교회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소형교회 목회자들은 노후 대비를 위한 체계적인 준비를 시도하는 것 자체가 힘겨운 상황임을 예측할 수 있다는 것. 그러면서 이 교수는 한 연구참여자의 인터뷰 내용을 소개했다. 

“소형교회, 시골교회들은 교인 수가 열댓 명, 열 명 미만인 교회가 대부분인 데다, 교인 대부분이 노인이다 보니 재정적으로 수입원이 없어요. 이런 상황에서 목회자가 노후를 준비하기는 어렵죠. 은퇴 후에 새로운 목사님이 부임해도 그분을 통해 은퇴 자금을 받는다거나 할 수도 없어요. 새 목사님의 마음이 없어서가 아니라 여건이 안 되어서 못 해주는 게 대부분이에요. 우리 교회만 해도 개척을 하면서 80%가 부채인데, 이런 상황에서 은퇴준비는 답이 없는 거예요.”

일반적으로 소형교회에서 사역하고 은퇴하는 목회자들은 기본적으로 교회 규모의 한계 속에서 자신을 희생하며 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목회자 자신과 가족의 기본적인 생활 유지를 위해 활용해야 할 유·무형의 요소들이 교회의 생존과 사역의 유지를 위해 활용돼야만 하는 상황이다. 이 교수는 “거의 모든 연구참여자가 목회자로서 자신의 안위보다 교회를 우선시하고 있었다”며 “교회 교회의 존폐를 고민해야 할 눈앞의 현실 앞에서 은퇴준비는 차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일부의 사례이긴 하지만 목회자의 은퇴와 함께 교회를 ‘정리’하는 현상이 이어지는 것도 체계적인 노후 준비의 필요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교회가 목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목사가 교회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우리 신앙의 고백인데, 목회자가 자신의 은퇴 후 삶을 위해 주님의 몸 된 교회의 재산을 모두 정리·매각하는 주객전도의 상황을 지켜만 볼 수밖에 없는 것이 작금의 한국교회 현실이다.

은퇴목회자도 시장경제의 한 구성원이기에 현재의 문제를 해결할 근본적인 대책은 없다. 그나마 교회와 교단, 교계가 시도해볼 수 있는 정책적 접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선 은급재단 혹은 이와 관련한 제도에 가입하고 교회나 교단이 월납입금액을 지원하는 것이 당장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일부 규모가 있는 교단에서 시행하고 있는 제도이기는 하지만 교단마다 크고 작은 운영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럼에도 은퇴 후 생계를 위한 일정한 수입원을 마련하지 못하는 목회자들에게 은급제도는 든든한 버팀목이다. 이 교수는 “소형교회 목회자들은 제도가 있다고 해도 월납입 자체가 부담스러운 상황에 놓여있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기 위한 공교회적 차원의 접근이 요구된다”고 조언했다. 

또 한가지는 은퇴목회자들의 사택 준비와 관련한 방안이다. 이 교수는 “경제적인 측면과 더불어 가장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이 사택 문제다. 동시에 사택의 유무에 따라 중소형교회 은퇴목회자라 하더라도 삶의 질이 크게 좌우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다만 은퇴 시점에 이르러서 사택을 준비하게 되면 교회와 성도들에게 부담이 된다”고 했다. 그는 “소형교회의 경우 갑작스러운 사택 준비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며, 이를 좋지 않게 바라보는 시각도 존재한다”며 “대신 장기적인 준비과정으로서 교회가 사택 마련을 위한 목적헌금을 신설한다면 부담을 덜 수 있다. 특히 이를 위해 5년이나 10년, 15년 단위로 운영하면 갑작스러운 예산 마련에 대한 부담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이 교수는 ‘인식의 문제’를 언급하면서 “목회자와 그 가족을 위한 안정적인 삶의 체계, 가령 사택이나 경제적인 활동 등을 보장해주는 일에 대한 교계와 교회 구성원들의 인식 변화가 요청된다”며 “중소형교회 목회자들이 은퇴 후에도 가난하게 살아야 한다는 왜곡된 생각을 버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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