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칼럼] 죽음은 삶의 동반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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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칼럼] 죽음은 삶의 동반자입니다
  • 각당복지재단 라제건 이사장
  • 승인 2023.03.02 11: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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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당복지재단]삶과 죽음을 생각하다①
각당복지재단 라제건 이사장
각당복지재단 라제건 이사장

우리가 죽음을 이야기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삶 때문입니다. 젊은 시절 친한 친구가 12월 24일 저녁 교통사고로 숨진 적이 있었습니다. 크리스마스에 빈소에 오랜 시간을 앉아 많은 생각을 했었습니다.

이 친구와 내가 바뀔 수도 있었는데. 내가 이 친구 자리에 누워있고, 이 친구가 나를 문상하고 있을 수도 있었는데. 그러다 생각했습니다. 만일 내가 죽는 날을 알게 된다면 무엇이 달라질까. 만일 내가 삼십 년 후 오늘 죽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나의 오늘이 과연 달라질까? 만일 내가 십 년 후 오늘 죽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아니 내가 일 년 후 혹은 반년 후에 죽는 것을 알게 된다면 오늘 나의 삶은 어떻게 달라질까?

어쩌면 친구가 먼저 떠남으로써 내게 남겨준 삶을 내가 살아가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내가 몰라서 그렇지 어쩌면 내게 남겨진 삶은 불과 일 년도 남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친구의 죽음을 통해서 저는 저 자신의 삶에 대한 각성이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일 년일지도 혹은 삼십 년일지도 모르지만, 분명한 사실은 제게 남겨진 시간이 길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유한하고 귀한 시간을 저는 보내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친한 친구가 갑자기 떠난 지 벌써 사십 년 가까운 시간이 훌쩍 흘러갔습니다. 그리고 칠십이 다 된 저는 아직도 살아있습니다. 지금도 저는 같은 생각을 합니다. 내게 남겨진 삶이 삽십 년일까 아니면 십 년 혹은 일 년일까. 오늘을 살아가는 나는 과연 누구인가. 나는 유한하게 남아있는 나의 삶을 통해서 과연 무엇을 이루고자 하는가. 

우리에게 가장 크고 중요한 질문은 ‘어떻게 살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죽을 것인가’ 이 두 가지일 것입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어떻게 살 것인가와 어떻게 죽을 것인가는 하나의 내용을 다르게 표현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어떻게 살 것인지가 분명해져야 어떻게 죽을 것인지가 분명해지고, 어떻게 죽을 것인지가 자신에게 분명할 때 어떻게 살 것인가도 분명해지는 것 같습니다. 죽음을 인식하게 되는 것은 자기를 객관화시켜서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을 갖게 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지난 사십 년의 삶을 후회 없이 살아올 수 있게 된 것은 친구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하며 나에게 남겨진 시간 동안 무엇을 어떻게 하며 지낼 것인지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된 것이 계기가 되었다고 믿습니다. 젊은 나이에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친구에게 삶에 대한 깨달음을 주고 떠난 친구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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