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 강도 만난 자의 이웃되기 위해, 복음과 사랑들고 세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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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강도 만난 자의 이웃되기 위해, 복음과 사랑들고 세계로
  • 한현구 기자
  • 승인 2023.03.22 10: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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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김과 복음 전하는 ‘사마리안퍼스 코리아’
밥 피어스 선교사 설립해 53년 이어오며 긴급 구호
이 시대의 강도 만난 자는 아이들, 대가 없이 다가가

누가 강도 만난 자의 이웃이 되겠느냐”(10:36)

누구도 강도를 만나 피 흘린 여행자를 돌아보지 않았다. 매를 맞고 입은 옷까지 빼앗겨 거의 죽을 지경에 이르렀음에도 마치 못 볼꼴이라도 본 것 마냥 지나쳐갔다. 존경받는 제사장도, 성직을 담당한 레위인도 예외는 없었다. 그러나 당시 유대 사회에서 천대받던 사마리아인은 달랐다. 가까이 가서 기름과 포도주를 상처에 붓고 주막에 데려가 지극정성으로 돌봤다. 이야기를 끝낸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신다. “너도 가서 이와 같이 하라

그 말씀에 순종해 선한 사마리아인이 되기를 자처한 사람들이 있다. ‘사마리아인의 지갑이라는 뜻을 가진 사마리안퍼스’(Samaritan's Purse)는 전 세계 어디든 강도 만나 쓰러진 이들이 있다면 달려가 그들의 이웃이 된다. 단순히 재정을 공급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생명의 복음을 전하는 일에도 힘쓰고 있다. 지난 2020년 출범한 사마리안퍼스 코리아 대표로 섬기고 있는 크리스 위크스 대표에게 그들의 이웃 사랑 이야기를 들어봤다.

사마리안퍼스 코리아 크리스 위크스 대표는 “고통 받는 이들의 선한 이웃이 되는 일에 한국교회와 함께 하고 싶다”고 전했다.
사마리안퍼스 코리아 크리스 위크스 대표는 “고통 받는 이들의 선한 이웃이 되는 일에 한국교회와 함께 하고 싶다”고 전했다.

하나님 마음이 향한 곳에

국제구호단체 사마리안퍼스가 출범한 것은 1970. 벌써 반세기가 넘는 역사를 이어오며 이웃 사랑과 복음 전도에 투신해오고 있다. 이 땅에서 사마리안퍼스 코리아가 시작된 것은 비록 3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의외로 인연은 깊다.

사마리안퍼스의 설립자 밥 피어스 선교사는 동족상잔의 참극을 겪은 한국에서 전쟁 고아를 돌봤다. 거제도를 방문해 아이들이 고통 받고 있는 것을 목격한 그는 하나님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것으로 인해 나의 마음도 상하게 하소서라는 구절을 그의 성경 한 구석에 적어 넣었다. 이 간절한 기도가 밥 피어스 선교사의 비전이 됐다.

1978년 밥 피어스 선교사가 백혈병으로 사망한 이후에는 프랭클린 그래함 목사가 회장 겸 이사장을 맡아 지금까지 이끌며 전 세계를 누비고 있다. 사마리안퍼스라는 이름처럼 사마리아인이 자신의 주머니를 털어 강도만난 자를 도왔듯 하나님의 뜻대로 쓰임 받는 도구라는 사명으로 기꺼이 가진 것을 내어놓는다.

어느 곳에 가서 무엇을 하든지 우리는 도움 그 이상을 주려고 합니다. 무엇보다 우리는 강도만난 자들이 잃어버린 희망을 선물하고 싶습니다. 이를 위해 물질적 도움뿐 아니라 어려운 환경에서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진정한 평화를 주는 유일한 분 예수그리스도, 평강의 왕에 관한 소식을 전하고 있습니다.”

사마리안퍼스는 “가서 너도 이와 같이 하라”는 말씀에 순종해 도움이 필요한 어디든 조건 없이 달려간다.(사진제공:사마리안퍼스)
사마리안퍼스는 “가서 너도 이와 같이 하라”는 말씀에 순종해 도움이 필요한 어디든 조건 없이 달려간다.(사진제공:사마리안퍼스)

 

아이들의 선한 이웃

사마리안퍼스는 특히 아이들에게 관심이 많다. 아무것도 모른 채 태어나 전쟁과 기근, 재해 속에 던져져 스스로 일어날 수조차 없는 아이들이 이 시대의 강도 만난 이웃이라는 생각에서다. 아이들에게 선물과 복음을 전하는 ‘OCC 선물상자 사역과 어린이 심장병 수술을 지원하는 칠드런스하트 프로젝트는 모두 어린이들을 향한 사마리안퍼스의 따뜻한 시선이다.

‘Operation Christmas Child’라는 이름의 OCC 선물상자 사역은 후원자와 어린이들을 직접 연결하는 독특한 프로그램이다. 후원자들이 직접 박스에 선물을 포장해 선물이 전해질 어린이의 성별과 연령대를 기록하면 사마리안퍼스는 전 세계 곳곳의 어린이들에게 선물상자를 전달해준다. 어린이들은 후원자 각각의 정성과 마음이 담긴,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시그니처 선물상자를 받게 되는 셈이다.

OCC 선물상자 사역은 단순히 성탄 선물을 전달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선물을 전달 받은 아이들은 현지 교회를 통해 12주 간의 제자양육에 참여할 기회가 주어진다. ‘가장 위대한 여정이라고 이름 붙여진 제자양육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복음을 듣고 성탄 선물의 진정한 의미를 알게 된다. 1993년 시작된 OCC 선물상자 사역을 통해 지금껏 160개가 넘는 국가에서 약 2억 명에 달하는 아이들이 선물상자를 받고 복음을 들을 수 있었다.

