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문제’ 앞에 기로에 선 한국의 에큐메니칼 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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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 문제’ 앞에 기로에 선 한국의 에큐메니칼 진영
  • 손동준
  • 승인 2023.02.02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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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협 실행위 지난 제71-1차 실행위에서 ‘대화위원회’ 구성 결의
회원교단 내 ‘반 동성애’ 목소리 거세짐에 따른 ‘사태 진정’ 모양새
이홍정 총무 “차별금지법 관련해 공식 결의기구 차원 성명 없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지난 19일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제71-1차 실행위원회를 개최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지난 19일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제71-1차 실행위원회를 개최했다.

동성애와 차별금지법에 반대하는 주요 회원교단들의 탈퇴 논의가 교회협 내부에서 이어지는 가운데, 교회협 실행위원회가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한 ‘대화위원회’ 구성에 나섰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총무:이홍정 목사)는 지난 19일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제71회기 제1차 실행위원회를 개최하고 ‘차별금지법과 동성애 이슈 관련한 논란 대책의 건’을 다뤘다. 회원 교단인 기독교대한감리회(감독회장:이철 목사)와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총회장:이순창 목사)가 동성애 및 차별금지법에 대한 ‘교회협의 입장’을 묻는 질의서를 보내옴에 따라 이뤄진 논의였다. 논의 끝에 교회협 실행위는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룰 ‘대화위원회’를 구성하기로 결의했다. 

이같은 결정이 있기까지 에큐메니칼 진영 안에서도 ‘동성애’와 ‘차별금지법’에 대한 첨예한 논란이 있었다. 결정적인 장면은 지난해 열린 제35회 감리회 행정총회에서 연출됐다. 감리회 일부 총대들이 “교회협이 동성애를 옹호하고 차별금지법 제정을 지지한다”며 교회협을 탈퇴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한 것. 현장에서는 탈퇴여론이 상당한 힘을 얻었지만 치열한 논의 끝에 결정을 차기 입법의회로 미뤘다. 

구체적인 행동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그간 동성애와 차별금지법에 대한 견해차로 인한 감리회 내 ‘반 교회협’ 정서가 표면화했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후폭풍을 남겼다. 이를 실감케 하는 여론 조사도 최근 발표됐다. 감리회 계열의 언론매체 ‘웨슬리안타임즈’가 최근 발표한 ‘2023년 신년 맞이 감리교인 설문조사 결과’(감리회 목회자와 평신도 4,500명 대상 온라인 조사)에서는 무려 64.5%가 “교회협에서 당장 탈퇴해야 한다”고 답해 충격을 전했다. 지금껏 감리회가 한국 에큐메니칼 진형의 한 축을 이뤄왔던 점을 생각하면 놀랄만한 상황이다. 

교회협 실행위가 이번에 대화위원회를 구성한 것도 이런 움직임을 심상치 않기 바라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혹여라도 차기 감리회 입법의회에서 ‘교회협 탈퇴’가 결정된다면 그 여파가 예장 통합을 비롯한 다른 회원교단으로 이어지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그러나 앞으로 이어질 대화위원회 활동이 회원 교단 내 반동성애 여론을 ‘달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는 않을 전망이다.

참고로 세계 에큐메니칼 진영을 대표하는 세계교회협의회는 동성애에 대해 일체의 논의를 거부하고 있다. 1991년 호주 캔버라 총회에서 동성애 문제가 제기됐으나 WCC 내부에 정교회뿐만 아니라 복음주의 교단들이 참여하고 있는 만큼, 교회 분열을 야기할 수 있고 민감한 문제가 되는 동성애 주제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도 취하지 않기로 하고, 지속적인 연구를 진행하고 대화의 공간을 제공하는 것으로 정리한 바 있다.

교회협 총무 이홍정 목사도 이날 실행위원회에서 “교회협은 차별금지법과 관련한 의제들에 관한 공동이해를 증진하기 위해 신학, 정의·평화, 여성, 일치 등의 관점이 총체적으로 조명되는 협의회적 대화의 과정을 진행할 것”이라며 “며 “이 과정에서 NCCK는 다양성을 존중하는 에큐메니칼 협의회의 특성상 획일화된 입장을 강제하거나 이를 집단적으로 주장하는 성명서를 발표하지 않을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이 목사는 “회원 교단과 기관에 속한 개인들의 자유로운 의사와 그들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와 소수 의견을 존중하면서 차별금지법 관련 의제들에 대한 상호이해를 증진시켜 나가는 대화의 과정을 보고서로 만들어 한국교회와 사회에 공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목사는 “지금껏 교회협에서는 차별금지법과 관련해 공식 결의기구인 실행위나 정기총회 차원의 성명을 발표한 적 없다”고 해명했다. 지난 2020년 4.15 총선 직후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내용이 포함된 성명을 발표한 데 대해 교회협의 공식 결의에 따른 입장 표명이 아님을 분명히 하기 위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실행위원 이광섭 목사(기독교대한감리회)는 “대화위원회를 꾸릴 때 교인들에게 어떻게 이 문제를 접근할 것인지, 교회협 탈퇴를 주장하는 분들과 어떻게 대화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장 측 실행위원 육순종 목사는 “옳고 그름의 문제로 생각하면 길이 닫힐 수 있다”면서 “다름의 문제다. 이 다름을 어떻게 조율할지, 어떻게 서로 용납하고 인내할지를 협의해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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