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준경 전도사 흔적을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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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준경 전도사 흔적을 찾아
  • 최순호 장로(원천교회)
  • 승인 2023.04.03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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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함께하는 행복한 성지순례①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고향인 지리산자락으로 내려온지 만 6년째다. 곰곰 생각해보니 어머니와 함께한 제주도 여행이 제일 값지고 행복했다. 한라산을 오르면서 어머니와 같이 여행을 해야겠다 마음 먹었는데 이듬해 어머니가 갑자기 뇌졸중으로 쓰러지셨다.

2년 가까이 대형병원을 긍긍하다 집으로 돌아왔다. 신실한 기독교신자인 어머니에게 예루살렘으로 성지순례를 가자고 했다. 하지만 오랜 시간 비행기를 타는 게 자신이 없으시단다. 국내 성지순례는 어떠냐고 했더니 “어? 국내에도 성지순례를 할 수 있어?”라며 반색하셨다. 당장 인터넷을 검색하고 관련 자료를 모아 국내 성지순례 일정에 올랐다.

첫 번째 성지순례지는 천사의 섬이라는 신안군 증도. 이른 아침 식사를 마치고 네비게이션에 전남 신안군 증도면 증도리 ‘문준경전도사순교기념관’을 찍고 출발했다. 어머니의 오랜 말벗인 김옥희 권사님이 같이 동행했다.

완연한 봄날이다. 하늘은 맑고 봄바람은 살랑살랑. 어머니는 내색은 안하시지만 화장도 약하게 하셨다. 먼저 유튜브로 문준경 전도사에 대한 공부를 1차로 마친 상태다. <한국기독교 성지순례50>이라는 책을 주문했는데 아직 도착 전이라 영상으로 공부를 하고 출발했다.

문준경 전도사는 한국기독교 역사에 있어 최초의 여성 순교자다. 한국전쟁 끝 무렵인 1950년 10월 5일 인민군들에게 새끼줄에 묶인 채 바닷가 모래사장으로 끌려온 후 죽창으로 찔리고 발길로 차이며 총대로 죽음에 이를 정도로 맞았다.

그 와중에도 문 전도사는 “나는 죽이더라도 백정희 전도사와 성도들은 죽이지 말라”고 간청했다. 좌익세력은 “너는 반동의 씨암탉 같은 존재이기에 처형한다”며 창으로 잔인하게 온몸을 찔렸지만, 숨이 끊어지지 않자 총살해 당시 59세의 나이로 순교했다.

붉은 황토 위에 파란 융단을 펼쳐놓은 듯 양파밭이 겨울과 봄의 경계에 선 들판을 수놓았다. 길가에 심어진 야자수나무 가로수가 남쪽에 왔다는 정취를 더했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지리산을 출발한 승용차가 2시간 10분 만에 신안 증도에 있는 ‘문준경전도사순교기념관’에 도착했다.

문준경 선교기념관
문준경 선교기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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