칠드런스하트 포르젝트는 심장병을 앓고 있는 전 세계 어린이들을 위한 프로젝트다. 선천성 심장질환이 있는 해외 어린이들을 초청해 무료로 심장 수술을 진행하고 교회와 돌봄 가정에 연결해 복음을 전해주는 4주 간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지난 25년 동안 미국에서만 진행되면서 1,500명의 아이들이 수술을 받았다. 올해부터는 한국에서도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지난 2월 몽골 어린이 2명이 한국에 입국해 무사히 치료를 받고 건강한 몸으로 본국에 돌아갈 수 있었다.

칠드런스하트 프로젝트는 육체의 심장을 고칠 뿐 아니라 영적인 회복도 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단순히 수술만 진행한다면 더 많은 어린이들을 데려 올 수 있지만 어린이와 보호자가 돌봄 가정에서 복음을 접하게 하기 위해 신중하게 아이들을 데려오고 있습니다.”

사마리안퍼스는 “가서 너도 이와 같이 하라”는 말씀에 순종해 도움이 필요한 어디든 조건 없이 달려간다.(사진제공:사마리안퍼스)
사마리안퍼스는 “가서 너도 이와 같이 하라”는 말씀에 순종해 도움이 필요한 어디든 조건 없이 달려간다.(사진제공:사마리안퍼스)

 

한국교회와 섬김 DNA 나누고파

전쟁 직후 세계 최빈국으로 추락해 전 세계의 도움을 받다가 불과 반세기도 안 되어 도움을 베푸는 나라로 변한 기적의 나라 한국. 전쟁의 상흔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세계 각국의 도움을 받은 만큼, 한국교회는 받은 사랑을 돌려주는 일에도 적극적이다. 올해 한국 출범 4년차를 맞은 크리스 위크스 대표는 한국교회와의 동역에 거는 기대가 크다.

한국교회는 섬김과 봉사에 열정과 열심이 있습니다. 매우 헌신적으로 사역해왔던 경험도 가지고 있죠. 그동안 한국교회를 지켜보며 선한 사마리아인과 같은 이웃을 향한 긍휼함, 그리고 기꺼이 섬길 수 있는 갈망이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강도 만난 이웃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복음을 전하는 통로가 되는 일에 한국교회와 파트너로 협력해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섬김과 봉사에 열심인 한국교회도 고민이 있다. 코로나 사태를 지나며 한국교회의 신뢰도가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문제는 대중들이 한국교회의 섬김과 봉사를 모르지 않음에도 신뢰도 추락을 막을 수 없었다는 것. 심지어는 교회의 섬김을 전도하기 위한 수단으로 치부해버리기도 한다.

사마리안퍼스의 OCC 선물상자 사역 역시 선물과 동시에 복음을 전하는 프로젝트다. 수십 년간 사역을 이어오며 크리스천의 두 가지 책무인 전도와 섬김 사이 균형을 지키는 법에 대한 철학도 누적됐을 터. 꾸준한 섬김에도 급감하는 한국교회 신뢰도를 바라보며 사마리안퍼스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지 궁금했다.

크리스천으로 오래 고민해왔던 부분입니다. 사마리안퍼스의 철학은 조건이 붙은 섬김은 섬김이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복음을 전하는 것은 기독교인의 마땅한 의무이지만 인간의 힘으로 누군가를 기독교인으로 만들 순 없습니다. 우리가 사랑을 보여주고 복음을 전하면 마음에 역사하시는 분은 성령님이시니까요. OCC 선물상자 사역에서도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면서 교회에 나오라고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조건 없는 섬김. 그것이 사마리안퍼스의 철학이다. 영원한 생명을 선물해주신 예수님이 구원의 대가로 우리에게 무언가를 요구하지 않으셨듯, 그분을 닮아 섬기는 우리도 조건 없이 받은 사랑을 나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가 조건 없이 섬기는 이유를 알게 하는 것이다.

선물을 주며 기도를 시키고 성경을 읽으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왜 사마리안퍼스가 이곳에 와서 선물을 주고 있는지를 가르쳐 주는 것이 핵심이에요. 하나님이 우리에게 선물로 주신 구원과 은혜로 인해 우리가 이 자리에 있다는 것을요. 기브 앤 테이크가 아닌 하나님의 사랑을 전 세계 현장에서 보여주는 일이 사마리안퍼스가 일하는 방법이고 하나님이 일하시는 방법이라고 봅니다.”

재난과 재해가 전 세계를 뒤덮는 요즘이다. 튀르키예 대지진과 같이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자연의 분노가 있는가하면 우크라이나 전쟁처럼 인간이 스스로 불러온 파국도 있다. 미디어가 발달하며 이런 불행은 우리들의 귀에 더 신속하게 전달된다. 그 말은 곧 그럴수록 사마리안퍼스의 손길은 더 분주해진다는 뜻이다.

사마리안퍼스는 끊임없는 재난과 재해 속에 언제나 가장 빠르게 대응하도록 준비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선한 사마리안의 비유를 이야기하시며 우리에게 가서 너도 이와 같이 하라고 명령하십니다. 이처럼 우리도 가장 적합한 현장의 필요를 채우는 일을 예수님의 이름으로 멈추지 않고 해나가려 합니다. 받은 사랑을 나누는 귀한 사역에 한국교회도 함께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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