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벚꽃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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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벚꽃엔딩’
  • 정하라 기자
  • 승인 2023.04.04 22: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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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이 이른 꽃망울을 터트렸다. 때아닌 초여름 날씨가 한동안 계속되더니, 활짝 핀 벚꽃이 화려한 봄의 향연을 펼쳤다.

예년보다 따뜻해진 날씨와 빠르게 핀 봄꽃이 괜스레 반가웠던 마음도 찰나였다. 이상기후로 봄꽃이 이른 개화를 시작한 탓에 벚꽃이 만개해야 할 4월 초, 꽃잎이 모두 우수수 떨어지고 말았다. 이제 막 봄꽃축제가 시작될 시즌인데, 때 이른 ‘벚꽃엔딩’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봄옷을 꺼내놓은 지도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낮 기온이 25도 이상 오르면서 초여름을 방불케 하는 날씨가 계속 됐다. 기상청은 관측 이래 사상 두 번째로 봄꽃의 개화속도가 빨라졌다고 분석했다. 100년 전, 서울의 벚꽃 개화일은 4월 24일이었지만, 올해는 한 달이나 더 앞당겨진 3월 25일이었다고 한다.

지난해 기상청이 발표한 <미래 우리나라 기후변화 시나리오>에서는 온실 감축이 이뤄지지 않으면, 21세기 후반에는 2월에 봄꽃이 모두 필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단 봄꽃만의 문제는 아니다. 봄꽃의 개화시기와 꿀벌의 활동 시기가 변화하면 결국 생태계 전반에 교란을 주게 되고 꿀벌의 수분 활동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봄이 사라진 것과 같은 이상고온 현상이 한국은 물론 세계 곳곳에서도 관측되고 있다. 지구온난화는 단순히 기온 변화를 넘어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사실상 지금부터 10년의 ‘골든타임’ 안에 탄소 감축을 위한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기후위기는 인류에 닥칠 최대의 재앙이 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이상기후가 계속된다면, 어느새 우리의 후세대는 벚꽃을 한 장의 사진으로 맞이해야 할지도 모른다. 잠깐의 벚꽃엔딩이 아닌, 진짜 ‘벚꽃엔딩’이 도래할 세상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 지금이라도 저탄소 생활을 실천해보자. 우리의 작은 노력이 모여 다음세대에게 보다 아름다운 지구를 물려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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