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강제징용 피해보상’ 해법에 보수 교계도 '난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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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강제징용 피해보상’ 해법에 보수 교계도 '난색'
  • 손동준 기자
  • 승인 2023.03.07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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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교연, 윤석열 정부 방침에 사실상 처음으로 비판적 논평
한교총, “폭넓게 피해 당사자와 국민 의견 경청하라” 요청

윤석열 정부의 ‘강제징용 피해보상’ 해결 방안에 대해 보수 교계가 이례적으로 “흡족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논평해 눈길을 끌었다.

한국교회총연합(대표회장:이영훈 목사)은 지난 6일 5문장으로 이뤄진 짧은 논평을 발표했다. “오늘은 미래의 과거다. 오늘의 결정과 방향이 미래를 결정한다”는 문장으로 포문을 연 한교총은 “우리는 상호 노력으로 화해와 회복의 문을 열어 일본이 우리에게 끼친 피해를 극복하고 평화와 번영의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한일간 과거사 문제 중 하나인 강제징용 문제의 해소를 위한 정부의 발표에 대해 먼저 일본 정부의 성의 있는 응답을 촉구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한교총은 이번 조치가 피해 당사자와 국민들의 눈높이에는 다소 맞지 않음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한교총은 우리 정부를 향해 “폭넓게 피해 당사자와 국민 의견을 경청하고, 미래 청사진을 진솔하게 설명함으로써 국론 통합을 위해 더욱 노력하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한국교회연합(대표회장:송태섭 목사)도 7일자 성명에서 “고착상태에 있는 한·일 두 나라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정부의 대승적 결단”이라고 높이 평가하면서도 “피해의 책임이 있는 일본 기업을 통한 배상이 아닌 정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피해자와 유족을 지원하는 방식이란 점에서 흡족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그간 한교연이 정부의 결정에 대해 줄곧 찬사 일변도의 입장을 내 온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이례적인 반응이다.

한교연은 “정부의 해법은 2018년 대법원에서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일본 기업 대신 우리 재단이 우선 원고에게 배상금을 지급하되 이후 일본 측이 여기에 호응해 참여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놓겠다는 것”이라며 “이 해법의 성공 여부는 우리 정부의 결단에 일본 정부가 어떤 자세로 호응하느냐에 달렸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과거 노무현 정부는 일본에 다시 배상하라는 요구를 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문재인 정부 때 문희상 국회의장도 ‘한국·일본 기업과 국민의 성금을 모아 대위변제하자’고 제안했다”며 “지금 정부의 해법과 다를게 없지 않느냐”고 야당에도 책임이 있음을 분명히 했다.

지난 3.1절 기념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을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안보, 경제, 글로벌 어젠다에서 협력하는 파트너”라고 지칭한 데 대해서도 한교연은 문제를 제기했다. 한교연은 “과거 역대 대통령들이 일본에 사과와 반성을 촉구한 반면에 윤 대통령이 일본을 ‘협력하는 파트너’로 부른 건 국민 정서상 아직 용납되지 않는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 6일 강제동원을 한 일본 기업이 피해자에게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결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양보안을 내놨다. 정부가 발표한 해법에 따르면 행정안전부 산하에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을 설립해 재단이 피해자에게 법원 판결에 따른 배상금과 이자를 지급하게 된다.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 당시 일본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은 포스코와 KT&G 등이 자발적으로 배상에 필요한 재원 마련에 참여할 전망이다.

 

다음은 한교연 성명 전문이다. 

 

정부의 ‘강제징용 피해배상’ 해결 방안에 대한 입장

정부가 6일 강제징용 피해배상 문제 해결 방안을 발표했다. 그 내용이 피해의 책임이 있는 일본 기업을 통한 배상이 아닌 정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피해자와 유족을 지원하는 방식이란 점에서 흡족하지 못한 부분이 있으나 고착 상태에 있는 한·일 두 나라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정부의 대승적 결단이란 점에서 높이 평가한다.

정부의 해법은 2018년 대법원에서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일본 기업 대신 우리 재단이 우선 원고에게 배상금을 지급하되 이후 일본 측이 여기에 호응해 참여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놓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해법의 성공 여부는 우리 정부의 결단에 일본 정부가 어떤 자세로 호응하느냐에 달렸다고 본다.

1965년 당시 박정희 정부는 한·일 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한 한·일청구권협정에 서명하고 일본 으로부터 3억 달러 무상 자금과 2억 달러 차관을 받았다. 정부가 포스코 등 16개 기업의 자발적 기부를 통해 징용 피해자에게 채무를 대신 갚는 방식을 택하게 된 것은 이들 기업이 당시 대일 청구권 자금의 수혜를 본 기업이기 때문이다. 이는 과거 일본으로부터 받았던 자금을 되돌려 주는 의미도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의 해법에 대해 “제2의 경술국치이자 대일 굴종 외교”이라고 비난했다. 정부가 한·일 간에 오랜 갈등의 원인이 된 강제징용 피해배상 문제를 피해의 책임이 있는 일본 기업을 통한 배상이 아닌 우리 재단의 기금을 활용하기로 한 것은 국민 정서에 반하는 부분이 분명 있다.

그러나 야당도 국정 운영의 동반자란 점에서 책임이 없지 않다. 과거 노무현 정부는 일본에 다시 배상하라는 요구를 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문재인 정부 때 문희상 국회의장도 ‘한국·일본 기업과 국민의 성금을 모아 대위 변제하자’고 제안했다. 지금 정부의 해법과 다를 게 없지 않은가. 그래놓고 정부를 맹비난하는 건 169석의 의석을 가진 제1야당의 책무를 망각한 것이다.

외교는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고 되지 않는다. 대법원 판결 이후 지난 정부가 5년동안 어떤 해법을 위해 노력했고 그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누구보다 야당이 더 잘 알 것이다. ‘죽창가’를 불러대며 국민의 반일 감정에 불을 일으켜 외교로 풀어야 문제를 더 꼬이게 만든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가슴에 손을 얹고 반성해야 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1절 기념사에서 일본을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안보, 경제, 글로벌 어젠다에서 협력하는 파트너”라고 했다. 과거에 역대 대통령들이 일본에 사과와 반성을 촉구한 반면에 윤 대통령이 일본을 “협력하는 파트너”로 부른 건 국민 정서상 아직 용납되지 않는 점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과거를 잊지 말되 과거에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된다. 특히 북한의 핵 위협이 날로 증대되는 현실에서 과거에 매달려 오늘을 실기해서는 안 된다.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하려면 든든한 한미동맹이 매우 중요하다. 동시에 한·일간의 긴밀한 협력이 필수적이다. 대한민국의 안보, 대한민국의 경제, 즉 대한민국의 국익을 위한 대통령의 대승적 결단을 함부로 폄훼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는 외교부 장관이 발표한 강제징용 피해배상 문제에 대한 해법이 윤 정부의 외교적 ‘고육지책’이란 점에서 일본 정부가 과거와는 다른 보다 성의있는 자세로 호응하기를 바란다. 아울러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통열한 반성과 사죄를 담은 ‘김대중-오부치 선언’ 25주년을 맞는 시점에서 일본 정부가 진심 어린 사과와 반성의 자세를 보여줄 것을 다시한번 촉구한다.

2023.3.7.

한국교회연합 대표회장 송태섭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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