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언 1장으로 설교 써줘” : ChatGPT의 충격적인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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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언 1장으로 설교 써줘” : ChatGPT의 충격적인 등장
  • 차성진 목사(글쓰기 강사)
  • 승인 2023.01.11 14: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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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 30일, 인공지능 회사 openAI에서 개발한 ChatGPT라는 프로그램이 공개되었습니다. ChatGPT는 고도로 학습된 AI프로그램에게 누구나 원하는 질문을 던질 수 있는 공개 프로그램입니다. 가상 대화 프로그램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ChatGPT의 등장은 AI시장에 이전에 없던 혁신적인 진보를 가져왔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합니다. 애플의 siri처럼 단순히 한 가지 질문에 대답하는 것을 넘어 맥락을 이해하여 여러 대화를 주고 받을 수도 있고, 그 답변의 내용이 완성도와 인간 유사성 측면에 있어서 최고 수준을 보입니다. 이런 점 때문에 Independent지는 ‘구글은 끝났다(Google is done)’라고 자극적인 헤드라인을 걸기도 했습니다. 기존의 검색 엔진은 검색어를 입력하면 원하는 답이 포함되어 있을 확률이 높은 웹사이트 링크를 제공하지만 ChatGPT는 원하는 답을 바로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기존의 정보를 활용해 세상에 없던 창작을 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사과와 새를 주제로 시를 써줘’ 라든가 ‘양자역학을 쉽게 설명해줘’ 와 같은 복잡한 주제에도 훌륭한 답변을 제시합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지성 조던 피터슨은 충격적인 고백을 했습니다.

“저는 <인생의 12가지 법칙> 이란 책을 쓴 적이 있습니다. ChatGPT에게 ‘성경과 도덕경을 결합해서 13번째 법칙을 만들어줘’라고 주문했습니다. 3초만에 4페이지 분량의 글이 나왔고, 그 글은 제가 쓴 것과 구분하기 어려웠습니다.”

이미 여러 대학에서는 과제에 ChatGPT 사용을 금하는 것을 교칙으로 빠르게 신설중입니다. 그러나 같은 명령을 입력해도 매번 결과값이 다른 특징 때문에 글만 보고선 ChatGPT 사용 여부를 알 수 없는 현실입니다.

이상의 정보들을 보고 저는 호기심이 들었습니다. 과연 chatGPT에게 설교를 맡기면 어떤 결과물이 나올까요?

저는 다음 다섯 가지의 질문을 던져보았습니다.

(아직 한국어 버젼은 학습된 양이 많지 않아서 영어로 작성했습니다.)

1) 잠언 1장을 가지고 5분 분량의 설교를 작성해줘

2) 창세기 1장을 7세 아이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써줘

3) 삼위일체를 설명할 수 있는 비유 두 가지를 제시해줘

4) 창세기 1장을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어투로 다시 써줘

5) 불교의 관점에서 기독교를 비평하고 차이점과 공통점을 써줘

글 분량 때문에 이 질문들의 답을 여기 적진 못합니다. 아마 직접 이 질문들을 입력하시고 결과물을 보신다면, 여러분들은 제가 느꼈던 것과 같은 충격과 두려움을 느끼실 거라 생각이 듭니다. 물론 세상 최고의 답변은 아닐 겁니다. 그러나 10초만에 이보다 훌륭한 답을 낼 수 있는 사람은 단연코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 그러면 우리는 필연적으로 질문할 수밖에 없습니다. 과연 AI는 목사를 대체할 수 있는가? 이미 기술적으론 가능한 경지에 올랐습니다. 당장 내일 새벽기도에 내 손길은 하나도 들어가지 않은 AI가 작성한 설교문을 들고 올라간다 해도 아무도 모를 상황입니다.

물론 목사라는 직업 자체가 AI로 전부 대체될 리는 절대 없다고 생각합니다. 종교인은 단순히 지식을 제공하는 역할을 넘어 그 존재 자체에 사람들은 큰 의미를 두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일부 급진적인 혹은 열려있는 집단들은 AI 중심의 그리스도 공동체를 하나의 교회 형태로서 제안할 때가 곧 올 거라 생각합니다.

그러면 우리는 여러 가지 질문과 마주쳐야 합니다.

가르치는 장로로서 목사의 역할은 AI가 대체할 수 있는가? AI로 성례전을 실시할 수 있는가? AI가 세례문답을 실시했을 때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AI가 역사적, 성경적 맥락을 파악한 뒤 성찬의 방법을 제시한다면 그대로 따라도 문제 없는 것인가? 도덕적 타락의 염려도 없고, 돈도 받지 않는 AI가 목사를 대체하지 못할 이유는 무엇인가? 그리고 그 이유는 기득권의 위치 보전이라고 보이지 않을만큼 합당한가?

이 질문들이 아직 미래의 이야기라고 느껴지신다면, 현재형의 질문들을 몇 개 던져보겠습니다.

목회자는 설교를 작성할 때 AI의 도움을 받아도 되는가? 된다면 그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교육부서 설교를 할 때, AI가 담임목사의 설교문을 해당 연령에 맞게 바꿔준다면 교육부서 설교자는 신학생이 아니어도 되지 않을까? 각 가정에서 가정 예배를 할 때 AI 설교문을 활용해도 되는가?

위 질문들에 대해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우리는 합리적 이유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아집에 빠진 목회자로 분류되거나, 소신 없이 시대에 편승하는 목회자로 분류될 것입니다. 이 갑작스러운 기술의 진보는 우리 모두를 이 복잡한 질문의 구덩이로 밀어 넣었습니다.

차성진 목사(글쓰기 강사)
차성진 목사(글쓰기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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