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것이 힘! 하는 것이 힘! 사는 것이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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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것이 힘! 하는 것이 힘! 사는 것이 힘!”
  • 이의용 교수
  • 승인 2023.04.04 23: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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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용의 감사행전(38)

여성들이 가장 싫어하는 게 남자들이 군대에서 있었던 얘기를 꺼내는 것이라고 한다. 고된 훈련을 받던 얘기, 고참과 갈등했던 얘기, 족구 하던 얘기 등… 이런 얘기에 여성들이 공감할 리가 없다. 그렇지만 그런 생활을 직접 경험한 이들에게는 평생 잊을 수 없는 일들이다. 아마 3박4일 동안 잠도 자지 않고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으라 해도 군대에서 있었던 얘기하는 데에는 시간이 부족할지 모른다. 

어느 추운 겨울, 갓 입대한 이등병이 취사장 옆 수돗가에서 찬물로 빨래를 하고 있었다. 마침 소대장이 그 옆을 지나갔다, 이등병이 안쓰러웠던지 한마디를 건넸다. “김 이병, 저기 취사장에 가서 뜨거운 물 좀 얻어다가 해.” 손을 호호 불며 빨래를 하던 김 이병이 취사장에 가서 뜨거운 물을 달라고 했지만 군기가 빠졌다는 야단만 듣고 그낭 돌아왔다. 이번에는 중대장이  김 이병 옆을 지나갔다. 그도 똑같은 말을 했다. “김 이병, 그러다 동상 걸리겠다. 저기 취사장에 가서 뜨거운 물 좀 얻어다가 하지.” 그러나 김 이병은 취사장에 가지 않았다. 가봐야 혼만 날 것이 뻔했기 때문. 

이번에는 평생 군 생활을 한 큰 형님 같은 김 상사가 지나가면서 한마디 했다. “김 이병, 당장 취사장에 가서 더운물 좀 받아와라. 나 세수 좀 하게. 내가 그러더라고 하고!” 김 이병은 취사장에 달려가 김 상사 지시라고 말하고 더운 물을 세수 대야에 가득 받아 왔다. 그러자 김 상사는 잠시 허리를 굽혀 물이 따뜻한지 대야에 손을 넣어보더니 “됐다! 그 물로 빨래를 하게. 양은 많지 않겠지만 손은 녹일 수 있을 거야!” 그러면서 김 이병의 등을 두드려주며 지나갔다. 성경에 나오는 선한 사마리아인의 모습을 연상시켜주는 장면이다.



다른 사람의 ‘필요’를 찾아내는 것이 배려의 시작

어느 추운 날, 어떤 집에 이사를 왔다. 이사를 온 이는 깜짝 놀랐다. 집안이 깨끗하게 정리가 되어 있는 데다 방바닥이 따뜻했기 때문이다. 거실벽에는 이런 편지가 붙어 있었다. “안녕하세요? 전에 살던 사람입니다. 추운 날 이사를 오시는군요. 아침에 아궁이에 새 연탄을 넣었습니다. 방이 따뜻할 겁니다. 주무시기 전에 한 번 더 갈아 넣으시면 됩니다. 그리고 간단히 요기를 하시라고 붙박이 냉장고에 샌드위치를 좀 준비해놨습니다. 이 집에서 행복하게 사시기 바랍니다. 전 주인 드림”

세상에서 가장 먼 거리는 머리에서 가슴까지라고 한다. 아는 것과 느끼는 건 크게 다르다. 이웃을 사랑하라는 주님의 말씀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러나 그걸 가슴으로 느끼고 감동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오늘도 교회에서, 방송에서, 유튜브에서 수많은 설교들이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렇지만 거기에 감동하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머리에서 가슴보다 더 먼 거리는 머리에서 손발까지라고 한다. 아는 것을 행동으로 옮기기란 더 어렵다. 아는 것을 가슴으로 느끼고, 그걸 삶으로 옮겨야 하는데 그게 참 쉽지 않다.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해주는 것이 주님이 가르쳐주신 이웃 사랑이요, 배려라고 생각한다. 그러려면 우선 입장을 바꾸어 그 사람의 ‘필요’를 찾아낼 줄 알아야 한다.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해주면 저 사람이 기뻐할까?” 오늘 내가 만나는 이들에게서 그 ‘필요’를 한번 찾아보자! ‘김 상사’가 김 이병에게서 찾았던 ‘작은 필요’ 같은 것을. 이웃 사랑과 배려는 상대방의 ‘필요 찾기’에서 출발한다.  

“아는 것이 힘!”이 아니라, “하는 것이 힘!”이다. 아니, “사는 것이 힘!”이다.

이의용 / 아름다운 동행 감사학교 교장, 전 국민대 교수
이의용 / 아름다운 동행 감사학교 교장, 전 국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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