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달 탐사선 '다누리', 성공 뒤엔 기도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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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달 탐사선 '다누리', 성공 뒤엔 기도가 있었다
  • 손동준
  • 승인 2023.01.09 0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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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과 삶-한국항공우주연구원 김방엽 책임연구원

다누리 프로젝트 초반 팀장으로 이끈 주역, 작년까지 신우회 회장도 역임
우주 연구로 신앙 더욱 성숙…실패에 대한 두려움 큰 직원들 위한 기도 당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책임연구원이자 신우회 직전 회장인 김방엽 집사를 최근 서울광염교회에서 만났다. 김 집사는 최근 굵직한 항공우주 프로젝트에 참여한 신우회 회원들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책임연구원이자 신우회 직전 회장인 김방엽 집사를 최근 서울광염교회에서 만났다. 김 집사는 최근 굵직한 항공우주 프로젝트에 참여한 신우회 회원들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세밑, 지긋지긋한 팬데믹과 전쟁, 정치적 반목과 자연재해 등으로 얼룩졌던 2022년의 끝을 잡고 항공우주 분야에서 쏘아올린 희망의 버저비터(농구 경기에서 종료 직전 들어간 득점)가 골망을 흔들었다. 같은 해 누리호 발사를 성공적으로 이끈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에서 나온 쾌거였다. 그 주인공은 바로 다누리. ‘달’과 누리다는 뜻의 ‘누리’를 합쳐 ‘달을 남김없이 모두 누리고 오라’는 염원을 담아 이름을 지었다. 그 덕이었을까. ‘다누리’는 지난해 8월 미국에서 발사된 후 약 4개월 만인 지난 12월 26일 달의 임무 궤도에 안착하며 달의 100km 상공을 약 2시간 단위로 공전하고 있다. 조만간 본격적인 달 관측도 시작된다.

다누리가 1차 임무 궤도 진입 기동을 시작하기까지가 가장 큰 난관으로 여겨졌다. 연료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달로 직접 접근하지 않고 지구와 태양, 달의 중력을 적절히 이용하며 무려 543만km를 날아갔다. 총알보다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달에 총알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다누리를 접근시킨 뒤 속도를 줄여 궤도에 안착하는 이 과정은 달 탐사의 가장 어려운 작업으로 꼽힌다. 그런데 이번에 한국의 항우연이 그 어려운 일을 해냈다. 새해가 밝기 직전, 한국은 세계 7번째 달 탐사 국가가 됐다. 이 영광의 순간, 과제에 직접 참여한 연구자들의 심경은 어땠을까. 항우연 신우회 직전 회장이자 프로젝트 초창기부터 팀장으로 4년간 과제를 이끌었던 김방엽 책임연구원(서울광염교회 집사)은 “의외로 당시 관제실 분위기는 고요했다”고 전했다.

“다누리가 달의 위성이 되던 순간, 아마 새벽 두 시쯤이었을 겁니다. 개인적으로 미국의 NASA에서 화성에 우주선을 착륙시킬 때처럼 연구자들 모두가 기뻐서 환호하는 광경을 기대하기도 했었는데, 이번 한국의 관제실 분위기는 의외로 조용했습니다. 그렇지만 모두 속으로는 짜릿한 기분을 느꼈을 거예요. 그 공간에 있던 사람들끼리는 이 역사적인 순간에 함께 했다는 뭉클함도 있었죠.”

 

과학적인 사고로 믿음에 이르다

과학자인 동시에 독실한 크리스천인 김 연구원은 다누리호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여러 신우회원의 이름을 나열하면서 자랑스러워했다. 회원들 대다수가 잇따른 대형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근 1년여간 신우회 활동에도 제약이 없지 않았다. 그런데도 항우연 내의 신앙인들은 함께 기도 제목을 나누면서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 역할을 감당해왔다. 기도로 준비해왔던 일들이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는 점에서 김 연구원은 연신 ‘감사’를 고백했다.

지금은 신우회 모임을 인도하고, 주일 외국인 예배를 섬기고, 매사에 ‘은혜’를 말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은 베테랑(?) 신앙인이지만, 과학자를 꿈꾸던 청년 시절만 해도 그에게 ‘신앙생활’은 전혀 뜻밖의 일이었다.

“벌써 몇십 년 전 이야기네요. 군 복무를 하면서 처음 교회에 갔습니다. 3년 내내 일요일에만 교회에 갔고, 별다른 감흥 없이 ‘전역하면 그만 나가야겠다’ 하고 마음을 먹었었죠. 제대 한 달인가 앞뒀을 즈음 하릴없이 내무반에서 뒹굴뒹굴하는데 군단에 부대별로 한 명씩 뽑아서 제자훈련을 받으라고 명령이 떨어졌습니다. 그런 일이 가능하던 시절이었던 거죠. 누군가 보내긴 해야겠는데, 우리 부대에서는 할 일 없는 말년병장이 ‘당첨’이 된 거죠. 별 뜻 없이 군단 본부에서 하는 제자훈련에 들어갔다가 ‘믿어봐야겠다’, ‘믿어보자’ 하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그렇다고 바로 ‘믿음’이나 ‘신앙심’ 같은 것들이 생긴 건 아니었다. 다만 카네기 같은 뛰어난 역사 속의 인물들, 아인슈타인 같은 소위 천재들도 하나님을 믿었다는 사실에 자극받았다. 그리고 믿음에 이르게 되기까지의 과정도 매우 과학자다웠다.

