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도 아이도 ‘그림책’으로 성장하며 행복하길 소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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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도 아이도 ‘그림책’으로 성장하며 행복하길 소망”
  • 김수연 기자
  • 승인 2023.02.28 11:0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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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아이를 위한 카페 겸 서점, 천안 ‘퐁당 그림책방’
자녀들 위한 ‘그림책 클래스’ 진행…부모에겐 힐링 공간
퐁당 그림책방이 진행하는 ‘그림책 클래스’에서 아이들이 연계활동을 펼치고 있다.
퐁당 그림책방이 진행하는 ‘그림책 클래스’에서 아이들이 연계활동을 펼치고 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통유리창 너머로 들어오는 따스한 햇살이 온몸을 포근히 감싼다. 은은하게 퍼진 고소한 원두향은 코를 간질이고, 잔잔한 음악은 귀를 즐겁게 한다. 한쪽 벽면을 비롯해 곳곳에 진열된 아기자기한 그림책들은 마치 아름다운 갤러리를 연상케 한다.

그림책을 사랑하는 아이와 엄마들의 아지트 같은 공간인 이곳은 천안시 동남구 청수동에 위치한 퐁당 그림책방이다. 그림책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서점이자 그림책을 감상하며 음료도 마실 수 있는 카페인 이곳은 특별히 어린이들을 위한 클래스도 운영되는 복합문화공간이다.

퐁당 그림책방의 대표로서 그림책 읽기와 다채로운 연계활동을 직접 지도하고 있는 김태희 씨(청수백석대학교회)한 권의 그림책과 한 번의 수업으로 아이의 삶 전체를 바꿀 순 없겠지만, 꿈과 가치관에는 선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제가 생각하는 교육은 눈앞에 당장 피어날 싹이 아닌, 먼 훗날 피어날 꽃과 열매를 기대하며 물을 주는 것이라는 소신을 밝혔다.

퐁당 그림책방 대표 김태희 씨.
퐁당 그림책방 대표 김태희 씨.

균형발달 돕는 그림책의 힘
갈수록 한글을 떼는 시기가 빨라지면서 4~5세 때부터 스스로 책을 읽는 아이들이 많아졌습니다. 부모들도 활자에 대한 조급함으로 유아기 자녀들에게 학습지를 시키고 이를 자랑처럼 여기는 추세에요. 그렇지만 아이들이 글자를 먼저 익히는 순간 그림에 대한 정보를 해석할 기회는 줄어들고 사고력과 창의력을 키우는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아이들은 바나나 한 개만 보고도 무한한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능력을 지녔어요.”

태희 씨는 시각적 문해력을 기를 수 있는 그림책의 장점을 이같이 설명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림책이 아이들의 정서적 안정과 밀접한 관계를 지닌 전두엽 발달에 효과적이란 사실은 과학적으로도 충분히 입증된 바다. 시각적 문해력이 뛰어난 아이들은 글과 그림을 연관 지어 자기만의 해석을 만들어내는 고차원적인 독서방법도 고안해낼 수 있다.

태희 씨는 이러한 그림책의 교육적 가치를 더 많은 부모 및 자녀들과 공유하고 싶었다. 지난해 9월 퐁당 그림책방이 태동한 계기다. 그가 유치원 교사로 8년간 일하며 얻은 노하우와 두 자녀를 키우면서 자연스럽게 체득한 그림책 육아법은 든든한 자양분이 됐다.

그림책 북큐레이터 1급 자격증까지 취득해 전문성을 높인 그는 많은 부모들이 자녀의 언어발달에 대해 걱정하는데 유아의 그림책 읽기는 언어력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촉매제로서 좋은 대안이라며 간접적으로 쌓은 여러 감성은 긍정적인 인격형성의 기초가 된다고 부연했다.

퐁당 그림책방의 인테리어에는 분명한 철학이 담겨있다. 우선 산만한 분위기로 아이들의 집중력을 방해하지 않도록 지나치게 알록달록한 색상의 사용은 지양했다. 아이 스스로 그림책에 관심을 갖고 고를 수 있도록 전면에는 그림책을 비치해 두었다.

또한 책방을 까페처럼 꾸며 아이들이 앉은 자리에서 바른 자세로 독서할 수 있게 했다. 자연스레 아이들은 이웃과 함께 이용하는 공간에서 책을 볼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를 익힌다. 대개 어린이 도서관들이 미끄럼틀이나 장난감을 함께 구비한 것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전국 방방곡곡의 그림책방들로 수없이 발품을 팔고 연구했다는 태희 씨는 공간이 주는 힘이 있다. 이곳에서 아이들이 책은 아무 데서나 읽고 휙 던지는 것이 아니라는 걸 깨우치길 바란다엄마도 아이가 그림책과 함께 성장하는 모습에 행복해하는 곳이 되면 좋겠다고 했다.

다음세대에 심는 성경적 가치관
퐁당 그림책방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유익한 그림책 클래스도 진행해 눈길을 끈다. 한 타임에 50분씩 이어지는 수업은 4~8세까지 연령별로 맞춤화돼 있다. 태희 씨는 수업을 통해 아이들과 함께 그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혹은 앞으로 어떤 이야기가 전개될지 유추하며 생각의 무한한 날개를 펼친다. 그림책을 본 뒤 느낀점이나 깨달은 교훈 등을 놀이의 개념으로 풀어낸 창작 활동은 그림책 클래스의 꽃이자 하이라이트다.

