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소지 이유로 공개처형”…북 인권실태 여전히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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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소지 이유로 공개처형”…북 인권실태 여전히 심각
  • 정하라 기자
  • 승인 2023.03.31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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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북한 인권 실태조사 보고서’ 첫 공개 발표

북한 이탈주민 508명 증언 450쪽 분량으로 작성
증언자 대다수 북에서 종교활동 접해본 일 없어

북한 인권침해 실태를 상세히 담은 ‘북한 인권보고서’가 정부 차원에서 처음으로 공개됐다. 보고서에는 성경을 소지하고 기독교를 전파했다는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고 공개 총살되는 현장을 목격했다는 증언이 담겼다. 또 증언자 대다수가 북한에서 종교활동을 접해본 일이 없으며, 그나마 반종교 교육을 통해 관련 언어를 들어본 것으로 조사됐다.

북한 인권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과 북한 여성 인권 실태 전시회가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리고 있다.
‘북한 인권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과 북한 여성 인권 실태 전시회’가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리고 있다.

통일부(장관:권영세)가 지난 31일 북한의 인권침해 실태를 담은 ‘북한 인권보고서’를 공개했다. 이번 보고서는 2017년 이후 북한 인권실태를 진술한 북한 이탈주민 508명의 증언을 중심으로 450쪽 분량으로 작성됐다.

특히 이번 보고서는 북한인권법 시행 이후 정부가 공개하는 첫 번째 공개보고서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북한의 전반적인 인권실태를 심층적으로 조사했으며, 파악된 북한의 인권침해 사례들을 ‘세계인권선언’과 ‘국제인권조약’의 기준에 따라 분류했다. 보고서는 시민적·정치적 권리,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 취약계층, 정치범수용소·국군포로·납북자·이산가족 등 4개의 장으로 구성됐다.

보고서에는 북한 공권력에 의해 사법절차를 거치지 않고 처형을 당하는 사례가 수집되는 등 북한 주민들의 생명권이 크게 위협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가장 중한 범죄’에 해당되지 않는 △마약범죄 △한국영상물 유포 △종교 △미신행위 등에 대해서도 광범위하게 사형이 집행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더욱이 18세 미만 아동과 임신부에게 사형이 집행된 사례들도 수집됐다.

종교와 관련해서는 성경을 소지하고 기독교를 전파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고, 공개 총살되는 것을 목격한 충격적인 증언이 담겼다. 또 다른 증언자는 2019년 평양시에 비밀리에 지하교회를 운영했다는 혐의로 운영자 5명이 공개 처형되고 나머지 단원이 관리소나 교화소로 보내졌다는 내용을 진술했다.

수집된 증언에 따르면 종교의 자유는 명문상 규정으로만 존재할 뿐 실제로는 보장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 당국의 지속적인 종교탄압 정책으로 증언자 대다수가 북한에서 종교활동을 접해본 적이 없다고 대답했다. 더욱이 학교나 조직생활에서 반종교 교육을 통해 기독교인들은 반민족적·반혁명적 적대 계층으로 분류해 발견할 경우 신고하라는 교육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에서 기독교를 탄압하는 이유에 대해 보고서는 기독교의 유일신 사상이 수령 우상화 정책과 주체사상에 반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은 사회주의헌법(2019) 제68조에서 신앙의 자유를 보장한다고 하면서도 “종교를 외세를 끌어들이거나 국가 사회질서를 해치는데 이용할 수 없다”고 명시해 종교의 자유 침해 행위를 사실상 정당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 있는 종교시설은 북한 당국이 운영하는 선전용 종교시설이라는 증언들도 지속적으로 수집됐다.

한 증언자는 평양시에 교회와 성당이 있기는 하나, 눈속임 시설로 외국인들만 접근할 수 있는 곳이었고, 북한 주민은 출입할 수 없는 금지된 곳이라고 진술했다. 다른 증언자는 칠골교회가 집에서 잘 보였는데, 그곳에 드나드는 사람도 없었고 교회 문이 열리거나 운영되는 것을 보지 못했다고 한다는 진술이 담겼다.

올해로 유엔의 북한인권조사위원회 출범 10년, 북한 인권 결의 채택 20년을 맞이했다. 그동안 국제사회가 북한 인권을 증진하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보고서를 통해서도 북녘땅은 여전히 최악의 인권 사각지대로 남아 있음을 알 수 있다.

통일부 권영세 장관은 “이번 보고서 발간은 단순히 북한 인권 상황을 고발하는 데 있지 않으며, 현재의 실태를 정확히 파악해 실질적인 해법을 찾는데 근본적인 목적을 두고 있다. 우리 정부가 북한 인권의 실질적 개선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는 의지의 결과물”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이탈주민 1호 목사 북기총 전 대표 마요한 목사(새희망나루교회 담임)는 이번 보고서에 대해 “북한 인권문제는 수면 위로 드러내지 않으면 개선되기 어렵다. 남북관계가 변화하고 바뀌더라도 인권에 대한 부분은 계속 드러내 관심을 촉구해야 할 것”이라며, “북한이 국제사회의 눈치를 보고 미약하게나마 북한 주민의 인권을 보호할 수 있는 길”이라고 전했다.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실질적 대책 마련을 촉구한 북한사역목회자협의회 회장 천욱 목사(대전 서부중앙교회)는 “보고서 발간이 북 인권문제를 문서화 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대안을 세울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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