“그 사람들도 뭔가를 봤거나 깨달았으니 하나님을 믿지 않았겠는가 하는 생각이었죠. 당장 믿어지진 않더라도, 하나님이 존재한다고 가정하고 살아보자고 결심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엉뚱하지만, 그렇게 했어요. 가설을 정하고 이론을 만들고 맞는 증거를 찾아 가설을 검증하는 방식을 신앙에도 적용한 겁니다. 그랬더니 점점 하나님이 살아계신 것이 맞구나 하는  확신이 쌓여갔습니다.”

 

천문학자 가운데 신앙인이 많은 이유

과학자가, 특히 천문학 전공자가 하나님을 믿고, 신앙을 갖는 데 대해 신기해하고, 특별하게 여기는 시각이 적지 않다. 김 연구원도 관련된 질문들을 자주 접한다. ‘코스모스’의 저자 칼 세이건을 동경하며 우주탐사 분야에 투신한 그이기에 더욱 그랬다. 칼 세이건이 유명한 무신론자다. 그러나 김 연구원은 “자연과학 분야 안에 다양한 세부 학문 분야들이 존재하지만, 특히 천문학 연구자 가운데 크리스천이 많다”고 소개했다. 우주에 대해 깊이 연구할수록 신의 존재를, 우주가 무작위적으로 생겨날 수 없음을 깨닫게 된다는 것.

“천문학에서도 천체물리학이나 천체역학 등 ‘기원’에 대해 다루는 학문을 통틀어 ‘우주론’이라고 부릅니다. 이 분야는 거의 철학에 가깝습니다. 우주가 생겨나던 당시의 환경을 수학적으로 모델링 하면, 확률적으로 누군가 의도적으로 설계하지 않았다고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이유로 우주론을 연구하다가 회심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김 연구원은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신학자로 ‘알리스터 맥그래스’를 꼽았다. 알리스터 맥그래스의 족적을 따라가다 보면 과학자들이 하나님을 만나는 일련의 프로세스를 발견할 수 있다고 했다.

“알리스터 맥그래스는 박사 학위를 3개나 가진 사람입니다. 단순히 학위를 몇 개 가졌다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천재죠. 그는 찰스 다윈이 공부했던 옥스퍼드에서 분자생물학을 공부하다가 하나님의 존재를 깨달았습니다. 그 길로 신학을 공부해 성공회 사제가 됐습니다. 최근에는 문학박사 학위도 받았습니다. 그분이 설명하기로 과학과 신학은 같은 대상을 보지만 다른 눈으로 봅니다. 이 말을 좀 더 쉽게 표현하면, 마치 ‘배의 항로’나 ‘비행기의 항로’ 같은 지도 위엔 존재하지만, 실제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을 따라가는 것이 신앙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연 상태에 선이 그어질 수 없으니 보이진 않지만, 그 항로를 따라가지 않으면 문제가 생깁니다. 우리 눈엔 보이지 않지만 우리가 가야 할 길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신앙의 길이죠.”

 

2022년 8월 5일 오전 8시 8분(한국시간) 미우주군기지 케이프커네버럴 우주군기자 40번 발사장에서 다누리를 탑재한 팔콘-9 발사체가 발사됐다.
2022년 8월 5일 오전 8시 8분(한국시간) 미우주군기지 케이프커네버럴 우주군기자 40번 발사장에서 다누리를 탑재한 팔콘-9 발사체가 발사됐다.

 

기도가 필요합니다

이번에는 쾌거를 거뒀지만, 항공우주 분야 특성상 프로젝트가 항상 성공으로 끝나지만은 않는다. 워낙 많은 예산이 들어가는 분야인 데다 국민적 관심이 쏠리다 보니, 성패에 따라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연구원들은 큰 심리적인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프로젝트 하나에 최소 몇 년씩 쏟아부어야 하는 것도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키우는 한 요인이다.

이번 다누리호만 해도 2014년 9월에 ‘대한민국도 이제 달에 우주선을 보낼 때가 됐다’며 처음 거론되기 시작했고, 1년 후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면서 이듬해 1차 연도 계획이 본격 시행됐다. 공식 과제 상으로만 7년 만에 성과가 나온 셈이다. 준비기간까지 고려하면 8년 반이 걸린 대장정이었다.

결과적으로 이 8년의 세월이 아깝지 않을 만큼 성과를 거뒀지만, 만에 하나라도 실패했을 때는 책임 공방으로 이어졌을 가능성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항우연 신우회에서는 이 부분을 놓고 항상 집중적으로 기도하고 있다.

“누리호 때도 그렇고, 다누리 때도 그렇고, 중요한 발사가 있을 때면 신우회 회원들이 최소 일주일 전이나 사흘 전에 모여서 1시간가량 뜨겁게 기도합니다. 지상 발사 시 실수나 사고가 없도록, 카운트다운과 발사 과정에서도 평온함을 주시고, 불안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기도합니다. 가장 핵심적인 기도는, 혹시라도 결과가 만족스럽게 나오지 않더라도 실망하지 않고, 여러 사람이 서로 싸우지 않게 해달라고 구체적으로 기도합니다. 기사를 보는 독자분들께서도 항우연을 기억하시고 함께 기도해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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