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지쳐가는 이 땅의 목회자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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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지쳐가는 이 땅의 목회자들에게
  • 이정익 목사
  • 승인 2023.02.14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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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익 목사 /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총장
이정익 목사.
이정익 목사.

한국의 목회자들처럼 과부하에 걸린 채 사역하는 목회자들도 없을 것이다.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사역과 쉼의 한계가 없이 시작과 퇴근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로 일년 열두 달 사역한다. 그러다 마침내 과부하에 걸리게 된 것이 탈진, 즉 ‘번아웃’(burnout)이다. 그래도 지칠만큼 바쁘게 일할 수 있는 사역현장이 있다는 것이 축복이다.

반대는 ‘보어아웃’(boreout)이다. 아주 작은 사역현장에서 매일같이 바쁘게 일할 일꺼리조차 없어 마침내 자기가 하는 일에 의미와 의욕을 잃지만 그래도 그 상태로 계속 사역을 지속하여야 하는 현상이 보어아웃이다. 번아웃은 좀 쉬고 재충전하면 해결될 수 있는 현상이라면 보어아웃은 의미나 의욕을 잃었는데도 쉼은 엄두도 내지 못한 채 계속 그 상황을 붙들고 있어야 하는 상태를 말한다.

사역자들에게 가장 두려운 현실은 사역현장에서 의욕을 상실하는 일이다. 수년동안 아니 수십년 동안 목회사역 현장에서 몸부림쳐 보지만 변화도 없고 노력의 열매도 없다. 

여기서 찾아오는 것은 의욕을 잃어버리는 일이다. 소명의식도 흐려져 간다. 이때 목회자들의 탈출구는 목회말고 취미생활에 몰두하게 되고 놀이에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리고 빨리 은퇴하거나 목회를 그만두고 싶다는 마음에 사로잡히게 된다.

여기서 조금 더 나아가면 의미상실에 빠지게 된다. 목회자는 사역의 가치를 인정하고 그 사역에 자부심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죽도록 충성하고자 하는 욕구가 분출하게 된다. 이 의미상실은 그 상태로 끝나지 않고 사역자로 하여금 우울하게 하고 의욕을 상실하게 하여 사역에 대해서 회의감에 빠지게 한다.

그 회의감 후에 찾아오는 것이 기력상실이다. 사역에는 정신이나 육체의 힘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한 분야인데 의욕과 의미를 상실한 후 기력까지 상실되면 중증 보어아웃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물론 여기서 빠져나오는 방법은 빨리 희미해져가는 소명을 재확인하는 일 뿐이다. 소명이 흔들리면 다 흔들리게 되기 때문에 사역자들에게는 마지막까지 이 사명감은 붙들고 있어야 한다.

문제는 현재 6만여 한국교회에서 목회하는 목회자들 중에 보어아웃 상태에 놓여있는 목회자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코로나가 이 땅을 휩쓸고 지나간 이후 이같은 현상은 더욱 증가하여 지금 많은 목회자들이 교회 문을 닫고 거리로 노동현장으로 투잡으로 내 몰리고 있다.

그러면 그 해결책은 무엇인가. 이 목회자들의 회복문제는 국가적인 문제도 일시적 돈으로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하나님의 사역자들의 문제는 하나님 안에서 해결될 일이다. 요 21장에 나오는 예수 사후 완전히 침체된 상태로 고기잡는 제자들의 모습을 눈여겨 볼 것을 요청하고 싶다. 예수 사후 고향에 내려와 고기잡는 제자들의 모습이 마치 보어아웃 상태에 놓인 내 모습이다.

별 방법을 다해도 고기는 잡히지 않았고 밤새 수고하였지만 빈 그물 뿐이었다. 의미도 목적도 의욕도 완전히 방전된 상태였다. 그때 제자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동기는 찾아오신 부활하신 예수님을 디베랴 강가에서 다시 만나 잃어버린 소명과 원기와 기력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재탄생하였다. 그리고 제자들은 그 회복의 힘으로 예루살렘으로 올라가 중단하였던 사역의 길에 복귀하게 되었다. 지금도 주님은 우리를 보이지 않게 응원하고 계시다는 것을 잊지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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