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연금 → 돈 → 밥 → 생명 → 생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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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연금 → 돈 → 밥 → 생명 → 생존”
  • 강석찬 목사
  • 승인 2023.02.22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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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찬 목사 / 예따람공동체
강석찬 목사
강석찬 목사

연금제도는 연금 가입자가 낸 보험료를 모아 기금을 만들고 연금 수급자(은퇴자)에게 지급하는 보험 제도로 은퇴자의 노후 보장 수단이자 사회 안전화 수단이다. 통계에 따르면 현재는 가입자 4명이 은퇴자 1명을 책임지지만 2055년에는 연금 기금이 고갈되고, 2060년에 이르면 1명의 가입자가 5명의 은퇴자를 책임지게 된다고 한다. 연금제도가 파탄에 빠진다는 예측통계이다. 우리나라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전 세계가 연금제도 개혁 문제로 홍역을 앓고 있다.

연금 문제를 끝말잇기 방법으로 풀어본다면 어떨까? ‘연금’은 ‘돈’이다. ‘돈’은 ‘밥’이다. ‘돈’ 으로 ‘밥’을 사 먹기 때문이다. ‘돈’이 없으면 ‘밥’을 먹을 수 없다. ‘밥’을 먹지 못하면 죽는다. ‘밥’은 ‘생명’과 직결된다. ‘생명’을 지킨다는 것은 ‘생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생명’을 지키지 못하면 ‘생존’하지 못한다. 조금 부풀려지고 거창한 논리이기는 하겠지만 ‘연금’ 문제는 ‘생존하느냐, 못하느냐’의 문제로 풀이될 수 있겠다.

‘돈(貨幣), 재물’ 문제는 인류사에 늘 중요한 문제였다. 사람들은 ‘돈’에 집착한다. 권력을 쟁취하려는 것도 ‘돈’을 얻는 가장 빠른 길이기 때문이다. ‘돈’이 없으면, 사람의 삶이 비참해진다. 더군다나 ‘상대적 빈곤’은 가난한 사람의 삶을 더욱 피폐케 한다. 이런 뼈아픈 경험이 쌓여, 사람들은 재물, 물질에 대하여 욕심이 죄의 씨앗이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손을 잡고, 마음을 맡기게 된다. 왜 공부하느냐고 물으면, 돌아오는 답이 ‘돈’이다. 이런 의미에서 한국의 기독교가 “예수 믿으면, 복 받는다, 성공한다, 출세한다”라는 프레임을 세상에 제공한 것은, 사람의 원초적인 소망을 자극한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2023년이 시작되면서 장로회 A 교단에서는 40%, B 교단에서는 30%의 총회 연금을 삭감하여 지급하기로 결의한 후, 실행하는데 파문이 일고 있다. 가난한 은퇴 목사들이 “벼룩의 간을 빼먹는 것 같다”라고 힘들어하면서, 나라에서는 물가상승에 따라 국민연금을 소액이라도 증액하는데, 교단의 총회 연금 삭감에 섭섭한 마음이 크다고 한다. 청빈을 긍지로 삼고 살아온 것이 무너지는 것 같아서, 더 속이 상한다고 한다. 국민연금공단 국민연금연구원은 지난 1월 2일에 50대 이상 중·장년층이 생각하는 부부의 적정 생활비는 월 277만원 수준이라는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서울 거주자의 경우는 부부 330만원이라 했다. 과연 평생을 목회에만 전념한 은퇴 목사 중에서 국민연금공단에서 공개한 적정 생활비를 월수입으로 채울 수 있는 은퇴 목사가 몇 퍼센트나 될까? “목사는 가난해야 된다”는 ‘강요된 청빈(淸貧)’으로 ‘일용할 양식’에 감사하며 살아온 은퇴 목사에게 총회 연금은 유일한 수입원인데, 교단마다 연금 지급을 삭감하면서 비대해진 총회 사업을 확장하는 것이 얼마나 복음적이라 할 수 있을까? 연금 삭감 결정의 반작용으로 65세에 자원은퇴를 고려하던 목사들은 70세까지 계속하려 하고, 교회는 교회대로 은퇴를 앞둔 목사와 불편한 분위기가 조성된다고 한다.

좋은 뜻으로 시작된 일이, ‘뜨거운 감자’가 된 연금이다. 교단마다 고민이 있다. 계산기를 아무리 두드려보아도 삭감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그렇지만 이 주장을 펼치기 전, ‘돈’을 추구하면서, ‘돈’보다 중요한 하나님의 뜻을 놓친 것은 아닌지 정직하게 묻고 또 물어야 한다. ‘생존’의 문제는 ‘돈’의 문제가 아니라, 목사라는 직분에 대한 존경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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