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양팀이 악기를 내려놓고 햄버거를 굽게 된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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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양팀이 악기를 내려놓고 햄버거를 굽게 된 까닭은
  • 손동준 기자
  • 승인 2023.03.02 09: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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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 사역팀 제이어스가 연 수제버거&커피 전문점 ‘자이온’

‘삶의 예배’를 직접 살아내기 위한 ‘도전’
2020년 서울 강서구 염창동에 1호점 오픈
코로나 위기 뚫고 최근 종로에 2호점 열어
최근 오픈한 종로점 옥상에서 내려다 보이는 종묘.
최근 오픈한 종로점 옥상에서 내려다 보이는 종묘.

악기를 연주하고 찬양을 부르던 예배 사역팀이 햄버거를 굽고 커피를 내리는 F&B(Food and Beverage, 식음료) 비즈니스에 뛰어들었다. 코로나를 뚫고 최근에는 2호점까지 열었다. 이제는 한국을 넘어 전 세계에 진출하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히는 스페셜티 커피와 수제버거 브랜드 ‘자이온(ZION)’을 찾아가 봤다. 

2010년 서울예술대학교 실용음악과 캠퍼스 기도 모임으로 시작해 한국을 대표하는 예배사역팀으로 성장한 제이어스미니스트리(대표:김준영). 이들의 정기예배 현장은 항상 젊음의 에너지로 가득하다. 매월 수천 명의 청년과 청소년들이 제이어스의 집회를 찾고 있다. 이들이 발표한 음원도 족족 큰 사랑을 받는다. 그러나 제이어스는 뜨거운 찬양의 열기가 집회 현장이나 음원에 머무는 것을 경계했다. 그래서 집회 때마다 ‘삶의 예배’를 강조했다. 그리고 제자훈련 사역을 통해 ‘무너진 성벽을 일으킬 한 사람’을 세우기 위해 애써왔다. 

그러나 이런 메시지와 훈련만으로는 제이어스 구성원들의 목마름이 가시지 않았다. 제이어스미니스트리의 김준영 대표는 다음세대를 ‘세상 속 성벽 재건자’로 파송하면서도 정작 자신들의 걸음은 세상의 치열한 현장과 거리가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시 강서구 염창동에 자리한 자이온 1호점. 오래된 보양탕 집을 세련된 감성으로 리모델링했다.
서울시 강서구 염창동에 자리한 자이온 1호점. 오래된 보양탕 집을 세련된 감성으로 리모델링했다.

“사역의 현장마다 ‘여러분은 세상의 빛이다. 세상 속에서 하나님 나라를 나타내며 가정과 교회, 학교와 직장에서 선교사로 살아가라. 선교는 이벤트가 아니라 라이프여야 한다’고 강력하게 외쳐왔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사역은 여전히 교회 안에 머물러있었고, ‘과연 외치는 대로 살아가고 있는가’에 대한 부담과 목마름이 깊어졌습니다.”

이런 목마름은 제이어스가 사역의 영역을 확장해 세상 속으로 뛰어들도록 부추기는 하나님의 음성이었다. 이들은 직접 삶의 현장으로 들어가 부딪치고 돌파하며 어떻게 하면 삶의 예배가 가능할 수 있을지 살아내기 위한 본격적인 ‘비즈니스’에 돌입했다. 

 

하나님을 예배하는 땅으로

그렇게 탄생한 브랜드가 ‘자이온’이다. 사무엘하 5장에서 다윗이 여부스 사람들로부터 빼앗은 땅 ‘시온’을 뜻한다. 전에는 이방 신을 섬기던 땅이 하나님을 예배하는 곳으로 바뀐 것처럼, 맘몬이 다스리는 비즈니스의 세계를 하나님을 예배하는 땅으로 변화시키겠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담았다. 

그리고 ‘맛있는 식음료’와 ‘영감을 얻는 공간’을 소비하는 것이 이 시대의 청년들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라고 판단하여 업종을 F&B(푸드와 베이커리)로 정했다. 매장을 오픈하기 위해 필요한 식음료 메뉴의 방향성, 공간의 구조적 활용, 인테리어 디자인과 브랜드 운영 핵심 가치 등을 구체적으로 준비하며 기반을 쌓았다. 2015년 비즈니스 선교 운동을 위해 열린 ‘제1회 글로벌 청년창업 경진대회’에서 자이온은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방향성과 컨셉이 이미 훌륭했지만, 무엇보다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전문성 다지기에 심혈을 기울였다. 구성원들이 서울에서 젊은이들에게 사랑받는 커피 브랜드와 햄버거 브랜드에 취직했고, 그곳에서 무려 4년간 노하우를 쌓았다. 김 대표는 “2004년 로잔회의에서 채택된 비즈니스 선교 개념에서도 ‘지속 가능성’을 매우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며 “우리도 전문성을 다지는 시간을 굉장히 오래 잡았다. 처음 자이온을 착안한 시점부터 1호점 오픈까지 7년의 세월이 걸렸다”고 말했다. 

