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공동체 일원이 되는 교회, 시선부터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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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공동체 일원이 되는 교회, 시선부터 다르다
  • 이인창 기자
  • 승인 2023.02.23 12: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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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공동체 속 ‘하나교회’ 이야기

2004년 개척 후 마을공동체 프로젝트 동참해
교회 신축 이전 하며 교인 주거공동체 만들어
정영구 목사가 마을공동체 안에서 교회가 해야 할 역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 목사는 “교회가 중심이 되는 것이 아니라 마을주민과 함께할 때 의미있는 결과가 만들어진다”고 역설했다.
정영구 목사가 마을공동체 안에서 교회가 해야 할 역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 목사는 “교회가 중심이 되는 것이 아니라 마을주민과 함께할 때 의미있는 결과가 만들어진다”고 역설했다.

방방곡곡 마을마다 교회가 존재하지만, 마을공동체 일원으로 인정받고 있는 교회는 얼마나 될까. 아마 적잖은 교회는 마을과 관계없는 별개의 조직이나 시설로 인식될 뿐이다. 교회가 좋은 뜻으로 주민들에게 무언가 나누려고 해도, ‘전도하려고 그런다’는 식의 삐딱한 시선을 마주할 때가 너무나도 많다. 

그런데 2004년 서울 상도동에서 개척한 하나교회(담임:정영구 목사)는 마을공동체 일원으로 충분히 인정받고 있다. 마을을 위해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교회 공간을 내어주는 교회, 교회 그릇도 꺼내주고 주방도 공유하는 교회, 언제든지 드나들 수 있는 편안한 공간으로 주민들은 교회를 인식하고 있다. 그간 정영구 목사와 교인들은 다양한 마을 살리기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민들과 소통하고 교류했다. 주민들에게 이질감이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바람과 물에 깎이는 돌처럼
“교회를 개척하고 제일 먼저 했던 것이 훈련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제자학교’, ‘비전학교’, ‘일터학교’를 실시했습니다. 우리 교인들이 비전과 사명에 따라 직업을 발견하고 공동체를 만들어가도록 교육했어요. 그런데 3년이 지났는데도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겁니다. 그때 깨달았죠. 삶은 자신이 사는 터에서 보통의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을요.”

정영구 목사는 틀에 찍어서 만든 벽돌 같은 교인이 아니라 바람과 물에 깎이며 모양이 완성되는 돌처럼 주민들 속에서 살아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교회가 자연스럽게 마을공동체 속으로 찾아 들어간 것도 그 때문이다.

한번은 하나교회가 마을에 어린이 도서관을 독자적으로 만들려고 한 적이 있다. 하지만 공간 임대에 필요한 보증금과 월세 부담이 너무 커 결국은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교회가 점찍어둔 자리에 한 시민단체가 똑같이 어린이 도서관을 만든다고 계약을 한 것이다. 바로 도서관이 필요했던 마을 주민들이 직접 나서 십시일반 모금해 추진되는 프로젝트였다. 하나교회는 실망하기보다 오히려 마을공동체 주민으로 참여해 도서관 설립을 적극 도왔다. 이렇게 설립된 도서관이 전국적으로 이름난 ‘성대골어린이도서관’이다. 교회가 자체적으로 하는 것보다 주민들과 함께할 때 시너지는 훨씬 컸고 무엇보다 교회에 대한 인식이 크게 개선됐다. 

“도서관 관장님이 전국을 다니며 강연하면서 교회가 도서관 건립을 도와줬다고 말씀하신답니다. 그러면 사람들이 교회를 조심하라는 말을 정말 많이 한다고 해요. 교회는 전도하려고 그러는 것이니 뺏기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거죠. 교회를 향한 선입견이 얼마나 큰지 모릅니다.”

하지만 하나교회를 지켜보는 주민들의 시선은 따뜻하다. 중요한 건 교회 출석 여부가 아니었다. 뜻있는 일을 위해 담임목사와 교인들이 마을 구성원으로 참여하고, 필요하다면 교회 자원을 기꺼이 내어주었다. 

