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주를 열며] 갇혀진 쥐 실험
상태바
[한주를 열며] 갇혀진 쥐 실험
  • 조성돈 교수
  • 승인 2023.04.04 23: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성돈 교수 /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조성돈 교수는 실천신대 교수이자 기독교자살예방센터 라이프호프의 대표를 맡고 있다. 조 교수는 한국교회의 미래를 염려하며 사회와의 소통을 위한 다리 역할을 감당하고 싶다고 말했다.
조성돈 교수 /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1963년 미국의 심리학자인 칼훈(John Calhoun) 박사는 쥐를 가지고 재밌는 실험을 했다. 그의 관심은 인구밀도가 주는 문제를 살펴보고자 하는 것이었다. 그는 쥐가 살기에 아주 좋은 환경을 인위적으로 만들었다. 아파트형 숙소에 놀이터, 그리고 넉넉한 먹이와 물을 제공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야생에서는 항상 마주하게 되는 천적들이 없는 환경이다. 여기에 쥐 한 쌍을 넣었다. 아마 이 쥐들에게는 이 환경이 천국과 같았을 것이다.

이 천국에서 쥐들은 빠르게 번식했다. 300일이 지났을 때 그곳의 개체수는 300마리가 넘어서고 있었다. 그리고 660일에 2천 마리가 넘었다. 이렇게 개체수가 늘어나니, 그 천국은 천국이 아니었다. 쥐들은 서로 짜증을 내고, 싸움을 벌였다. 암컷들은 자꾸 늘어나는 새끼들 때문에 사는 게 고달팠다. 

수컷들도 스트레스를 받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밖에 나와서 싸움을 일삼았다. 그러면서 서열이 정리되었다. 힘 쎈 놈들은 그 울타리 안에서 좋은 자리를 차지했다. 사회가 이렇게 치열해지자 새로 태어난 수컷들은 아예 교미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고, 이기적으로 자기 일 외에는 관심을 끊었다. 다툼을 벌이느니 혼자 조용히 사는 법을 깨달은 것이다. 그리고 암컷은 더 이상 출산하지 않았다.

70년 전 미국에서 사회심리학자가 쥐를 가지고 했던 이 실험이 이상하게 오늘 우리 사회를 반영하는 것 같다. 사회가 살기 좋아지자 사람들은 자녀들을 낳아서 가정을 세워갔다. 삶의 환경도 좋아지고, 여러 가능성을 가지게 되자 이 사회는 경쟁이 치열해졌다. 처음에는 열심히 살고, 노력하면 성공하고 부자가 될 수 있으니 신이 나서 했다. 그런데 점점 시간이 지나자 그러한 노력은 나만 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점점 더 열심을 내야 했다. 그리고 이 사회에 장차 들어설 내 자식들에게 더 많은 노력을 요구했다. 

사는 게 이렇게 치열하고 힘이 드니, 청년들이 못 살겠다고 한다. 아이를 안 낳는다. 혼자 아둥바둥 뛰어도 남들만큼 할까 말까 한데 아이까지 엎고 뛸 자신이 없다. 나 살기도 바쁘니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없다. 그래도 이런 생각을 하면 다행이다. 이 모든 궤도에서 버틸 자신이 없다. 그래서 내가 생각했던 삶에서 하나씩 포기해 간다. 처음에는 연애와 결혼과 출산을 포기했다. 그런데 그걸로 안 된단다. 그래서 직장을 포기했고, 집을 포기했다. 그래도 안 된다고 하니 이제는 미래도 꿈도 포기했다. 어른들은 이런 이들을 보면 3포라고 했고, 5포라고 했고, 7포라고 했다. 이제는 이렇게 세는 것도 쉽지 않아 N포라고 한다.

최근 한 조사를 하면서 놀라운 자료를 봤다. 한 해에 귀농귀촌 인구가 50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인구의 1%가 매 해 도시의 치열한 삶을 내려놓고 농촌으로 간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이 중 43.5%인 23만 명이 30대 이하의 청년들이었다. 한 해에 출생인구가 26만 명이라고 하는데, 한 해에 23만 명이 도시의 삶을 내려놓고 농촌으로 내려간다고 하니 이 정도면 청년층의 인구이동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이 농촌으로 가는 이유는 집과 직장 때문이다. 농촌으로 가면 집이 해결되고, 농사를 지으면 되니 직장 문제도 해결된다. 이 두 가지를 위해서 도시에서 아둥바둥 사는 것을 내려놓고, 사회가 정해놓은 궤도를 이탈해 버린 것이다. 그리고 거기서 비로소 행복을 찾는다.

이제 우리도 무언가 다른 삶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남들처럼’이 아니라 ‘나처럼’으로 살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것이 주님의 형상으로 살아가는 방법일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