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와 벌을 내리셨지만 그 이면엔 ‘영원한 사랑’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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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계와 벌을 내리셨지만 그 이면엔 ‘영원한 사랑’이 있어
  • 유선명 교수
  • 승인 2022.12.21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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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명 교수의 예언서 해설(65) - “내가 반드시 그를 불쌍히 여기리라 여호와의 말씀이니라” (렘 31:20)

너무도 오랜 불순종과 악행으로 인해 유다의 패망은 ‘거둘 수 없는’ 결정이 되고 말았지만, 그것을 유다의 운명이라 부를 수는 없습니다. 전능하신 하나님의 섭리가 사람의 선택과 결단을 무효로 만들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교만하고 완고해진 유다 백성들이 하나님께서 주신 회개의 기회를 낭비해버렸을 때 마침내 심판이 닥쳤을 뿐입니다. 늦게야 뉘우치겠다는 백성들을 향해 하나님께 매달려도 소용없다고 매정히 말하는 예언자의 속마음은 아프고 쓰렸습니다. 하나님 앞에서 인간을 대표하는 역할과 인간을 마주해 하나님의 마음을 전달하는 역할 사이에서 느끼는 괴로움은 예언자가 져야 하는 숙명과도 같은 짐이었습니다. 그 짐이 주는 중압감을 가장 절실하게 표현한 예언자가 바로 예레미야입니다.

“내가 말할 때마다 외치며 파멸과 멸망을 선포하므로 여호와의 말씀으로 말미암아 내가 종일토록 치욕과 모욕 거리가 됨이니이다 내가 다시는 여호와를 선포하지 아니하며 그의 이름으로 말하지 아니하리라 하면 나의 마음이 불붙는 것 같아서 골수에 사무치니 답답하여 견딜 수 없나이다”(20:8~9)

예언자의 이 심정은 사실 여호와 하나님의 마음입니다. 죄악을 고집하는 자식을 내버려둘 수는 없는데 매를 들자니 마음이 아픈 부모마냥 하나님께서도 당신의 자녀들을 놓고 고민하시기 때문입니다. 유다를 구원하시겠노라 약속하시면서도 그들의 죄를 간과하지는 않겠다는 말씀을 보태셔야 하는 심정이란! “이는 여호와의 말씀이라 내가 너와 함께 있어 너를 구원할 것이라 너를 흩었던 그 모든 이방을 내가 멸망시키리라 그럴지라도 너만은 멸망시키지 아니하리라 그러나 내가 법에 따라 너를 징계할 것이요 결코 무죄한 자로만 여기지는 아니하리라”(30:11) 하나님께서는 그들이 치명상을 입었다고 선언하십니다. “여호와께서 이와 같이 말씀하시니라 네 상처는 고칠 수 없고 네 부상은 중하도다 네 송사를 처리할 재판관이 없고 네 상처에는 약도 없고 처방도 없도다”(12~13절) 이 치명상을 입힌 이는, 경악스럽게도 하나님 자신이십니다. “네 악행이 많고 네 죄가 많기 때문에 나는 네 원수가 당할 고난을 네가 받게 하며 잔인한 징계를 내렸도다… 네 고통이 심하도다 네 악행이 많고 네 죄가 허다하므로 내가 이 일을 너에게 행하였느니라”(14~15절)

갈피를 잡지 못할 듯한 이 말씀은 진심에서 나온 말입니다. 하나님과 이스라엘의 관계는 끊을 수 없고 버릴 수 없는 관계인데 하나님의 거룩함과 이스라엘의 더러움은 공존할 수 없다는 딜레마! 이스라엘의 죄악을 향한 노여움이 ‘폭풍과 회오리바람’ 같지만(23절) 이스라엘을 향한 영원한 사랑은 말소될 수 없습니다. 그러니 이스라엘은 반드시 새롭게 되어야만 하는 것입니다. “내가 영원한 사랑으로 너를 사랑하기에 인자함으로 너를 이끌었다…처녀 이스라엘아 내가 다시 너를 세우리니 네가 세움을 입을 것이요 네가 다시 소고를 들고 즐거워하는 자들과 함께 춤추며 나오리라”(31:2~3) 혹자는 예언서의 내용이 뒤죽박죽이라며 오랜 세월 수집된 예언의 편린들을 말끔하게 연결하지 못한 편집자의 둔한 손을 타박합니다만, 폐부에서 나오는 사랑의 고백이란 고통과 환희가 덩어리져있어도 어색하지 않은 법입니다. “에브라임은 나의 사랑하는 아들 기뻐하는 자식이 아니냐 내가 그를 책망하여 말할 때마다 깊이 생각하노라 그러므로 그를 위하여 내 창자가 들끓으니 내가 반드시 그를 불쌍히 여기리라 여호와의 말씀이니라”(31:20) 집나간 자식 걱정에 핏발선 눈으로 밤새워본 사람이라면 조금은 짐작할 수 있을까요? 우리를 향한 그분의 마음을. 내가 그를 불쌍히 여기리라. 키리에 엘레이손(Kyrie eleison). 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백석대 교수·구약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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