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에 처형된 ‘당나귀’ 그림으로 기독교 조롱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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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에 처형된 ‘당나귀’ 그림으로 기독교 조롱하기도
  • 이상규 교수
  • 승인 2022.11.30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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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콤에서 발견된 신앙의 상징을 소개하기 전에 이번에는 기독교 신앙을 조롱하는 그림 한 점을 소개하고자 한다. 의도적으로 기독교 신앙을 조롱하는 한 가지 사례가 바로 아래의 것이다.

다소 조잡하게 보이는 이 그림은 로마 팔라티노 언덕(Palatine hill) 밑의 궁전 건물 벽면에 그린 낙서인데 1865년 발굴되었다. 이 궁전은 로마 카릴귤라(Caligula, 재위 37~41) 황제가 소유했던 집(Domus Gelotiana)의 벽에 그려진 그라피티인데, 그라피티란 뾰족한 칼 같은 것으로 그림을 그리거나 스프레이로 그림을 그리는 예술 장르인데, 현대에는 유럽에서 거리의 예술로 자리 잡았다. 그림을 보면 당나귀 머리를 한 남자가 십자가형에 처해진 모습이다. 그 옆에는 한 사람이 한쪽 팔을 올리고 조롱하듯이 올려다보고 있는 모습이다. 그 아래는 서툰 그리스어가 기록되어 있다. 십자가 그림으로는 가장 오래된 것으로 여겨지는데, 생성연대는 1세기말로 추정되지만 어떤 이들은 193~235년경의 것으로 보기도 한다. 당시 로마에서의 기독교에 대한 인식을 보여주는 그림인데, 그 밑에 이렇게 쓰여 있다. ALEXAMENOS CEBETE THEON. “알렉사메노스는 그의 신을 숭배한다.”(Alexamenos worships [his] God)는 뜻이다. 십자가에 못 박힌 이를 당나귀 얼굴로 묘사하고 있듯이 기독교를 경멸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알렉사메노스는 어리석은 자다. 그가 숭배하는 신은 십자가에 처형된 당나귀라는 것이다.

이 글은 Αλεξαμενος ϲεβετε θεον라는 글인데, 숭배한다(worships)는 단어는 ϲεβεται(현재 중간태)라고 써야 하는데, ϲεβετε라고 잘못 쓴 것으로 보인다. 

2세기 후반에 라틴어로 기록된 미누키우스 펠릭스(Minucius Felix)의 ‘옥타비우스’에 보면 이교도들이 “기독교인들은 가장 천한 동물인 당나귀 머리를 신성시하고 떠받든다”라고 기독교를 비난하는 대목이 나오는데, 이런 조롱의 뜻으로 그린 것으로 보인다. 이런 현실에서 바울은 “십자가의 도가 멸망하는 자들에게는 미련한 것이요 구원을 받는 우리에게는 하나님의 능력(지혜)이라”(고전 1:18)고 말했을 것이다.

백석대 석좌교수·역사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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