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의 샘물] 교회에서 쓰는 말 바로 알고 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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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의 샘물] 교회에서 쓰는 말 바로 알고 쓰기
  • 최운식 장로
  • 승인 2023.02.15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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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운식 장로/서울장위감리교회 원로장로, 한국교원대학교 명예교수
최운식 장로
최운식 장로

얼마 전에 초등학교 교장을 지낸 지인을 만났다. 그는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우리말 바로 알고 쓰기’에 관심이 많은 분이다. 그는 주일예배에 빠지지 않음은 물론, 매일 새벽에 영상을 통해 유명 목사님의 설교를 듣고 많은 은혜를 받는다고 한다. 그런데 목사님들이 우리말 어휘를 잘못 쓰시는 것을 듣고, 마음이 상하곤 하여 나한테 하소연하러 왔다고 하였다. 교회에서 목사님이나 교인들이 쓰는 말 중에는 잘못된 것이 많다. 그와의 대화를 계기로 교회에서 잘못 쓰는 말 몇 가지를 정리해 본다.

먼저 ‘축복’이란 말의 쓰임에 관해 생각해 보겠다. 축복은 ‘빌 축(祝)’ 자와 ‘복 복(福)’ 자가 합해진 한자말로, ‘복을 빎’의 뜻이다. 그러므로 “하나님, 성도들에게 축복해 주십시오”와 같은 말은 잘못된 표현이다. 이 말은 더 높은 존재자에게 복을 빌어 달라고 하나님께 비는 말이 된다. 하나님은 복을 주시는 절대자이지 더 높은 분에게 복을 빌어 주시는 분이 아니다. 이 경우에는 ‘축복’이라는 말 대신에 ‘복(은총, 은혜)을 내려 주십시오’라고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창세기』 12장 3절을 보면, 여호와께서 아브람에게 이르시되, “너를 축복하는 자에게는 내가 복을 내리고”(개역개정성경)라고 적혀 있다. 여기서 ‘너를 축복하는 자’는 아브람에게 ‘복을 내려 주실 것을 비는 사람’을 뜻한다.

한국인들은 상대방을 부를 때 높이는 뜻에서 이름 뒤에 직명을 붙이고, 끝에 ‘님’자를 붙여 부른다. ‘000 사장님(장관님,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것이 좋은 예이다. 그리고 남이 나를 부를 때에도 그렇게 불러주기를 기대한다. 이러한 의식은 교회 안에도 널리 퍼져 있다. 그래서 ‘000 목사님(전도사님)’, ‘000 장로님(권사님, 집사님)’이라고 부른다. 이것은 상대방을 높여 부르려는 마음에서 생긴 것으로, 오래 전부터 전해 오는 관습이다.

남에게 자기를 말하면서 직명을 밝힐 필요가 있을 때에는 ‘목사(전도사) OOO’, ‘장로(권사, 집사) OOO’라고 직명을 먼저 말하고, 그 뒤에 자기 이름을 말해야 한다. 그래야 자기를 낮추는 겸손한 표현이 된다. 자기 이름 뒤에 직명을 말하면 자기 스스로를 높이는 것이 되어 실례가 된다. 상대방이 나의 직분을 알 경우에는 직명을 생략하고 이름만 말해도 된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겸손을 모르는 교만한 사람으로 인식되기 쉽다. 이것은 제 삼자를 화제에 올릴 때에도 마찬가지이다. 성경의 인물인 ‘바울’을 말할 때에 ‘사도 바울’이라고 하는 것보다는 ‘바울 사도’라고 하는 것이 좋겠다. 목사님의 말씀을 인용할 때 ‘목사 아무개가 말하기를’이라고 하는 것보다는 ‘아무개 목사님께서 말씀하시기를’이라고 말하는 것이 존경의 뜻을 담은 표현이 된다.

요즈음에는 상대방의 아내를 높이는 말로 ‘사모님’이 널리 쓰인다. ‘사모’는 스승의 부인을 가리키는 말이다. 우러러 존경하는 스승을 아버지에 비겨 ‘사부(師父)’라 하고, 스승의 부인을 어머니에 비겨 ‘사모(師母)’라고 한다. 그에 따라 기독교인들은 목사나 전도사의 부인을 ‘사모님’이라고 부른다. 목사나 전도사는 신앙적으로 스승 격이니, 나이의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존경의 대상이다. 그러므로 존경하는 분의 부인을 ‘사모님’이라고 부르는 것은 적절하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사모’란 말이 ‘목사의 아내’를 가리키는 말처럼 잘못 쓰이고 있다. 그래서 목사가 다른 사람에게 자기 아내를 소개하면서 “제 사모입니다”란 말을 예사로 하기도 한다. 이것은 언어 예절에서 벗어난 표현이다. 목사도 자기 아내를 가리킬 때에는 “제 처(아내, 내자, 안식구)입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좋겠다.

하나님은 온 인류를 보살피시는 분이다. 그런데 한국인에게는 한국어로, 영국인에게는 영어로, 스페인인에게는 스페인어로 역사하신다. 그러므로 한국인은 바른 한국어로 찬양하고, 기도할 때 하나님께서 기뻐하실 것이다. 사람의 귀에 거슬리는 어휘나 문장을 쓰면 하나님께서도 언짢아하실 것이다. 어떤 사람은 “하나님은 너그러운 분이셔서 그 사람의 마음을 아시고 응답해 주실 것이므로, 어휘 사용이나 문장이 잘못되었다고 지적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어휘나 문장을 바로 알고 써야 말하는 뜻을 바르게 전달할 수 있다. 그리고 언어 예절을 지키는 바른 태도를 가진 사람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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