마을공동체 안에서 교회 활약
정영구 목사는 미국 유학 중 보수 성향이 강한 탈봇(Talbot) 신학대학원에서 공부했다. 하지만 20대 대부분은 운동권 학생의 삶을 살았다. 미국에서 돌아와 목회하면서는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에서 석·박사 과정을 하면서 사회적 목회를 공부했다. 그간 했던 공부가 마을공동체에 뿌리를 단단히 내리고 목회를 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정영구 목사는 현재 마을 주민들이 참여하고 있는 협동조합 ‘희망동네’ 이사장을 맡고 있다. 마을공동체가 함께 지역 내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도 수준 높은 학원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공익학원 ‘반올림’을 운영했다. 하나교회 교인이 반올림의 원장을 맡아주었고, 여기서 공부한 학생들을 모두 대학에 진학시킬 수 있었다. 

대한주택공사(LH)와 함께 청년주거공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유주택사업도 마을 중심으로 구현했다. 동네 공부방에 수준 높은 급식을 저렴하게 제공하기 위해 만든 협동조합을 운영했다. 이러한 활동에서 역시 가장 중요한 점은 교회가 중심이 아니라 마을공동체 안에서 교회와 성도들이 참여했다는 사실이다. 

지금은 개척 초기와 같이 몰아치는 성경공부가 아니라 매주 성경 한 장을 깊이 연구하고 삶 속에서 적용하는 데 집중하도록 교인들을 양육하고 있다. 정 목사는 주중 많게는 15개, 적게는 8개 소그룹 성경공부를 운영하고 있다.

소그룹 성경공부에 참여하면서, 교인들은 신앙적 가치관을 지키며 생활 터전에서 살아갈 수 있게 된다. 교회 밖에 있으면서도 신앙의 본질을 잃지 않고 믿지 않는 사람들과 얼마든지 가족처럼 친밀한 관계를 만들어낸다.

여섯 가정 공동주거시설 만들어
하나교회는 지난해 2월 상도동에서 사당동으로 이전을 완료했다. 새로운 4층 건물을 건축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특이점은 교회를 위한 공간 이외 3~4층을 주거시설로 만들고 교인 여섯 가정이 공동생활을 시작한 것이다. 주거공간은 18평대에 불과하지만, 독립적인 데다 시세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에 입주할 수 있다. 우선 입주대상은 경제적 여건이 어려운 교인들이다. 이미 상도동에서 세 가정이 함께 했던 경험이 큰 자산이 됐다. 

정영구 목사는 “어른부터 어린아이까지 같이 살면서 노후대책을 대비하고 죽음까지도 존엄하게 맞이할 수 있는 공동체를 생각했다. 예수님 안에서 지체된 우리부터 공동체성을 회복하려는 것”이라며 “교회가 부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교인이 풍성해지도록 하려는 것이 우리 교회의 방향”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렇다면 일 년 동안 살면서 교인 간 갈등은 없었을까. 정 목사는 당연히 갈등이나 충돌이 있을 수밖에 없으며, 갈등을 해소할 방법과 노력이 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상대방을 바꾸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솔직하고 투명하게 자기 생각을 공유하는 것이죠. 우리 교인들은 그런 훈련이 잘 되어 있기 때문에 문제를 더 쉽게 풀어가는 편입니다. 생각을 숨기고 아끼는 것이 미덕이 아닙니다. 가면을 쓰지 않으려고 하면 소통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현재 하나교회는 사회적협동조합 ‘하나’를 만들어 공동 주거 사역을 확대하기 위한 제도적 준비를 하고 있다. 정 목사는 “앞으로 공동 주거공간 10채, 약 100가구를 만들고 싶다.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공동체 커리큘럼도 개발하고 그 일을 위해 우리 교회 20대 청년들이 참여해준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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