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의 샘물] 나의 해방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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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의 샘물] 나의 해방일지
  • 이복규 장로
  • 승인 2022.12.14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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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규 장로/서울 산성감리교회, 장로서경대학교 명예교수
이복규 장로(서울산성감리교회, 서경대학교 명예교수)
이복규 장로(서울산성감리교회, 서경대학교 명예교수)

최근 지인의 권유로 본 드라마가 있다. <나의 해방일지>다. 경기도에서 싱크대를 제작하고 농사도 짓는 어느 부부의 삼남매 이야기인데, 진지한 주제에 끌려 16화까지 다 보았다. 그 가운데 기독교 신앙인인 우리한테 특별히 인상적인 장면이 하나 있었다. 그 집 아들이 여자 친구와 헤어지는 대목에서 주고받는 대화가 그것이다.

“우리 서로 축복하면서 헤어지자.”

“너, 교회 다니니?”

남자 주인공이, 서로 축복하며 헤어지자니까, 대뜸 그 여자 친구가, 너 교회 다니냐고 물었다. 어린 시절 주일학교 경험이 있는지는 몰라도, 극중에서 남자 주인공이 신자로 나오지는 않는다. 신자가 아닌 줄 알기에, 그 여자 친구도 이렇게 물은 것이겠다. 네가 교회도 다니지 않으면서 웬 축복 운운하느냐고 한 것이겠다.

이 장면을 보면서 생각했다. 아, 세상 사람들이 생각하는 크리스천의 이미지는, 축복하는 사람들이구나!
가만히 생각해 보니 맞다. ‘축복(祝福)’이라는 말은 ‘복을 빌어 줌’이다. 이 말은, 복을 내려줄 수 있는 초월자가 있을 때만 유효한 말이다. 구약의 예언자들이 반복해서 지적한 것처럼, 인간이 만든 우상은 복을 내려줄 능력이 없다. 오직 창조주 하나님만이 우리에게 복을 내려주실 수 있다. 그러니 그 하나님을 믿는 크리스천들의 ‘축복’은 진짜로 그 복을 임하게 하는 능력 있는 행위다. 크리스천만의 특권이다.

“너 교회 다니니?”

이 말은, 교회 다니는 사람은 당연히 이웃을 위해 축복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기대를 담고 있다. 과연 나는, 우리는 지금 그런가? 반성하게 하는 대사였다. 입만 열었다 하면 향기로운 축복의 말을 하는 사람으로 살고 있는지, 아니면 그 반대로 무서운 저주의 말, 독기어린 말을 더 하며 살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게 하는 말이었다.

두 아들의 아비로서, 자식 교육에 힘쓰지 않은 듯해서 늘 미안하다. 남의 자식은 열심히 가르치면서 왜 제 자식한테는 무심하냐는 핀잔을 들어왔다. 오직 한 가지만은 자랑할 게 있다. 자녀들을 축복한 것이다. 아이들이 학교에 갈 때마다, 축복을 말 한마디씩을 건넸다.

“감사한 하루!”,

“행복한 하루!”,

“복된 하루!”

새로운 표현을 개발하면서 이렇게 축복하던 어느 날이었다. 내가 깜빡하고 축복하지 않자, 문간에 서서, 오늘은 왜 축복해 주지 않느냐며 기다리는 것이 아닌가? 그 축복 덕분일까? 둘 다 장성해서 교회에서 찬양으로 섬기며, 학교 졸업하고 직장 생활 잘하고 있으니 감사하다.

‘축복’의 대립어는 ‘저주’다. 축복이 내실 있는 것처럼 저주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저주한 대로 상대방에게 그 저주가 임한다. 하나님은 우리의 기도를 다 들어주시기 때문이다. 그러니 저주를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 특히 요즘처럼 가짜 정보에 휘둘려 그래서는 곤란하다.

20여 년 전에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에서 지낸 적이 있는데, 그때 본 영화가 잊히지 않는다. 우리로 치면 <춘향전> 같이 유명한 영화인데, 스토리는 로미오와 줄리엣과 유사하였다. 원수 집안의 총각 처녀가, 집안의 금기를 깨고 사랑에 빠지고, 부모는 극렬히 반대한다. 반대해도 사랑을 포기하지 않자, 출전하는 아들의 등 뒤에 대고, 그 아버지가 저주의 말을 한다. 그 아들은 전투에서 이겼으나, 안심하고 등을 보인 채 돌아서다, 비겁하게 뒤에서 날린 적수의 화살에 맞아 죽는다.

영화 전체의 설정과 카자흐스탄의 문화에 비추어, 아들이 죽은 원인은 아버지의 저주 때문이다. 구약에서, 예언자의 예언이 그대로 실현되는 것처럼, 카자흐스탄 문화에서도 그렇다. 말한 대로 이루어진다. 축복하면 복이 오고, 저주하면 화가 임한다고 믿는다. 이방인이라고 무시하는 마음이 있었지만, 그때 그 문화를 알고 내 생각을 바꾸었다.

“교회 다니십니까?(축복하며 사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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