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은 전능자의 몫… 우리가 구할 것은 ‘긍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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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은 전능자의 몫… 우리가 구할 것은 ‘긍휼’뿐
  • 유선명 교수
  • 승인 2023.03.15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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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명 교수의 예언서 해설 (76) - “모압의 심판이 여기까지니라” (렘 48:47)

예레미야 45장에서 시작한 “열국의 심판” 예언집은 이스라엘을 괴롭히고 유혹에 빠지게 했던 모압, 암몬, 에돔, 블레셋에 이집트를 거쳐 당대 제국주의 최상위 포식자 바벨론을 직격하는 예언에서 정점을 이룬 뒤 멈춥니다(51:64). 흥미롭게도 구약성경의 헬라어 역본인 칠십인경 예레미야는 이 열국의 심판 예언을 ‘유다의 심판 예언’과 ‘유다의 구원 예언’의 사이에 두어 <유다의 심판-열방의 심판-유다의 구원>으로 구성하고 있습니다. 유다의 죄를 심판하기 위해 이방 나라를 사용하시지만 그들 역시 심판의 대상이고, 역사의 모든 변곡은 유다의 구원으로 귀결된다는 ‘큰 그림’을 읽게 해주는 배치입니다.

구약 예언서들 중 이사야와 스바냐, 그리고 에스겔도 그런 구조를 가진 것으로 보아, 칠십인경이 예레미야서를 임의로 편역했기보다는 구전 단계에서 형태가 다른 두 가지 방식이 전해져 내려온 것이 이런 차이를 가져온 것으로 추정됩니다. 우리가 표준으로 삼는 마소라 전승의 예레미야서는 51장까지 숨 가쁘게 이어진 열방의 심판 예언으로 마친 후 ‘역사적 후기’ 성격인 예레미야 52장이 덧붙여진 형태여서 심판의 엄중함이 더 강렬히 느껴집니다. 그러나 이방 나라들의 심판이 곧 저주는 아닙니다. 사실 바벨론을 제외한 이방 나라들을 향한 심판 메시지들은 그들에게 닥칠 징벌이 비가역적이고 최종적이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애굽은 바벨론의 손에 파괴되겠지만 인적이 끊어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보라 내가… 바로와 그를 의지하는 자들을 벌할 것이라 내가 그들의 생명을 노리는 자의 손 곧 바벨론의 느부갓네살 왕의 손과 그 종들의 손에 넘기리라 그럴지라도 그 후에는 그 땅이 이전같이 사람 살 곳이 되리라 여호와의 말씀이니라”(46:25~26). 하나님의 격노가 퍼부어진 모압도 마찬가지입니다. “모압이여 네게 화가 있도다 그모스의 백성이 망하였도다… 그러나 내가 마지막 날에 모압의 포로를 돌려보내리라 여호와의 말씀이니라 모압의 심판이 여기까지니라”(48:46~47). 엘람에게는 이스라엘을 향한 회복의 말씀과 거의 같은 메시지가 주어집니다: “그러나 말일에 이르러 내가 엘람의 포로를 돌아가게 하리라 여호와의 말씀이니라”(49:39). 

하나님께서는 가장 완악한 죄인도 긍휼히 여기시고 그들이 돌이키도록 부르고 또 부르시는 사랑의 하나님이십니다. 요나서는 이같은 하나님의 마음을 생생히 보여줍니다. 요나는 니느웨로 가서 구원의 메시지를 전하라는 하나님의 명령을 거부했습니다. 저승 문턱까지 다녀와 굴복한 그가 마지못해 뱉은 말은 “40일 후면 너희는 망한다!”였습니다. 놀랍게도 니느웨 백성은 회개했고 심판은 유예되었습니다. 열불이 난 요나가 하나님께 항의하자 하나님께서 답하십니다. “이 큰 성읍 니느웨에는 좌우를 분변하지 못하는 자가 십이만여 명이요 가축도 많이 있나니 내가 어찌 아끼지 아니하겠느냐 하시니라”(욘 4:11). 내가. 어찌. 아끼지. 아니하겠느냐! 하나님이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습니까. “또 네 이웃을 사랑하고 네  원수를 미워하라 하였다는 것을 너희가 들었으나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박해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 이같이 한즉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의 아들이 되리니 이는 하나님이 그  해를 악인과 선인에게  비추시며  비를 의로운 자와 불의한 자에게 내려주심이라”(마 5:43~45). 심판은 전능자의 몫입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것은 자신을 위해 그리고 타인을 위해 하나님의 긍휼을 구하는 일입니다. 우리 주님은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 양’으로 소개되셨고(요 1:29), 세상을 심판하러 오시는 영광과 존엄의 순간에조차도 ‘죽임 당하신 어린 양’으로 불리신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계 5:12).

백석대·구약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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