그렇게 세상 속으로 뛰어들어가 하나님의 빛을 드러내고, 일터에서 삶의 예배를 세우는 선교적 거점 ‘자이온 1호점’이 지난 2020년 서울 강서구 염창동에서 문을 열었다. 화제성도 높았고, 매출도 좋았다. 쾌조의 출발이었다. 그러나 거세진 코로나19의 영향은 자이온을 비껴가지 않았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를 지나 3단계, 4단계로 강화되며 영업 자체가 제한되어 비즈니스를 지속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시간을 보내야 했다. 김 대표는 “그때부터 꽤 오랫동안 생존에 사활을 거는 시기가 이어졌다”며 “동시에 선교적인 열매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어려운 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자이온 직원 세미나에서 김준영 대표가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자이온 직원 세미나에서 김준영 대표가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하나님의 방식

직원 감원 없이 그저 버티던 와중에 감사하게도 조금씩 회복의 계기들이 찾아왔다. 신생임에도 한국의 가장 큰 버거 페스티벌에서 선정하는 10개 브랜드에 포함되면서 신규 고객 유입이 늘어났고, 배달 매출도 예상 범위 밖까지 상승했다. 

김 대표는 “코로나 시기에 맞춘 운영 체계로 대응하기도 하고,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고 비용은 아끼며 수익을 늘릴 수 있도록 연구했다”며 “그와 동시에 하나님의 방식으로 일하는 것이 무엇인지, 세상 속에서 예배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일이 예배가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깊이 씨름하는 시간을 허락해 주셨다”고 했다. 이어 “자이온에서 커피를 내리고 버거를 만드는 일이 왜 하나님을 위한 것인지,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일상 속에서 내가 하는 일의 의미가 무엇인지 자문하는 특별한 시간을 보냈다”고 코로나19와 함께했던 시간을 해석했다. 

자이온은 매월 영업일 중 하루, 직원 세미나를 위해 문을 닫는다. 전 직원이 모여 비즈니스를 멈추고 하나님께 집중하는 시간이다. 이밖에 매주 4시간씩 1년간 ‘일터 예배자’를 세우는 훈련도 진행한다. 서로 다른 성향의 동료들과 일하면서도 구별된 삶을 통해 함께 하나님의 나라를 세우기 위해 치열하게 씨름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김 대표는 “일이 저주가 아니라 즐거울 수 있다는 고백, 함께 일하는 동료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경험을 하고 있다는 고백이 이어지고 있다”며 “비즈니스적으로도, 선교적으로도 내실을 다지는 시간을 보내는 와중에 감사하게도 매출은 점차 올랐고, 자이온의 비전과 가능성을 인정받아 투자유치를 받게 되는 귀한 만남도 연결됐다”고 했다.

한편 자이온은 지난 12월 서울 종로구 종로 3가에 2호점을 오픈했다. 김 대표를 만나기 위해 2호점을 찾아가는 길에 ‘여기가 맞나?’ 하는 생각이 여러 번 들었다. 종로라고 하지만 주변에 카페라곤 한 곳도 찾아볼 수 없고, 오래된 음식점과 어르신들이 주로 찾는 의료기기 상점들만 즐비한 곳이었다. 그야말로 ‘왕년’에는 잘나갔지만, 지금은 많은 이들이 찾지 않는 외진 곳이었다. 매장이 자리한 건물도 겉에서 볼 때는 자이온 1호점에서 느꼈던 젊은 감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막상 매장에 들어서자 세련되고 잘 갖춰진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왔다. 1층부터 옥상까지 사진으로 담고 싶은 ‘포토스팟’들이 즐비했다. 특히 옥상에서 내려다보는 종묘의 고즈넉함과 뒤로 펼쳐진 서울 타워의 풍경이 매력적이었다. 

김준영 대표는 “자이온의 2호점을 준비하기 시작할 무렵, 주님의 인도하심으로 종로의 한 건물을 만나게 됐다”며 “종로는 단단한 역사를 가진 독특한 매력의 중심지였지만, 새로운 바람이 필요한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자이온은 주요 유명 상권에 편승하는 방식이 아닌 재생과 활력이 필요한 곳에 가서 새로운 흐름을 만든다는 비전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2호점으로 오픈한 종로점 내부인테리어.
2호점으로 오픈한 종로점 내부인테리어.

 

김 대표의 말처럼 자이온 1호점이 자리한 서울 강서구 염창동도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상권과는 거리가 있었다. 그런데 자이온이 SNS를 통해 지역의 매력 있는 장소로 자주 언급되면서 주변에 피자, 쌀국수, 와인 등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브랜드 매장 8곳이 줄줄이 들어섰다. 김 대표는 “이번에 오픈한 2호점도 서울이 선정한 도시재생 필요지역이다. 앞으로도 이런 곳에 의도적으로 들어가 세상의 빛이 되는 역할을 감당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끝으로 “특별히 자이온 2호점은 예수님을 알지 못하는 많은 청년을 직원으로 맞이했다. 함께 일하는 불신자 직원들에게 삶으로 하나님 나라를 드러내고 직접 복음으로 초대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며 “더 나아가 한국 문화에 우호적인 동남아시아 도시들로 진출해 선교적 거점으로 세울 수 있기를 소망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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