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의 그림은 예수님의 탄생과 생애, 그리고 치유사역을 다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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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의 그림은 예수님의 탄생과 생애, 그리고 치유사역을 다뤄
  • 이상규 교수
  • 승인 2023.02.03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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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구약의 내용을 그린 프레스코화에 대해 소개했는데, 카타콤에는 신약의 내용을 그림으로 묘사한 것 또한 적지 않다. 같은 그림이라도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대해서는 학자들 간에 이견이 있으나 예수님의 탄생과 생애에 대한 그림은 당시 그리스도인들이 신약성경을 어떻게 인식했던가를 보여주는 흔적이기도 하다. 

예수님 탄생기에 별과 동방박사들에 대한 그림, 목자들의 경배와 구유에 누인 아기 등이 묘사되었는데 대체적으로 마리아는 앉아 있는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동방박사가 몇 명이었는가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말할 수 없지만 그들이 바친 예물은 세 가지였기에 흔히 동방박사는 세 사람으로 말하고 있으나 그림에서는 꼭 세 사람이 아니라 두 사람으로 혹은 네 사람으로 그려진 곳도 있다. 그림에서 동방박사의 수는 그림 그리는 공간에 따라 다르게 묘사 된 것으로 보인다. 

예수님의 세례 장면은 현존하는 카타콤 미술에서 4번 묘사되고 있다. 세례가 예수님의 사역의 시작을 보여주듯이 그리스도인 개개인에게 세례는 그리스도안에서의 새로운 삶의 시작을 의미했다. 그래서 테르툴리아누스는 그의 ‘세례론’(On Baptism)에서 베데스다 연못에서의 38년 된 중풍병자의 치유(요 5:2~9)와 엘리사의 물을 정결케 한 사건(왕하 2:18~22)을 세례의 형태로 기술하고 있다. 예수님의 세례 장면에는 항상 비둘기가 등장한다. 그리고 세례 장면은 성찬 장면과 깊이 연관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 점은 아주 자연스런 일인데, 새로 세례 받은 이는 유스티누스(Justin)나 히폴리투스(Hippolytus)의 글에서 보여주듯이 세례 직후 바로 성찬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세례와 성찬은 실로 한 의식의 두 장면이었다고 할 수 있다. 

세례 장면은 어부와도 관련되어 있다. 제자들은 ‘사람 잡은 어부’(마4:9, 막1:17)로 묘사되어 있고, 어부는 카타콤 미술에서 여러 번 나타난다(James Stevenson, 90쪽). 그래서일까, 알렉산드리아의 클레멘스의 유명한 찬송 중에, “예수는 구원받는 사람을 잡는 어부”라는 글 귀가 있다. 

예수님의 기적 행하심에 대한 그림도 있는데 그중 치유에 대한 내용은 중요하게 취급되었다. 예컨대 나사로를 살리신 이적(요 11)은 카타콤 미술에서 가장 중요하게 취급되었는데, 윌페르트(G. Wilpert)에 의하면 53가지 사례를 제시한 바 있고 그가 책을 쓴 이후(1903)에 더 많은 사례가 발견되었다. 아마도 나사로를 살리신 이적은 죽음을 이기신 그리스도의 능력에 대한 가장 현저한 사례이기 때문에 관심도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점은 충분이 이해할 수 있으나 유사한 이적임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관심을 끌지 못한 경우가 있다. 야이로의 딸을 살리신 이적(마 9:18~26, 막 5:21~4, 35~43, 눅 8:41~2, 49~56)이나, 나인성 과부의 아들(눅 7:11~16)을 살리신 이적에 대한 그림은 매우 드물다는 점이다. 

나사로를 살리신 이적에 대한 그림도 여러 형태인데, 여기서는 라티나 카타콤에서 발견된 그림을 소개한다. 아래 그림을 보면 다수의 사람들(군중)을 묘사하기 어려운데 이를 잘 극복하고 있고, 위 천정에는 구름과 기둥이 그려져 있는데, 모세가 율법을 받는 모습이라고 제임스 스티븐슨은 해설하고 있다.

백석대 석좌교수·역사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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