예를 들면, 얼마 전 튀르키예 대지진이 발생한 가운데 태희 씨는 강경수 작가의 <당신의 빛>이란 그림책을 선정해 클래스를 열었다. 이 책은 타인의 고난과 시련을 지켜보며 함께 슬퍼하고 위로하는 선한 마음을 이야기한다. 태희 씨는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들을 보면서 지금 아이들에게 필요한 마음가짐은 무엇일까를 고민한 끝에 이 도서를 결정했다.

그는 연계된 창작활동으로 아이들과 자신의 얼굴을 새긴 캔들을 만들었다. 그림책에 등장하는 중세 서양 미술작품의 후광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라며 이기주의가 만연한 시대 누구나 선한 마음을 가진다면 촛불처럼 환하게 빛나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의미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책방지기 이전에 저 역시 그리스도인이자 두 자녀를 키우는 엄마로서 하나님을 믿지 않는 다음세대에도 성경적 가치관을 물려줄 책임이 있다반기독교적 문화가 혼재한 세상에서 아이들이 지혜로운 분별력과 더불어 바른 덕목들을 갖추도록 돕는 게 저의 궁극적인 소명이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수업 시 아이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공감해주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는 태희 씨는 몇 번의 짧은 수업으로 아이들의 상태를 감히 다 파악할 순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혹 심리적으로 힘든 상태의 친구들을 만난다이들이 정서적 안정을 누릴 수 있도록 존중과 지지를 보내는 것도 저의 역할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그렇다고 퐁당 그림책방 클래스에서 매번 진지하고 무거운 메시지만 다뤄지는 건 아니다. 아이들의 정서뿐만 아니라 사회·인지·언어·신체 등 각 영역의 균형적 발달을 고려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기획되는 것. 반응이 좋아 최근에는 18~30개월 아기들을 위한 베이비 클래스도 오픈했다.

어른들 위한 위로와 치유의 공간
한편, 퐁당 그림책방은 어른들에게도 힐링을 선물한다. 엄마들이 이곳을 방문하는 까닭은 제각각이다. 맞벌이로 아이에게 책 읽어줄 시간이 부족한 엄마부터, 그림책을 어떻게 읽어줄지 모르는 초보엄마까지. 태희 씨는 이런 엄마들에게 상담을 통해 그림책을 읽어줘야 하는 이유’ ‘내 자녀에게 맞는 그림책 고르는 방법을 친절하고 세심히 코칭해준다.

태희 씨는 그림책의 제일 큰 효과는 결국 부모와의 소통과 교감에 있다그림책을 보는 목적은 단순히 학습을 너머 자녀의 내적 변화와 성숙임을 기억하고, 엄마도 아이도 즐거운 시간을 만들어가는데 의의가 있음을 알려주려고 한다고 귀띔했다.

이후 엄마들로부터 집에 돌아간 아이가 그날 수업한 그림책을 엄청 좋아하고, 독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혹은 자녀와 더욱 친밀해졌다는 피드백을 들을 때면 책방지기로서 가장 뿌듯한 순간이다.

이 밖에도 퐁당 그림책방 곳곳에는 엄마들을 위한 살뜰한 배려가 묻어나있다. 먼저 밖에서 안을 들여다볼 수 있는 클래스 공간 덕분에 엄마들은 그림책을 보는 아이의 눈빛과 표정, 말투, 미소를 생생히 지켜볼 수 있다.

엄마들을 위한 성인 그림책들을 구비한 것도 퐁당 그림책방만의 매력이다. 태희 씨는 클래스에 참여한 자녀를 기다리는 동안 엄마들은 한 손에는 커피, 한 손에는 핸드폰 대신 그림책을 쥔다짧지만 묵직한 메시지를 던지는 그림책에 어느새 엄마들도 위로와 공감을 받고 빠져든다. 자기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는 엄마들도 있다고 했다.

이어 퐁당 그림책방을 통해 아이들에게는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어른들에게는 치유가 있길 기도한다이곳을 찾는 모든 이들에게 평안함을 주길 소망한다고 바랐다

▲퐁당 그림책방&클래스 문의 (전화:0507-1366-0284 / 인스타그램: @pongdang_picturebook)

 

퐁당 그림책방은 산만한 분위기로 아이들의 집중력을 방해하지 않도록 지나치게 알록달록한 색상의 사용은 지양했다. 아이 스스로 그림책에 관심을 갖고 고를 수 있도록 전면에는 그림책을 비치해 두었다.

 

퐁당 그림책방에는 엄마들을 위한 성인 그림책들도 구비해두고 있다.
클래스를 통해 아이들은 그림책과 연계된 다양한 활동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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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별 2023-03-21 11:06:03
김수연 기자님이 기사를 너무 이쁘게 쓰셔서 회원가입하고 댓글 남깁니다! 저희 아이가 좋아하는 그림책방에 대해서
제가 하고 싶었지만 글재주 없어서 못했던 내용을 너무 잘 표현해주신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