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주를 열며] 기록으로 남을 것인가? 기억으로 남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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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주를 열며] 기록으로 남을 것인가? 기억으로 남을 것인가?
  • 송용현 목사
  • 승인 2023.04.12 15: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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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용현 목사 / 안성중앙교회
송용현 목사
송용현 목사

4월을 잔인한 달이라 말한다. 이 말은 1922년 Creation이라는 문예지에 T.S Eliot이 발표한 황무지란 시의 첫 행에 적은 글이다. 황무지란 현대문명사회를 의미하며 모든 인간들이 생명을 외면하고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현대문명의 퇴폐성을 지적하면서 불모의 땅에서 괴로워하고 있는 것을 상징한다 할 것이다.

국가적으로 4월은 우리에게 정말로 잔인한 달이다. 이런저런 사건과 사고로 얼룩진 4월이다. 그러나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는 결코 4월이 잔인한 달로만 기억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고난주간 동안에 많은 교회와 성도들이 고난주간을 맞이하면서 십자가의 고난을 기억하면서 금식과 절제의 삶을 보내었으리라 짐작된다. 요즘은 음식에 대한 금식보다는 미디어 금식을 강조하기도 하는 것 같기도 하다.

필자도 지난 고난주간동안에 미디어 금식기간을 갖었는데 딱 하루 미디어금식을 잠깐 내려놓은 날이 있었다. 그날은 2023년 여자배구 V리그 챔피언 결정전이 열렸던 날이었다. 이미 2승을 선취함으로 우승확률 100%를 확신했던 흥국생명과 2패후 2연승으로 기사회생을 노리는 0% 확률 도로공사와의 마지막 5차전 열리는 날이었다. 5세트까지 가는 풀세트 접전 끝에 0%의 우승확률 이었던 도로공사가 마침내 우승 트로피를 안았다. 그리고 우승 후 인터뷰 시간에 기자가 도로공사 김종민 감독에게 물었다. 경기 중에 선수들에게 무슨 말씀을 하셨느냐고 그러자 감독의 대답은 “기록으로 남을 것인가? 기억으로 남을 것인가?”라는 말로 답했다. 참, 대단한 어록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저 좋은 추억으로 “그래 우리도 결승에 올라갔었지”가 아닌 배구 역사에 챔피언으로 등극한 기록으로 영원히 남겨진 일이란게 결코 가볍지 않다고 여겨진다.

기억이 과정이라면 기록은 결과물이라는 느낌이 든다. 과정도 중요하지만 결과는 더 중요한 것이 아니겠는가? 애쓰고 수고한 것도 값지지만 무엇인가 결실이 있는 것은 그만큼의 가치를 존중받는 것이며 오롯이 역사에 기록되어 더 가치 있게 기억된다고 할 것이다.

지난 4월 6일자 SBS뉴스에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갈수록 심각해지는 한국의 저출산 문제를 집중 조명하면서 근본 원인으로 ‘남녀 갈등’을 꼽아 눈길을 끌었다. 이 기사에서 ‘한국의 엄마들이 파업한다: 동아시아 호랑이의 멸종 위기’라는 제목의 국제면 기사를 통해 한국의 저출산 현상과 원인을 짚었다. 미켈란 만토반 기자는 한국이 저출산의 늪에 빠진 근본 원인으로 한국 사회의 남녀 불평등과 직업 환경에서의 차별을 꼽았다. 이미 세계 최저 출산율(0.75명)을 기록하고 있는 대한민국이다.

“한국에서 신생아들이 태어나지 않고 있다. 작지만 강력한 아시아의 호랑이가 인구 감소 묵시록의 한가운데에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에선 옷을 잘 차려입고 곱게 화장한 여성들이 머리에 헤어롤을 하고 거리를 활보하는 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변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는 듯한 여성들의 헤어롤은 남성이 만들어놓은 세상에 대한 ‘반항’의 상징이라고 만토반 기자는 해석을 했다. 앞으로 3년 후면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인구 감소로 30년 후면 멸종위기에 처한 대한민국 썩 달갑지 않은 기록이다. 이 기록(결과)을 새롭게 경신할 수 있는 것은 기억(과정)임을 잊지 말자. 한국전쟁 이후 베이비부머 시대의 열악한 환경의 콩나물교실과 집집마다 줄줄이 사탕처럼 형제자매가 빼곡한 삶이라 여유라곤 조금도 찾아볼 순 없지만 오히려 정감어린 기억의 나이테를 세어보면 “그 때가 좋았지!”를 기억하게 된다.
한 주간도 아름다운 기억을 되새겨 보며 감사를 외치게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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