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같은 처지가 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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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같은 처지가 된다는 것
  • 김종생 목사
  • 승인 2023.03.22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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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생 목사 / 글로벌디아코니아센터 상임이사
2010 기독교사회복지엑스포 사무총장 김종생 목사.
김종생 목사 / 글로벌디아코니아 상임이사

 

가게 주인이 문 앞에다 “강아지 팝니다”라고 써 붙였다.

가게 안을 기웃거리던 한 소년이 물었다.

“강아지 한 마리에 얼마씩 팔아요?”

“30달러에서 50달러 사이에 판단다.”

소년은 주머니를 뒤져 동전 몇 개를 꺼냈다.

“지금 저한테는 2달러 37센트밖에 없거든요. 그래도 강아지 좀 구경하면 안 될까요?”

가게 주인은 미소를 지으며 가게 안쪽을 향해 휘파람을 불었다. 그러자 그의 아내가 털실 뭉치처럼 생긴 강아지 다섯 마리를 가게로 내보냈다. 그런데 한 마리가 다른 강아지들보다 눈에 띄게 뒤처져서 달려왔다. 소년은 얼른 그 절뚝거리는 강아지를 가리키며 “저 강아지는 어디가 아픈가요?”라고 물었다. 가게 주인이 대답했다.

“이 강아지는 선천적으로 엉덩이 관절에 이상이 있단다. 그래서 평생 절뚝거리며 살 수밖에 없지.”

설명을 듣던 소년은 흥분된 얼굴로 말했다.

“전 이 강아지를 사고 싶어요.”

가게 주인이 말했다.

“아니다. 불구가 된 강아지를 돈 받고 팔 순 없어. 네가 정말로 강아지를 원한다면 그냥 가져가거라.”

소년은 매우 당황했다. 그는 가게주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전 이 강아지를 공짜로 가져가고 싶지 않아요. 이 강아지도 다른 강아지들처럼 똑같은 가치를 지닌 강아지예요. 그러니 전부 내겠어요. 사실 지금은 2달러 37센트밖에 없지만, 강아지 값을 다 치를 때까지 매달 5센트씩 가져다드리겠어요.”

게 주인은 다시 고개를 가로 저었다.

“이런 강아지를 너한테 돈 받고 팔 순 없어. 달리지도 못할 뿐 아니라 다른 강아지들처럼 너와 장난을 치며 놀 수도 없단다.”

그 말을 듣자 소년을 몸을 숙여 자기가 입고 있는 바지 한쪽을 걷어 올리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금속 교정기로 지탱되고 있는 왼쪽 다리를 가게주인에게 보여 주었다.

“저도 한쪽 다리가 불구라서 다른 아이들처럼 달릴 수가 없어요. 그러니 이 강아지에게는 자기를 이해해 줄 사람이 필요할 거예요!”

- 댄 클라크의 글로 <내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에서 인용 -

소년이 다리 저는 강아지에 주목하고 그를 선택하게 된 이유는 자신의 처지와 같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소년의 강아지 사랑은 결코 동정이 아니었다. 그래서 공짜로 얻을 수 있었던 강아지였지만 매달 5센트씩을 오랫동안 갚아야만 하는 번거로운 선택을 기쁨으로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처지’는 처하여 있는 상황을 말하는데 곧 나의 위치나 상태라는 뜻이다. ‘입장’은 처지와 비슷한 뜻으로 지금 놓여 있는 상황을 말한다. 같은 입장이 되기 위해 같은 위치에 선다는 것이 그래서 중요하다. 같은 처지가 되어 봐야 진정한 사랑을 할 수 있기에 하나님이 선택하신 방법은 예수그리스도의 성육신 곧 하나님이신 예수님이 사람의 몸을 입고 땅에 오신 것이다.

10.29 이태원 참사의 유가족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다. 미안해하는 마음과 위로의 말, 조금은 의도가 보이는 방문보다 더 위로와 힘이 되는 것은 비슷한 처지의 다른 유가족들이라는 것이다. 그들이 그냥 좋고 편하다는 것이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오래 만난 친구처럼 편한 관계가 되더라는 것이다. 

사순절을 지내면서 말씀이 육신이 되셔야만 했던 하나님 사랑이 우리에게 암시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와 같은 처지가 최선인데 그렇지 못하면 최소한 같은 장소에라도 서 보고 그와 눈높이를 맞추려고 다리라도 구부려 보라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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