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수의 영화 읽기]무엇이 사람을 변화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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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수의 영화 읽기]무엇이 사람을 변화하는가?
  • 최성수 박사(문화선교연구원 칼럼니스트)
  • 승인 2023.02.14 22: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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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라세 할스트롬, 2000, 드라마/로맨스, 12세, 121분)

영화 <초콜릿>은 일상의 신학적 의미를 일깨워준 영화다. 영화는 프랑스 어느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하며 사순절 기간에 일어난 이야기다. 모양으로는 가톨릭교회와 초콜릿 가게의 대립구조로 이뤄져 있지만, 사실은 경직된 신앙과 소위 세속적이라 여겨지는 삶과의 대립구조다.

마을은 시장인 폴 드레이노(알프레드 몰리나) 백작 중심으로 운영된다. 가톨릭교회의 가르침과 삶에 충실하고 특히 이분법적 사고가 굳어져 교회를 세속으로부터 보호하려 애를 쓴다. 시장은 마을 사람들의 사정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을 정도로 시정에 진심이고, 사람들의 생각과 삶은 시장의 한마디에 좌우될 정도로 영향력이 대단하다.

이 마을에 두 모녀(비엔과 딸 아눅)가 들어와 초콜릿 가게를 차린다. 교회는 사순절 기간을 경건한 마음으로 보내기 위해 금식을 권고하는 때다. 이런 때 초콜릿 가게의 개업은 유혹의 대명사가 된다. 게다가 모녀는 교회에 출석도 하지 않으니 시장의 눈에 초콜릿 가게는 사악한 존재로 비칠 뿐이다. 이에 시장은 경건한 신앙생활을 방해하는 초콜릿의 사악성을 부각하면서 교우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부활절이 오기 전에 가게 문은 닫힐 것이라 호언장담한다.

비엔 로쉐(줄리엣 비노쉬)는 딸과 함께 가게를 홍보하며 다니지만, 교회의 경고에 세뇌된 마을 사람들의 차가운 반응을 접한다. 그야말로 우연히 방문하는 사람들을 상대로 장사할 수밖에 없었는데, 비엔은 가게를 방문한 사람은 아이든 노인이든 누구든지, 심지어 산책 중에 가게로 들어오는 개조차도 정성껏 대하며 초콜릿의 맛과 매력을 알리는데 열심을 낸다. 특히 사람의 기호를 알아맞히어 적절한 초콜릿을 추천하면서 마을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씩 얻게 된다. 게다가 초콜릿이 주는 맛으로 부부 관계가 개선되거나 마음이 치유된 사례도 생겨 그야말로 마을의 핫 포인트가 된다.

영화는 교회와 초콜릿 가게, 시장과 비엔 사이에 조세핀과 그의 남편을 등장시키는데, 영화의 의미 형성에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조세핀은 가정 폭력의 피해자다. 그 스트레스로 남의 물건을 훔치는 도벽도 생겼다. 어느 날 조세핀은 남편의 폭력을 견디다 못해 비엔 가게로 피신해 온다. 일전에 비엔이 자기에게 베푼 친절을 잊지 못했기 때문이다. 비엔은 그녀에게 피신처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초콜릿을 만드는 기술도 가르쳐 준다. 비엔의 집에 거하면서 조세핀은 마음과 삶의 안정을 급속도로 회복한다.

이 영화는 교회의 가르침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사람을 변화하는 능력이 없고, 오히려 세속의 삶에 그런 능력이 있다는 걸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감독은 성과 속, 교회와 세상을 구분하여 사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대조적으로 보여주면서 일상의 의미를 되새겨보게 한다. 무엇이 사람을 변화하는가? 그 누구도 이 질문에 단언하여 대답할 수는 없을 것이다.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다만 영화를 통해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대답은 이렇다.

사람의 변화는 먹고 마시고 서로에게 친절을 베풀고 서로 만나 서로에게 귀 기울이며 대화하는 일상의 삶에서 공감을 얻고 치유할 때 일어난다. 기독교와 전혀 무관해 보이는 일들을 통해서도 하나님은 일하고 계심을 깨닫는다. 더는 이분법적 사고에 따른 성과 속의 구별로는 거룩함을 더는 지켜낼 수 없다. 오히려 일상에서 작용하는 하나님 나라의 현실을 인지하고 그 나라의 백성으로서 서로 사랑하고, 서로 도우며, 서로 세우면서, 기쁨과 감사와 찬송하며 사는 것, 이것을 통해 사람은 변하지 않을까 싶다.

최성수 박사
최성수 박사(문화선교연구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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