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칼럼]웰빙에서 웰다잉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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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칼럼]웰빙에서 웰다잉으로
  • 오혜련 회장(각당복지재단)
  • 승인 2023.03.21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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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을 생각하다 4

2000년대 초 웰빙 열풍이 불었던 때가 있었다. 건강한 육체와 정신을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이다. 그런데 최근 노인 인구가 급증하고 평균 기대수명이 늘어나면서 웰빙을 넘어 웰다잉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과거 장수가 축복이던 시절에는 오래 살고 집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임종하는 것을 ‘좋은 죽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유병장수, 빈곤, 외로움과 함께 하는 장수는 축복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죽음의 장소도 원하든 원치 않든 가정이 아닌 병원이 거의 80%나 된다. 얼마 전까지는 마지막까지 연명의료에 매달리다가 중환자실에서 쓸쓸히 맞이하는 죽음이 일반적이었다면 이제는 연명의료를 거부하고 호스피스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장례의 간소화와 자연장 증가 등 상장례문화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웰다잉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확산하게 된 계기는 2018년 시행된 연명의료결정제도와 관련이 깊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면서 이전에는 회피하기만 했던 자신의 죽음을 떠올려볼 기회를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웰다잉 열풍을 타고 많은 노인복지관들에 웰다잉교육 강좌들이 개설되고, 몇몇 대학교에서도 죽음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죽음 관련 도서와 학계의 연구도 급증하고 있다. 죽음준비교육 강사 민간자격증의 수가 50개가 넘고 웰다잉강사 양성교육들이 어렵지 않게 눈에 띈다. 이처럼 죽음을 터부시하고 생각조차 하지 않으려던 사회 분위기가 빠른 속도로 변화하면서 죽음준비가 차츰 삶의 일부가 되어가고 있다. 생각해보면 탄생만큼이나 크고 중요한 사건인 죽음을 잘 준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그동안 기피하고 소홀히 해온 것이다.

죽음을 준비하려면 혼자서 막연하게 죽음을 떠올려보며 불안해하는 것보다 죽음을 마주하고 앞서 많은 생각을 해온 선각자들의 가르침을 받는 것이 도움이 된다. 웰다잉교육은 연명의료와 장례에 대한 의향, 유언서 작성 등 구체적인 죽음준비는 물론, 가족을 위해, 경제생활을 위해 자기 삶을 돌아볼 여유 없이 살아온 노년기에 삶을 성찰할 기회를 준다. 그리고 남은 삶을 어떻게 하면 의미있게 살 것인지 생각하게 한다.

젊은이들에게는 삶의 유한성과 소중함을 깨우쳐주고 어떻게 하면 의미있고 보람있게 살 것인지를 고민하게 한다.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게 한다. 죽음 앞에서 진정 내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가르쳐준다. 웰다잉교육은 죽음보다는 삶에 초점을 둔 것이며, 잘 사는 것이 곧 잘 죽는 것이라고 가르친다. 웰다잉은 웰빙과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이다.

각당복지재단 오혜련 회장
각당복지재단 오혜련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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