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주를 열며] 고생하고 기진한 그들을 향한 예수님의 마음
상태바
[한주를 열며] 고생하고 기진한 그들을 향한 예수님의 마음
  • 조병성 목사
  • 승인 2023.03.08 16: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병성 목사
한국밀알선교단 단장
조병성 목사/한국밀알선교단 단장
조병성 목사/한국밀알선교단 단장

지난 2월 1~17일까지 한국밀알선교단 사역자들을 포함해 8명의 선교팀은 2017년에 선교사가정을 파송한 탄자니아 음베야 음발라지 지역에 위치한 그레이스밀알센터를 다녀왔습니다. 선교사를 파송하고 2020년 겨울에 방문을 하려 했지만 코로나19 상황이 발생하여 3년이라는 시간을 지나 드디어 선교현장을 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카타르 도하에서 국제선 환승, 탄자니아 다르에르살렘에서 다시 국내선으로 환승하여 총 이동시간만 26시간이 걸렸습니다. 1명을 제외하곤 팀원들 모두가 아프리카 지역은 처음이었을 뿐 아니라 휠체어를 이용하는 사역자가 있었기에 그 긴 이동거리가 만만치 않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처음 방문하는 탄자니아에 대한 기대감이 있어서 인지 두 번의 환승을 하는 고된 여정임에도 활기를 잃지 않았습니다.

하루 이상의 이동을 통해 현지시간으로 캄캄한 밤에 도착한 우리들은 처음부터 탄자니아의 현실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정전(停電)이었습니다. 하루 종일 씻지도 못하고 항공기에서 하루를 보내고 도착했기에 씻지도 못하고 자야하나 하는 생각에 좀 당황했습니다. 저희가 생활하게 된 센터는 전기뿐 아니라 수돗물 사정도 좋지 않아 지하수를 함께 사용하고 있는데 전기가 들어오지 않으면 펌프를 사용할 수 없어 물이 제대로 나오질 않아 씻을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캄캄한 골목길을 지나 음베야 음발라지 지역에 위치한 그레이스밀알센터에 도착한 우리는 캄캄한 어둠 속에서 현지인 사역자들의 멋진 찬양으로 하나님이 주시는 큰 위로와 힘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더군다나 도착한지 10분이 체되기 전에 단전되었던 전기가 갑자기 들어왔습니다. 할렐루야! 하나님께서 우리일행들에게 탄자니아 도착선물로 전기를 주셨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전기가 들어온 것이 얼마나 기쁘고 행복했는지 모릅니다.

2017년에 탄자니아로 파송 받아 언어연수와 사역지 탐방들을 통해 이곳 음베야 지역에 정착한 이재욱 선교사 가정은 3년 전부터 그레이스밀알센터를 일구어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땅을 구입하고 짧은 시간에 예배당, 식당, 교육관, 사역자 숙소 및 게스트 하우스 등 센터 운영에 있어 필요한 건물들을 직접 설계하고 인부들을 고용하여 건축하였습니다.

선교지에 정착하는 것만으로도 힘겨운 일이었을 텐데 3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귀한 사역들을 지혜롭게 잘 진행하셨구나 하는 생각에 단장으로써 참 감사했습니다.

보름 정도의 일정으로 다녀온 탄자니아에서 우리는 지역사회 장애인들을 센터로 초청하여 특별예배를 함께 드렸고, 지역 공립학교와 기관 그리고 두 곳의 신학교에서 장애인선교의 이해를 돕는 강의와 한국밀알선교단의 사역 소개, 그리고 간증 시간으로 섬길 수 있었습니다.

이재욱 선교사의 은사(恩師)이기도 한 단국대 특수교육학과 명예교수 신현기 장로(한국밀알선교단 이사)의 장애인선교와 특수교육에 관한 이해 특강과 이석희 간사(뇌병변장애)와 조정환 간사(청각장애)의 간증은 함께 한 모든 이들에게 지식과 정보를 전달했을 뿐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로 살아내는 장애인 당사자들의 진솔한 고백을 통해 감동을 주었습니다. 강의와 간증이 진행될 때 마다 집중하여 경청하는 현지인들의 모습이 얼마나 진지한지 앞에서 진행하는 우리들을 더 긴장하게 했습니다.

탄자니아에서 하루하루를 지나며 지역의 현실들을 돌아보면서 지역 내 장애인들, 특히 장애아동들이 너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레이스밀알센터와 함께 하는 장애아동들의 숫자도 적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일정 중에 방문한 로마 가톨릭에서 운영하는 지역아동 재활치료센터를 이용하는 아동의 숫자가 160명 이상이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재활치료센터를 이용하는 아동이 그 정도라면 그 보다 훨씬 많은 아동들이 장애를 겪고 살아가고 있겠구나 하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흙벽돌로 지은 집에 정수되지 않은 공동우물과 재래식 공동화장실, 우기가 되면 넘쳐나는 물에 온 마을은 축축이 젖어 버리고 그런 환경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의 모습, 생후 2개월 된 갓난아기를 다섯 살도 안 돼 보이는 아이가 등에 업고 골목길에 나와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서있는 모습들, 그렇게 주변을 돌아보며 보게 된 아이들 중에는 그냥 겉으로 봐도 장애나 질병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릴 정도로 그런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2월 9일 아침, 말씀을 묵상하면서 주신 말씀이 있습니다. 바로 마태복음 9장 35절-38절 말씀입니다. 이 말씀은 저로 하여금 그곳의 장애를 겪고 살아가는 이들의 현실을 더 깊이 생각하게 하셨습니다. 결국 그날 오후 청각장애인들과 간담회를 진행하다 저도 모르게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되어 말씀을 주신 하나님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예수님 앞에 나아온 이들을 바라보시며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보고 불쌍히 여기셨다고 말씀합니다. 불쌍히 여기신 이유는 그들이 목자 없는 양과 같이 고생하고 기진하였기 때문이라고 말씀합니다.

제가 만난 탄자니아 장애인들은 자신들의 장애에 대해 불평하거나 원망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자신들이 살아가는 사회적 환경 속에서 자신들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라고 생각하며 그냥 그렇게 살아가야 하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시며 그들을 제대로 인도할 목자가 없음을 안타까워 하시며 고생하고 기진하여 살아가는 그들을 불쌍히 여기고 계심을 깨닫게 하셨습니다. 얼마나 예수님의 마음이 아프실까요? 처절한 몸부림으로 살아가던 이스라엘 백성들을 향한 예수님의 그 마음이 탄자니아에서 살아가는 장애인들을 향한 예수님의 마음이고 그 마음이 제 마음이 되길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마태복음 9장은 이렇게 마무리가 됩니다.

“추수할 것은 많되 일꾼이 적다. 추수하는 주인에게 청하여 추수할 일꾼을 보내달라고 청하라”

이 말씀은 제가 탄자니아를 떠나오면서 하나님께 강력하게 요청드릴 기도제목이 되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보고 듣고 경험한 것들을 토대로 보다 실제적인 탄자니아 장애인선교를 위해 협력하며 나아가야 할 길들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많은 분들의 기도와 관심 그리고 동참을 부탁드립니다.

Asante sana (아싼테 사나 / 감사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